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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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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菌)을 팔아먹다니.....]

창업 초기 야쿠르트 판매의 가장 어려웠던 점은 유산균(乳酸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부족이었습니다.
본격 시판에 앞서 영업사원들은 시제품을 들고 가가호호를 돌며 판촉 겸 제품주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아파트보다는 단독 주택이 많아 주부들을 만나기가 요즈음보다는 수월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건강과 미용에 좋은 영양식품이라고 해도 "유산균"이라는 말만 하면 '돈내고 균은 사먹지 않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생각다 못한 몇몇 영업사원들이 꾀를 내어 일단 시음부터 시키기로 했다. 1단계 전략은 여자들이란 얼굴에 약하니 피부미용을 핵심 Selling-point로 하여 접근 시키기로 하고,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찾아갔습니다. 구변좋은 친구는 "우유로 만든 영양식품으로 한 달만 드시면 얼굴색이 확 달라진다"고 너스레를 떨며 열심히 시음을 권했다. 우유로 만들었다고 하니 너도 나도 마셔보고, 새콤달콤한 맛에 모두들 주문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건은 다음날 터졌습니다. 느닷없이 회사로 전화를 한 어느 주부는 다짜고짜 "야, 이놈들아 아무리 돈도 좋지만 병균을 넣은 물건을 팔아먹느냐?"고 호통부터 치는 것이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리나케 달려간 영업사원의 멱살을 잡고 하는 말이 균을 먹고 배가 아프니 빨리 치료비부터 내라는 게 아닌가. 영업사원은 결국 동네 가정주부들을 모시고 인근 내과병원에 가 의사의 말을 들려주고야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인지(印紙)]

야쿠르트 생산에 어려웠던 고충 가운데 하나는 물품세 인지를 붙이는 작업이었습니다. 요즘이야 냉장고 하나쯤은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생활 필수품이 되었지마, 야쿠르트 발매 당시는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국내에서 냉장고를 생산하지 못해 외국에서 수입해올 때였다. 그러니 자연 냉장고는 소수 상류층의 사치품 정도로 인식되던 때였습니다. 야쿠르트의 생명은 저온 보관에 있습니다. 그런데 야쿠르트는 그런 고급의 냉장 시설을 필요로 하는 음료라고 해서 특수한 계층이나 마시는 특별한 음료로 간주되어서 물품세(현 특소세)가 부과되었다. 그래서 야쿠르트병에 일일이 인지를 붙이는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이 일은 보보다 배꼽이 더 큰 격으로 생산 인원보다 인지를 붙이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인지도 우표처럼 빳빳한 것이 아니라, 휴지처럼 흐물흐물해서 어렵사리 붙여놓아도 냉장고에 들어가면 습기 때문에 태반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지방으로 운송되는 경우, 공장에서 확인을 하고 내보내도 도착하고 나면 상자 속으로 인지가 낙엽처럼 수북이 쌓여 있곤 했습니다. 박차를 가해 대량생산에 힘을 쏟아도 부족한 판국에, 해도 보람없는 일에 시간과 인력을 계속 허비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담당자는 이런 상황을 설득하기 위해 세무소에 가서 살다시피하고 재무장관을 만나보기도 했으나 믿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비싸게 값을 치르고 외국에서 고급의 계수기를 수입해다가 썼지만 이것도 마음처럼 움직여 주질 않았습니다.
기계가 지나치게 예민하다 보니 유리창에서 빛이 반사되거나 사람들이 지나다니기만 해도 감지장치가 반응을 해서 턱없이 생산량이 높게 기록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이런 숫자상의 오류를 해명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일은 야쿠르트의 특소세가 폐지되는 날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당시 야쿠르트가 보급된 나라 중에서 물품세를 붙이는 나라는 우리나라 한 곳뿐이었습니다.


파지(Phage) 폭탄

초창기에는 경험이 없어 야쿠르트 제조 과정에서 실수가 많았다.
영업쪽에서는 제품 요구량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안양공장이 좁아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생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공장을 더 확장하면 되겠지만 그 당시 공장 일대가 그린벨트로 묶여 증축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천막을 치고 작업을 하는 수밖에... 물론 불법인지 알면서도,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쇠기둥을 세우고 천막을 덮어 임시 가건물을 짓고 그 안에 배양탱크를 설치한 것이였습니다. 그런데 무섭다고 말로만 들어온 파지(phage)가 생겼습니다.
부글부글 끓어 오르더니 "뻥~"소리가 요란하게 나면서 탱크 뚜껑이 천막을 뚫고 날아갔습니다.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아 모두 혼비백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박테리오 파지에 의한 잡균의 생성으로 가스가 발생하고, 탱크가 가스의 압력을 못이겨 뚜껑이 튀어 오른 것이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폐수이야기

자연보호를 목적으로 회수하기 시작한 야쿠르트 공병이 자원의 재활용 단계를 넘어 이제는 폐수정화용으로도 이용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야쿠르트 공병의 밑부분을 잘라 여러 개를 한데 묶어 이곳으로 폐수를 통과시키면 병의 오목한 부분에 혐기성 미생물이 서식, 생활폐수를 분해한습니다.
즉 미생물을 이용한 폐수정화법인데, 이 원리는 일본 리사이클운동 시민회가 개발한 것으로 실험을 해보니 생활폐수의 BOD가 10ppm 이하로 떨어지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일본 NHK TV에서도 방송되어 많은 관심을 끌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한국의 시민재활용사업단에서도 이를 도입, 일반 가정에 권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야쿠르트에서는 이미 93년전부터 이와 같은 장치를 만들어 공장 폐수정화에 활용하고 있는데, 폐수처리장에서 정화된 물을 다시 한번 이 야쿠르트 공병 정화조를 통과하게 함으로써 완벽한 정수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잉어가 살고 있는 평택공장 연못의 물이 바로 야쿠르트 공병정화기를 통과한 물입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공장 폐수처리시설을 점검하러 방문한 환경단속반원은 물론, 공장을 견학하기 위해 찾아온 내방객 모두가 한마디씩.
"거 참 신기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