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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연장의 유전적 요인

장수 요인 : 유전자
- 수명연장의 유전적 요인
- 장수유전자 : 시르투인
- 장수유전자 : 히스패닉
- 텔로미어

이승재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정보전자융합공학부)
  
1. 서론
노화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이 겪어야 하는 필연적인 과정으로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친숙한 현상이다. 하지만 생물체의 노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바가 많아서 과학과 비과학(예를 들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항노화 식품 및 화장품 등의 범람)의 혼재가 극심한 분야이기도 하다. 노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로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포유동물에서 개체 수준에서의 노화 연구를 하기에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널리 쓰이는 모델 포유동물인 생쥐의 경우도 수명이 2년이 넘기 때문에 노화 및 수명 연장을 연구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많다. 또한 노화 현상 자체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유전적/환경적 요인들을 찾아내는 것이 아주 어렵다는 점도 노화 연구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
이러한 실험적 제약 때문에 20세기 후반까지 노화는 데이터에 근거한 메커니즘 규명보다는 가설과 추측에 기반한 이론들이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체세포의 돌연변이가 노화의 주원인이라고 생각하는 Somatic mutation theory,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와 이에 따른 활성 산소의 축적이 노화의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Free radical theory, 체세포의 계속된 분열에 의해 짧아진 텔로미어가 노화의 주된 원인일 것이라 생각하는 Telomere loss theory, 생물체의 성장 및 번식에는 유리한 유전자가 번식을 마친 다음의 노화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Antagonistic pleiotropy theory를 비롯한 많은 이론들이 세워졌다. 이 이론 중 어떠한 것도 현재까지 절대적인 증명도 반증도 되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이론들은 20세기 후반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노화에 대한 과학적 실험을 위한 가설을 세우고 결과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60년대에 Leonard Hayflick에 의해 세포의 배양 과정에서 노화가 일어난다는 cellular senescence 현상의 발견 후 과학적인 실험을 통한 노화 조절 기전 연구들이 20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효모(yeast), 꼬마선충(C. elegans), 초파리 등의 모델 생물을 이용한 노화 연구를 통해 개체의 노화 및 수명을 조절하는 많은 유전자들이 발굴되었다. 놀랍게도 이들 유전자들은 다수가 생쥐의 유전학적/약리학적 연구를 통해 포유동물에서도 노화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노화의 유전적 조절이 진화적으로 아주 잘 보존된 현상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중요한 유전적 요인들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를 모델 동물에서의 결과와 사람에서의 가능한 역할을 연관지어 설명하려 한다. 지면 관계상 많은 유전적 요인들 중에서 특히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는 신호전달체계들인 인슐린/IGF-1 (ref. 1-4), sirtuin (ref. 5-7), TOR (ref. 8-10) 신호전달체계 상에 존재하는 유전자들을 선택하였다. 중점적으로는 이들이 어떻게 노화에 중요한 신호전달체계로 자리매김하였는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다룰 것이다.
  
2. 본론
2-1.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
  
daf-2 돌연변이 꼬마선충의 발견
1993년 UCSF의 Cynthia Kenyon 교수 연구팀은 daf-2라고 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꼬마선충의 수명을 무려 두 배나 증가시키며, 일생 중 건강한 시기 (healthspan) 또한 보통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경이로운 발견을 보고하였다. 이 논문의 발표 이전부터 daf-2 (dauer formation 2) 는 꼬마선충의 개체 발달 과정에서 환경이 좋지 않을 때 stress 및 먹이가 없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버틸 수 있는 대체 유충 (alternative larva)인 dauer 유충으로의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로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daf-2 유전자가 성체가 되었을 때의 수명을 조절하다는 발견은 전혀 새로운 발견이었다. 후속 논문을 통하여 daf-2 유전자가 포유동물의 인슐린/IGF-1 수용체의 상동 유전자(homolog)라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는 생물체의 성장, 번식처럼 노화라는 현상도 호르몬을 통한 내분비 시스템의 조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견이었다. 또한 꼬마선충에서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 상에 존재하는 PI3K (phosphoinositide 3-kinase), PDK (phosphoinositide-dependent kinase), PTEN, AKT/PKB 등의 인산화 관련 유전자들이 모두 노화를 조절한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가 꼬마선충의 노화를 조절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이 확립이 되었다 (그림 1).

  
진화적인 보존
꼬마선충에서의 daf-2 돌연변이에 의한 수명 연장 효과는 모델 동물을 비롯한 다른 생물체에서도 인슐린 혹은 IGF-1의 감소가 장수를 유도할 수 있을까라는 자연스러운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초파리의 경우도 인슐린 수용체 유전자(InR)의 돌연변이 혹은 인슐린 수용체와 PI3K 인산화 경로를 이어주는 IRS (insulin receptor substrate)의 homolog인 chico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겼을 때 수명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발견들을 통해 꼬마선충과 초파리 같은 무척추동물에서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가 수명을 조절한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이들 발견에도 불구하고 위의 두 가지 모델동물들은 성체가 된 후 체세포가 더 이상 분열을 하지 않는 (postmitotic soma) 단순한 동물들이기 때문에 생쥐나 사람 같은 복잡한 포유동물에서는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가 노화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인슐린과 IGF-1 모두가 포유동물의 대사 및 성장에 필수적인 호르몬들이기 때문에 이들 호르몬의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발현이 감소하는 경우 질병을 일으켜 오히려 건강이 나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생쥐의 경우에 있어서도 유전적으로 인슐린 및 IGF-1 신호전달체계를 감소시킴으로써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인슐린 수용체를 지방조직 (adipose tissue)에만 없앴을 경우 (fat insulin receptor knockout), 정상적인 IGF-1 receptor 유전자의 절반만을 가지고 있는 heterozygote knockout (IGF-1 receptor+/-) 생쥐, IRS1-/- knockout, 혹은 brain specific IRS2-/- knockout 생쥐 등의 수명이 모두 증가한다는 것이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특히 이들 중 몇몇 돌연변이 생쥐의 경우에는 인슐린 및 IGF-1 신호전달체계의 저하에 의한 약간의 인슐린 저항성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수명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의 활성 저하로 인해 생긴 당뇨의 전단계인 인슐린 저항성이 건강에 미칠 악영향보다도 수명 연장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만약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를 타겟하는 항노화 신약을 개발하려면 부작용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리라는 예상 또한 할 수 있다.
생쥐가 아닌 다른 포유 동물에서도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의 감소가 수명을 연장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들도 최근 들어 논문으로 보고되고 있다. 개의 경우 작은 개가 큰 개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경향성이 아주 뚜렷하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가령 치와와처럼 작은 개의 경우 평균 수명이 13년 가량 되지만 그레이트 데인(Great Dane)과 같은 큰 개는 8년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크기에 따라 무려 60% 가량의 수명 차이가 있는 셈이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개의 크기가 IGF-1의 변이에 의해 결정되고, 특히 평균 수명이 긴 작은 개가 IGF-1의 양을 감소시키는 방향의 변이를 가지고 있다는 논문이 2007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는 개의 수명 또한 IGF-1에 의해 조절될 것이라는 점을 아주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사람의 경우도 유럽 일부에 사는 유대인들(Ashkenazi Jews) 중 100세 이상 사는 사람들(centenarian)의 경우 IGF-1 수용체의 변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보통 사람 (control group)과 다른 것이 밝혀졌으며 일본에 사는 일부의 장수하는 사람의 경우 인슐린 수용체의 변이가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이 보고되었다. 종합적으로 이들 결과는 꼬마선충의 노화 조절 유전적 인자로 발견된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가 초파리, 생쥐, 개 뿐 아니라 인간의 수명을 조절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FOXO transcription factor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가 수명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절 유전자는 FOXO 전사조절인자라는 것이 여러 모델 동물을 통한 실험을 통해서 밝혀졌다. FOXO 전사조절인자는 여러가지 신호전달체계로부터의 조절을 받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그림 1.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의 활성 저하가 FOXO 전사조절인자의 활성화와 이에 따른 유지 및 보수의 증가로 인한 장수 유도 효과를 모식도로 표현한 모델
AKT/PKB 인산화 효소에 의해서 인산화가 되었을 때 활성이 저하되는 것이 알려져 있다 (그림 1). 위에서 언급한 장수를 유도하는 조건인 인슐린/IGF-1의 양이 줄어들면 AKT/PKB는 FOXO를 인산화시키지 못하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FOXO는 세포의 핵 안으로 들어가서 타겟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게 된다 (그림 1).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가 수명을 조절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유전자가 FOXO라는 점은 꼬마선충에서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가 줄어든 상황에서 FOXO 유전자를 없애면 수명이 전혀 늘어나지 못한다는 결과를 통해 처음 입증이 되었다. 이후 꼬마선충과 초파리에서 FOXO의 과발현만으로도 수명이 증가하는 것을 보임으로써 FOXO의 활성화가 장수에 충분조건이라는 점 또한 입증이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7 군데에서 살고 있는 90세 혹은 100세 이상 사는 장수하는 사람들(하와이에 사는 일본인, 이탈리아인, Ashkenazi Jews, 캘리포니아인,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인, 독일인, 중국인)의 경우에서 FOXO3A 유전자(사람에서의 여러 FOXO 유전자들 중 하나)의 변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거의 동시에 독립적으로 발표됨에 따라 FOXO3A는 사람의 장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유전자라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FOXO가 많은 생물들의 노화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완전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FOXO의 활성 증가가 스트레스 저항성, 면역성, 단백질 폴딩을 도와주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작용들은 세포 (혹은 개체)의 유지(maintenance) 및 보수(repair)를 도움으로써 결과적으로 수명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림 1). 진화적으로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가 수명 조절에 왜 중요한 유전적 요인으로 남아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론을 할 수 있다. 아마도 영양분 및 환경 조건이 좋은 경우 이를 감지한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가 활성화하여 성장과 번식을 촉진시키게 되고 이는 평균 정도의 수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영양분 및 환경 조건이 열악한 경우에는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의 활성이 감소하고 이는 FOXO 전사조절 유전자의 활성화를 유도하게 되어 생명체는 결국 성장과 번식을 하지 않는 대신 유지 및 보수의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절은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왜냐면 외부 환경 조건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좋은 환경에서는 번식과 성장을 빨리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환경 조건이 좋지 않은 경우에서 번식을 해버리면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모두 생존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환경 조건이 좋아졌을 때 번식을 할 수 있도록 노화를 억제하고 유지 및 보수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유리하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림 1.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의 활성 저하가 FOXO 전사조절인자의 활성화와 이에 따른 유지 및 보수의 증가로 인한 장수 유도 효과를 모식도로 표현한 모델
  
2-2. Sirtuin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 의 장수를 유도하는 SIR2 유전자의 발견
효모는 단세포 생물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분열 이후 더 이상 분열을 하지 못하는 노화 현상을 보여주며 이러한 노화 현상을 증식상 노화(replicative aging)라고 한다. 이는 성체 내의 체세포가 거의 분열하지 않는 꼬마선충이나 초파리와 달리 대부분의 체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는 사람과 같은 포유동물과의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노화의 좋은 모델일 수 있음이 계속하여 제시되었다. 이러한 효모를 이용한 노화 연구 중에서도 아마도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연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장수 유전자로서의 SIR2 (Silent Information Regulator 2)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99년 MIT의 Lenny Guarente 교수 연구팀은 SIR2의 과발현이 효모의 증식상 노화를 늦추어 수명을 약 30%나 증가시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SIR2는 이후 NAD-dependent protein deacetylase이고(그림 2) 중요한 기질 중 하나가 히스톤 단백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효모의 경우 정상 노화 상황에서 증가하는 rDNA circle에 의한 게놈의 불안전성을 SIR2가 감소시킴으로써 노화 지연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 보여졌다. 여기에서 rDNA circle의 축적 현상은 효모의 노화에서만 특이하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SIR2가 다른 생물의 노화를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꼬마선충 및 초파리에서 효모 SIR2의 상동유전자인 sirtuin들을 과발현하였을 경우 현저한 수명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결과들이 발표됨에 따라 SIR2 (혹은 그 상동유전자인 sirtuin)는 진화적으로 보존된 노화 조절에 중요한 유전인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Resveratrol과 생쥐의 건강 증진
sirtuin은 수명 연장의 가능성에 대한 타겟으로 큰 각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sirtuin의 활성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된 resveratrol이라는 물질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그림 2). resveratrol은 polyphenol의 일종으로 포도주에 많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resveratrol이 효모의 SIR2의 활성을 증진시켜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논문이 발표되었을 때,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심장병이 미국인들보다 적을 것이라는 French paradox에 대한 분자적 수준에서의 설명의 가능성 때문에 쎈쎄이셔널한 반응을 가져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설명은 가능성에 그치고 있다.). 이후 resveratrol이 꼬마선충, 초파리 및 물고기의 일종인 Nothobranchius furzeri의 수명을 증진시킨다는 보고를 통해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의 수명 증가에도 resveratrol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쥐의 경우도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은 지방간, 과체중 및 수명 감소를 통하여 건강에 악영향을 가져온다. Harvard 대학의 David Sinclair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2006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resveratrol을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과 같이 생쥐에게 섭취하게 할 경우 이러한 악영향이 거의 완벽하게 없어졌다 (하지만 정상적인 음식과 같이 resveratrol을 준 경우에는 쥐에서 수명 연장 효과가 없었다는 후속 논문의 보고도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만약 이 연구가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하다면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현대의 산업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resveratrol을 같이 복용할 경우 그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한 가지 문제는 쥐에서의 효과를 몸무게 대비로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하루에 무려 5그램(알약으로 80알)이나 되는 양을 섭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resveratrol보다 더 효과가 좋은 약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여겨진다.


그림 2. sirtuin의 활성을 조절하는 인자들과 sirtuin에 의해 조절되는 중요한 생리작용 및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모식도로 표현한 모델


포유류 sirtuin의 다양한 기능
효모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sirtuin이 어떻게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분자적 기전은 아직까지도 명확하지 않다. 또한 본 논문에서 소개하는 인슐린/IGF-1 신호전달체계나 TOR 신호전달체계와는 달리 현재까지 포유동물에서 sirtuin 유전자를 조절하였을 때 직접 수명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발표된 바가 없다. 뿐만 아니라 sirtuin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물질로 발견된 resveratrol조차도 sirtuin의 활성을 직접 증가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보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포유동물의 sirtuin의 경우 그 중요성이 오히려 더 강조되고 있는데 sirtuin들이 대사(metabolism) 조절, 스트레스 저항성 증가, 체내 에너지 양 조절, DNA 손상 방지 등을 통해 당뇨병, 염증, 신경계 퇴행성 질환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논문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2). 이러한 결과는 포유류 sirtuin들도 궁극적으로는 노화 관련 질환을 예방함으로써 항노화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시사하며, sirtuin 단백질들의 분자수준에서의 작용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연구에 중요하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2-3. TOR 신호전달체계 및 단백질 합성
ore4-1 돌연변이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 잎의 노화 지연과 단백질 합성의 관계
효모 및 동물 모델에서의 노화 연구와 더불어 식물에서의 노화(senescence) 연구도 20세기말 들어 활발하게 진행이 되었다. 식물 노화 연구의 선두 그룹 중 하나인 포스텍(포항공대) 남홍길 교수 연구팀은 식물 유전학을 이용하여 잎의 노화가 지연되는 애기장대인 ‘오래살아(oresara 혹은 줄여서 ore)’ 돌연변이들을 스크린하여 발굴하였다. 2002년에는 이들 중에서 ore4-1 돌연변이 애기장대가 엽록체의 리보좀 구성 단백질 중 하나인 PRPS17 유전자의 발현이 저하되어 장수의 표현형을 나타낸다는 것을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리보좀은 단백질의 합성을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리보좀 유전자 발현의 감소는 전반적인 단백질 합성의 저하를 초래하며 결국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단백질 합성 저하가 생명체의 성장 속도를 늦춘다는 보고는 이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노화를 늦추는 장수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그렇다면 단백질 합성 저하에 의한 수명 연장이 진화적으로 보존된 결과일까? 다른 연구팀들의 후속 논문들을 통해 꼬마선충의 경우 RNA interference를 이용하여 리보좀 구성 단백질들의 발현을 저하시킨 경우 수명이 증가하였고, 효모의 경우도 60s 리보좀의 구성 단백질의 양을 줄였을 때 수명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식물에서 발견된 단백질 합성의 저하에 의한 수명 연장이 식물, 동물 및 단세포 효모까지 아우르는 진화적으로 보존된 현상일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또한 이들 보고들로 인해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는 신호전달체계가 개체의 수명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TOR (target of rapamycin) 신호전달체계
TOR 신호전달체계는 리보좀 구성 단백질의 발현 조절을 통해 단백질 합성 속도와 이에 따른 세포 및 개체의 성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앞에서 기술한 리보좀 및 단백질 합성 저하에 의한 노화 지연 결과와 일관성이 있게 TOR 신호전달체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수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결과가 모델 생물들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발표되었다. 먼저 돌연변이나 RNA interference 등에 의하여 TOR 유전자 자체의 발현을 줄일 경우 수명이 증가한다는 것이 효모와 꼬마선충, 초파리의 경우에 논문으로 보고됨으로써 TOR 자체가 진화적으로 보존이 된 노화 조절 유전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TOR는 체내에서 영양분 감지기(nutrient sensor)로 작용하는 단백질 인산화 효소로서 경로(pathway) 하류(downstream)의 여러 가지 중요한 신호전달물질로 작용하는 단백질의 인산화를 조절함으로써 활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그림 3). 이 중 하나인 S6K (S6 kinase)라는 인산화효소는 단백질의 합성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효소인데 최근에 S6K의 감소가 꼬마선충, 초파리, 생쥐 모두의 경우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따라서 TOR 신호전달체계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들인 TOR와 S6K 그리고 리보좀 구성 단백질의 감소 모두가 여러 모델 생물의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들을 통해 TOR 신호전달체계가 수명을 조절하는 진화적으로 보존된 신호전달체계라는 사실이 확립되었다.
수명을 조절하는 요인은 유전적 요인 외에도 많은 환경적 요인들이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먹는 음식의 양을 줄이는 식이제한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식이제한이 수명을 연장하는 분자수준에서의 기전이 계속 밝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TOR 신호전달체계는 식이제한의 수명 연장 효과를 매개하는데 있어서 여러 모델 생물들에서의 실험을 통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효모, 꼬마선충, 초파리에서는 TOR가 억제되어 수명을 연장시키는 경우에는 식이제한이 더 이상 수명 연장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TOR의 억제와 식이제한이 수명 연장에 미치는 효과가 비슷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오래 사는 S6k knockout 생쥐의 경우에서 마이크로어래이를 통해서 변화되는 유전자의 발현이 식이제한 때문에 변화하는 유전자의 발현과 현저하게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 또한 보고가 되었다. 이들 결과는 식이제한이라는 환경 변화가 영양분의 감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TOR를 통하여 감지되어 결국 신호전달을 거쳐 수명 증가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는 모델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그림 3).  


그림 3. 식이제한과 영양분 및 rapamycin이 TOR 신호전달체계를 통해 수명 연장에 미치는 영향을 모식도로 표현한 모델
  
항노화 약품으로서의 rapamycin
노화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 중 하나는 아마도 사람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해주는 항노화 약품의 개발일 것이다. TOR는 target of rapamycin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TOR의 활성을 저하시켜주는 rapamycin이라는 약이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rapamycin이 TOR의 활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을까하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도출되는데 이러한 가능성은 생쥐와 초파리의 실험을 통해서 사실로 밝혀졌다. 두 모델 동물 시스템을 이용한 실험에서 rapamycin은 수명 증가와 더불어 단백질 합성의 전반적인 저하를 유도하였다. Rapamycin이 원래 면역 억제제로 사용되었고 이 점 때문에 수명 증가 대신 면역 약화에 의한 감염 질환을 증가시킬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있긴 하지만 FDA에 의해 허가되었고 오랜 세월 동안 안전성이 증명되었다는 점에서 rapamycin의 항노화 가능성은 획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 결론
지난 20년 동안의 유전학의 모델동물을 통한 노화 연구를 통해서 노화라는 현상이 생물체내의 다른 여러 가지 중요한 생리학적인 현상처럼 유전자에 의해서 조절이 된다는 것이 확립이 되었다. 특히 효모, 꼬마선충, 초파리, 애기장대와 같은 단순한 모델 생물들에서 노화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진화적으로 보존이 되어 생쥐나 사람과 같은 포유동물의 노화를 조절하는데도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는 노화 연구를 급속도로 발전하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인슐린/IGF-1, sirtuin, TOR 신호전달체계라고 하는 세 가지의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수명 연장에 관여하는 유전적 요인들에 대해 연구된 사항을 역사적인 맥락에서 간단하게 소개하였다. 본 논문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신호전달체계는 진화적으로 보존되어 사람의 노화를 조절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sirtuin과 TOR에 대해서는 현재 그 활성을 조절하여 인간의 수명을 늘일 가능성이 있는 약품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욱 항노화의 가능성이 유망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노화 연구가 알려지지 않은 노화의 유전적 요인들을 발굴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항노화 가능 약품들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함으로써 현대 산업사회의 급격한 노령화에 따른 노인 건강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 전망된다.  
  
Acknowledgments
Reference의 개수가 10개 이하로 제한됨에 따라 중요한 발견을 보고한 원래의 논문들은 거의 인용하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리뷰 논문들의 인용에 치우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밝혀둔다. 또한 지면 관계상 미토콘드리아 손상에 의한 노화, 전자전달계의 억제에 의한 수명 연장, 텔로미어 등의 노화에 중요한 유전적 요소들에 대한 소개가 어쩔 수 없이 생략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