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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과학 : 고형소스, 젤라틴+탄수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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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 소스: 젤라틴 젤리와 탄수화물 젤리

고기 스톡이나 생선 스톡을 상온에서 식히면 부서지기 쉬운 고형의 겔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접시에 올린 소스를 엉기게 만드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서 일종의 고형 소스인 맛있는 젤리로 만들 수 있다. 겔은 젤라틴의 농도가 충분히 높을 때-스톡 총무게의 1퍼센트 이상-에 형성된다. 농도가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스톡 안에는 젤라틴 분자들이 충분해져서 분자의 긴 사슬이 서로 중첩되면서 스톡 전체에 연속적인 그물조직을 형성한다. 뜨거운 스톡을 젤라틴이 녹는 온도인 약 40°C이하로 식히면 늘어난 젤라틴 사슬들이 원래 콜라겐 섬유일 때의 3중 나선에서 가졌던 코일 모양을 띠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른 분자들 위의 코일들이 서로 접근하면 그것들은 아주 가깝게 나란히 둥지를 틀고 결합해서 새로운 이중, 삼중 나선들을 형성한다. 이러한 재결합된 접합점들은 젤라틴 분자들의 그물조직에 어느 정도의 강도를 제공하며, 이것들과 이것들에 둘러싸인 물 분자들은 더 이상 자유롭게 흐르지 못한다. 그리하여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것이다. 1퍼센트 젤라틴 겔은 연약하고, 흔들리며, 손을 대면 쉽게 부서진다. 시판 젤라틴으로 만든 그보다 친숙하고 튼튼한 디저트용 젤리에는 젤라틴이 3퍼센트 이상 들어 있다. 젤라틴 비율이 높을수록 겔이 더 단단하고 고무 같아진다.
젤리는 두 가지 면에서 탁월하다. 가장 좋은 상태의 젤리는 반투명하고 윤기가 나며 아름다운데, 그 자체로 식탁에 내거나 젤리 사이에 음식을 끼워서 낼 때 장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젤라틴 접합점이 부서져서 분리되는 온도는 체온과 비슷하다. 그래서 젤라틴 겔은 입 안에서 진한 향을 내는 액체로 사르르 녹는다. 젤리는 입안을 소스로 가득 채운다. 다른 어떤 점도제도 이러한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젤리의 농도

젤라틴 겔의 탄탄함과 강도, 그에 따른 내구성과 입안에서의 질감은 여러 가지 요인들에 따라 달라진다. 젤라틴 분자들 자체, 다른 재료들의 존재유무, 혼합물을 식히는 방법이 그것들이다.

젤라틴의 농도와 품질

젤리의 질감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젤리에 들어 있는 젤라틴의 농도와 질이다. 젤라틴은 매우 가변적인 물질이다. 심지어 시판 젤라틴의 경우에도 원래 길이를 유지하는 젤라틴 분자는 전체의 60~70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점도제로서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작은 조각들이다. 스톡속의 젤라틴은 특히 종잡을 수 없다. 고기와 뼈는 콜라겐  함량의 편차가 큰데다가 오랜 시간 조리하면서 젤라틴 사슬이 점진적으로 분해된다. 얼음물에 받쳐놓은 우묵한 그릇에 액체 한 스푼을 식혀서 액체가 고정되는지, 그리고 겔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면, 겔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단단함이 부족한 액체는 더 조려서 젤라틴 농도를 높일 수 있다. 소량의 정제 젤라틴을 보충해도 된다.

첨가 재료들

젤리에 넣는 다른 흔한 재료들도 겔의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 소금은 젤라틴의 결합을 방해해 겔 강도를 떨어뜨린다.
● 설탕(과당 제외)은 젤라틴 분자들로부터 물 분자들을 끌어냄으로써 겔 강도를 높인다.
● 우유는 겔 강도를 높인다.
● 알코올은 겔의 30~50퍼센트가 될　때까지는 겔 강도를 높이며, 그 수준을 넘으면 젤라틴을 고형의 입자들로 응결되게 만든다.
● PH4 이하인 산들-식초, 과일 주스, 와인-은 젤라틴 분자들이 전하를 띠어서도 반발하게 함으로써 젤리를 약하게 만든다.

겔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소금과 산은 젤라틴 농도를 높여 주면 상쇄된다.
강한 산성 재료들과 차나 레드와인의 타닌은 모두 젤리를 탁하게 만들 수 있는데, 산은 고기 스톡이나 생선 스톡 속의 단백질들을 작은 입자들로 침전시키기 때문이며, 타닌은 젤라틴 분자들에 달라붙거나 젤라틴 분자들 자체를 응결시키기 때문이다. 이 재료들은 젤라틴 용액으로 조리하는 시간을 짧게 하고, 굳기 전에 체에 거르거나 맑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젤라틴 사스들을 작은 조각들로 분해해 아예 겔로 변하지 못하게 만드는 단백질 소화효소가 들어 있는 과일들-파파야, 파인애플, 멜론, 키위 등도 많다. 이런 과일들과 이런 과일들로 만든 주스는 살짝 익혀서 효소의 활성을 제거한 후라야 젤리로 만들 수 있다.

냉각 온도

겔이 형성되고 숙성되는 온도도 질감에 영향을 미친다. 냉장고에 넣어도 ‘순간 냉각’시키면 젤라틴 분자들은 제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신속하게, 그러나 무작위로 결합한다. 그래서 그물 구조의 결합과 구조가 비교적 약하다. 상온에서 서서히 식히면 젤라틴 분자들이 돌아다닐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좀 더 규칙적인 나선형 접합을 형성한다. 일단 나선형 접합이 형성되면 그물조직이 좀 더 튼튼하고 안정적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박테리아의 증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젤리를 냉장고에 넣어 굳혀야 한다. 젤라틴은 고형의 젤리 속에서도 계속해서 서서히 형성되므로 ‘순간 냉각’시킨 젤리도 2~3일이 지나면 서서히 식힌 젤리만큼 튼튼해진다.

고기와 생선으로 만든 젤리: 아스픽

고기 젤리와 생선 젤리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며, 여전히 즐거운 눈요깃거리다. 콩소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드는데, 이상적인 재료는 풍미 가득한 고기 스톡-젤라틴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송아지 우족과 함께 익히는 경우 많다.-이나 생선 더블 스톡이다. 스톡은 달걀흰자와 다진 고기 또는 다진 생선으로 맑게 한 다음, 굳기 직전에 풍미를 한다. 아스픽은 필요한 경우 자를 수 있을 만큼 단단해야 하지만, 입안에서는 고무처럼 질기지 않고 살짝 흔들릴 정도로 부드러워야 한다. 테린이나 고기 전체를 코팅하거나 다진 고기를 결합할 때 사용하는 젤리는 음식 위로 흘러넘치거나 바스러지지 않도록 젤라틴 함량이 10~15퍼센트가 될 정도로 단단해야 한다. 생선 젤리와 생선 아스픽은 생선 젤라틴이 낮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특히 더 여리다. 식탁에 올리기 전에 녹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생선 젤리, 생선 아스픽, 이 요리를 담을 접시를 매우 차게 해두어야 한다. 고기 아스픽의 가정식 형태가 ‘뵈프 아라 모드’다. 포트 로스트를 송아지 우족과 함께 와인과 스톡에 넣고 푹 삶은 다음 썰어서, 요리하면서 나온 국것으로 젤리를 만든다. 소우프르와는 크림을 넣은 고기 또는 생선 젤리다.

그 밖의 젤리와 줄리, 그리고 시판 젤라틴들

최초의 젤리는 고기와 생선 요리들이었지만, 요리사들은 곧 동물성 젤라틴을 이용해서 다른 재료들, 특히 크림과 과일 주스도 멋진 고형으로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한 젤라틴은 페이스트리 요리를 위한 기본 재료가 되었다. 무쓰, 휘프트 크림, 페이스트리 크림에 단단하면서도 살살 녹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젤라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젤리는 달콤하고 과일향이 나며 휘황찬란한 색상을 가진 디전트와, 보드카 같은 증류주를 첨가한 ‘슈터’로, 모두 생산된 젤라틴 파우더로 만든다. 이보다 조금 더 세련된 젤리들-보통 프랑스어인 ‘줄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은 혼합물리 온기가 거의 사라지고 막 굳으려고 하는 찰나인 마지막 순간에 다른 재료들을 첨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으로, 덕분에 신선하고 섬세한 풍미를 젤리 안에 보존할 수 있다. 보통 샴페인이나 씨를 뺀 토마토 즙 같은 것들을 첨가한다.

젤라틴의 대량 생산

미국과 유럽의 공장에서 생산된 젤라틴은 대부분 돼지 겁질로 만든다. 물론 소 껍질이나 뼈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가정에서 하는 것보다는 공장에서 추출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젤라틴 사슬에 가해지는 손상도 적다. 희석한 산성 용액에 돼지 껍질을 18~24시간 담가서 콜라겐의 교차 결합을 해체한 다음, 처음에는 55°C로 시작해서 90°C가 될 때까지 여러번 물을 갈아 주면서 추출한다. 저온에서 추출하면 손상되지 않은 젤라틴 분자들이 더 많이 들어 있어서 가장 강력한 겔이 나오며 색상도 가장 밝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젤라틴 분자들이 더 많이 손상되어 누렇게 변색된다. 추출한 것을 여과·정제하여 PH 5.5로 조정하고, 증발시키고, 살균한 다음, 말려서 종이처럼 납작한 모양이나 알갱이 모양으로 만든다. 완ㄴ성된 제품은 젤라틴 85~90퍼센트, 수분 8~15퍼센트, 소금1~2퍼센트, 포도당 1퍼센트로 이루어져 있다. 젤라틴 품질은 ‘블룸값’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높은 값은 큰 겔화 능력을 의미한다.

젤라틴 유형

젤라틴은 여러 가지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알갱이 모양으로 만들어진 젤라틴과 납작한 모양의 젤라틴은 일차적으로 차가운 물에 담가 두면 나중에 따뜻한 액체를 첨가했을 때 고형의 젤라틴 그물조직이 수분을 흡수해 쉽게 용해될 수 있다. 따뜻한 액체에 직접 첨가하면 고형인 알갱이들의 바깥층이 찐득찐득해져서 이웃한 알갱이들끼리 달라붙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뭉쳐진 덩어리들도 결국 분산되기는 한다. 납작한 모양의 젤라틴은 표면적이 작아서 액체에 공기가 적게 딸려 들어가게 되는데, 이런 성질은 아주 투명한 젤리를 원하는 요리사들에게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젤라틴 사슬들이 접합점들을 형성하기 전에 추출물을 급속 건조해서 만든 ‘인스턴트 젤리’도 있다. 인스턴트 젤리는 따뜻한 액체에서 바로 분산된다. 가수분해한 젤라틴은 일부러 젤라틴 사슬을 잘게 분해해서 겔을 형성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젤라틴은 음식물 제조 과정에서 유화제로 사용한다.
디저트 젤라틴 패키지에서 권고하는 표준적인 비율은 1컵당 7그램짜리 패키지 1개, 즉 대략 3퍼센트 용액이다. 2퍼센트와 1퍼센트 용액은 순서대로 더 연하다.

탄수화물 겔화제: 한천, 카라기난, 알긴산염

풍미가 좋은 액체를 흥미로운 고체로 만들 때 젤라틴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분 겔로 다양한 파이 충전재와 ‘터키시 딜라이트’라는 캔디를 만들 수 있고, 펙틴 겔로는 여러 가지 과일 젤리와 과일 잼을 만든다. 세계 곳곳의 해안 지방 사람들은 다양한 해초가 따뜻한 물속으로 끈적이는 물질을 배출하며, 물이 차가워지면 이 물질이 겔이 된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물질은 젤라틴 같은 단백질은 아니지만 특이하고 유용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탄수화물들이다. 식품회사들에서는 이와 같은 물질을 이용해서 겔을 만들고 현탁액을 안정화한다.

한천

한천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 ‘agar'는 말레이어 ’아가르 아가르‘를 줄인 말이다. 한천은 주로 우뭇가사리에서 추출하지만, 예로부터 여러 가지 홍조류들에서부터 추출해 왔으며, 여러 가지 탄수화물들과 그 밖의 재료들이 섞여있다. 해조류를 끓여서 액체는 따라 버리고 냉동건조해서 줄 모양이나 막대 모양으로 만든다. 고체인 한천 조각을 익히지 않고, 그래도 물에 적셔서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차갑게 먹는 샐러드에 넣으면 쫀득쫀득한 질감을 즐길 수 있다. 중국에서는 한천을 무미한 겔로 만들고 편 썰어서, 여러 가지 재료들로 만든 소스에 무쳐서 식탁에 올린다. 과일주스와 설탕의 향긋한 혼합물이나 고기, 생선, 채소로 끓인 스튜를 겔로 만들 때도 쓴다. 일본에서는 젤리 모양의 과자류를 만들 때도 한천을 사용한다.
한천은 젤라틴보다 낮은 농도에서 겔화된다. 한천으로 만든 젤리는 약간 불투명하며, 젤리보다 입안에서 잘 부서지는 질감을 가지고 있다. 한천 젤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조된 한천을 찬물에 담갔다가 완전히 끓을 때까지 가열해 탄수화물 사슬들을 완전히 용해시키고, 다른 재료들과 섞고 이 혼합물을 체에 거르고 약 38°C에서 굳을 때까지 식힌다. 그러나 젤라틴 겔은 거의 같은 온도에서 굳고 다시 녹지만 한천 겔은 85°C가 되어야 다시 녹는다. 그래서 한천 겔은 입안에서 녹지 않는다. 씹어서 작은 입자들로 부숴야 한다. 한편, 더운 날씨에도 고체 상태를 유지하므로 뜨거운 상태로도 상에 낼 수 있다. 요즘 요리사들은 한천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대조적인 풍미를 가진 작은 한천 겔 조각들을 뜨거운 요리 안에 흩어놓곤 한다.

카라기난, 알긴산염, 젤란

실험 정신이 강한 요리사들은 전통적인 재료든 아니든, 특이한 탄수화물 겔화제를 요리에 응용한다. 홍조류에서 추출한 카라기난은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향을 첨가한 액체와 스튜를 겔화하는 데 사용되어 왔으며, 아일랜드에서는 우유 푸딩을 만드는 데 쓰였다. 정제 카라기난은 잘 부서지는 것에서부터 탄성 있는 것까지 다양한 질감을 가진 겔로 만들 수 있다. 여러 종류의 갈조류로 만드는 알긴산염은 칼슘이 있어야만 겔화된다. 창의적인 요리사들은 이런 성질을 활용해서 풍미 있는 작은 공이나 실 가닥을 만들어 왔다. 원하는 맛과 향과 색상의 알긴산염 용액을 준비한다. 알긴산염 용액에 칼슘 용액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거나 주입하면 즉시 겔이 형성된다. 산업 발명품인 젤란은 박테리아가 분비한 탄수화물이다. 소금이나 산을 만나면 매우 맑으면서도 풍미가 뛰어난 겔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