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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음색

음악 : 청각의 치즈케익
- 리듬 : 진짜 맛은 리듬에서 온다
- 음악 : 음색
- 음식과 음악의 공통점
- 왜 반복과 리듬에 쾌감을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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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색
"밤 빰 빰, 바 밤 빠밤---" 딥 퍼플Deep purple의 <물위의 연기Somke on the Water>의 도입부에서 '파워 코드들이 내는 소리들을 아시는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2초만 들으면 누구나 알아채는 그 악구를 당신이 안다면, 아마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서는 벌써 그 히트곡이 연주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곡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과 함께) 악기점에서 기타를 고를 때 시험용으로 치지말아야 할 곡에 속한다. 그 곡을 치면, 악기점 주인이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기 십상이다.("완전 초보로군!"). <물 위의 연기>의 '리프riff'(2-4마디로 된 짧은 악구의 반복-옮긴이)는 전기기타로 연주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악구에 속한다. 물론 딥퍼플의 기타리스트 리치블랙모어는 대부분의 초보자가 이 악구를 틀리게 연주한다는 점을 애써 강조히지만 말이다.
그 단순한 도입부는 왜 이토록 매력적일까? 음악의 요소들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음들은 아주 단순하다. 얼핏 보면 (몽트뢰 카지노에서 프랭크 자파의 콘서트가 열렸을 때 발생한 화재를 다룬) 그 히트곡 자체가 특별할 것이 없다. " '물위에 연기, 하늘의 불'하는 식의 가사는 사실 대중을열광시키기에 부적합해 보인다."라고 오스트리아 음악학자 한네스 라파제더는 말한다.
우리의 기억에 각인된 것은 딥 퍼플의 사운드다. 그런데 '사운드sound'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까? 이런 의미의 사운드에 해당하는 단어는 독일어에는 없지만 그나마 'Klangfarbe(한국어로는 음색, 영어로는 timbre)가 가장 적합한 번역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음색을 정의하는데 애를 먹는다. 통상적인 정의에 따르면, 음색은 '소리의 측면 가운데, 한 소리를 음높이와 길이와 크기가 같은 다른 소리들과 구분해 주는 측면'이다. 이 정의는 당연히 불만족스럽다. 단지 음색이 무엇이 아닌지만 말해주는 부정적인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긍정적인 정의를 제시하지 못한다.
눈으로 보는 색깔을 묘사할 때와 달리 음색을 묘사할 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어휘는 매우 제한적이고 모호하다. 흔히 우리는 음색을 다른 감각에 빗대어 묘사한다. 소리가 '딱딱하다', ' 날카롭다', '부드럽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음향학에서 음색을 표현하는 개념으로는 '둔탁하다'와 '예리하다'가 있다. 더 세밀한 묘사를 시도하려면 어휘의 부족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유에 의지하여 '마치 ---와 같은 소리'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20세기 이전의 작곡가들은 음색을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이 작성한 악보를 보면, 음높이, 빠르기, 소리의 크기에 대해서는 아주 상세한 지시가 등장한다. 반면에 음색은 주로 악기 선택을 통해 결정되었고, 때로는 연주 방법에 관한 특별한 지시를 통해서도 규정되었을 것이다. 예컨대 바이올린은 활을 어느 부분에 대느냐에 따라 음색이 사뭇 달라진다. 그러나 음색과 관련해서 우리의 청각은 튜바 소리와 피콜로 소리를 구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물 위에 연기> 악보에는 아마도 이런 고전적인 지시가 들어 있을 수도 있겠다. "뒤틀린 기타소리에 이어 전자 오르간 가세." 그러나 이 지시는 사운드를 알려주지 못한다. 모든 록 밴드는 뒤트린 기타 소리를 내고, 모든 음에 앞서서, '딸깍'하는 거친 소음이 들어가는 독특한 전자 오르간 사운드도 많은 록밴드에 의해 사용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딥퍼플의 원본 연주를 금세 알아챈다. 우리는 언어로 구분할 수 있는 수전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음색을 구분하는 듯하다.
20세기에 들어서 작곡가들은 음색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르놀트 쉰베르크는 '음색멜로디'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그는 음색의 체계적 분류를 추구했다.
"음색들 사이의 관계는 일종의 논리에 따라 힘을 발휘하는데, 그 논리는 음높이 멜로디에서 우리를 만족시키는 논리와 완전히 대등하다."
주로 음색을 통해 감동을 일으키는 작품의 예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마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일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으며 사실상 변화없이 18가지 악기편성으로 반복 연주된다(라벨이 음색에 빠져든 것은 그가 어떤 신경학적 질환으로 음악적인 청각을 잃은 것과 관련이 있다. 182쪽 참조). 오스트리아 원주민의 악기 디제리두도 음색멜로디를 만들어낸다. 그 악기는 단 하나의 음을 내지만 그 음색이 다채롭게 변화한다.
이미 설명했듯이 음색, 곧 음의 '색깔'은 배음들에 의해 결정된다. 즉, 음에 포함된 기본 진동수 이외의 진동수들에 의해 결정된다. 기본음은 매끈한 사인곡선에 대음하지만, 배음들이 추가된 전체 음은 다소 삐죽삐죽한 파형을 지닌다. 그리고 우리의 청각은 그 삐즉삐죽한 파형을 엄청나게 섬세하게 포착한다.
음악본능 139~143쪽
크리스토퍼 드뢰서/전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