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식품 》 소스 : 역사, 종류, 조직감, 소스종류,

제품 ≫ 시장규모 ≫ 조미식품

소스의 역사와 종류

소스
- 소스의 역사
- 소스의 종류
- 소스의 과학

라틴어로 ‘소금물’을 의미하는 ‘salsus’에서 유래한 ‘sauce’는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거나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하며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을 한층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독일어로는 ‘Sosse’, 프랑스와 일본에서는 ‘Sauce’, 중국과 인도에서는 ‘Zhi’, ‘Chatni’로 불린다. 5가지의 모체 소스(베샤멜 bechamel, 데미글라스 demi-glace, 토마토 tomato, 벨루테 veloute, 홀란데이즈 hollandaise)로 나눌 수 있으며 현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다양한 종류로 파생되었다. 소스의 유래로 다양한 설들이 존재하지만 과거 냉장보관이 어려웠던 시절 상한 음식의 맛을 감추기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소스는 요리 주재료에 곁들이는 액체다. 소스의 목적은 주재료가 육류·어류·곡류·채소류 어떤 것이든 그 본연의 맛을 깊고 넓게 하거나, 주재료의 맛과 대조 혹은 보완이 됨으로써  주재료의 맛을 향상키기는 것이다. 육류·곡류·채소류는 언제나 본연 그대로의 맛인데 반해, 소스는 요리사가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으며 요리를 더 풍부하고 다양하고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만든다. 감각을 자극하고, 맛과 향과 촉감과 시각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하는 우리의 영원한 갈망을 소스가 충족시켜 준다. 그런 의미에서 소스는 욕망의 정수다.

소스라는 단어는 ‘소금’이라는 뜻의 고대 어원에서 나왔다. 소금은 자연에서 온 농축된 맛 내기 재료이자, 바다에서 온 순수한 미네랄 결정체다. 우리가 먹는 주식-육류, 곡류와 빵과 파스타, 전분이 많이 함유된 채소류-은 그 자체로는 특별한 맛이 없기 때문에 요리사들은 주식에 맛을 더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들을 찾거나 발명해 왔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연이 제공한 재료다. 소금, 얼얼한 맛의 후추와 고추, 신맛이 나는 풋과일의 즙, 달콤한 꿀과 설탕, 독특한 향을 내는 허브와 향신료가 바로 그것들이다. 조미료보다 더 복잡한 것은 조리 과정을 거친 콘디먼트다. 콘디먼트 가운데는 발효로 보존하거나 변형한 음식이 많다. 예를 들면 새콤하고 향이 좋은 식초, 짭짤하고 감칠맛이 나는 간장과 생선 소스, 짭짤하고 새콤한 피클, 시고 매운 맛의 머스터드, 달고 시고 과일 맛이 강한 케첩 등이다. 다음으로 궁그그이 맛 내기 음식인 소스가 있다. 요리사는 특별한 음식을 위한 소스를 계획하고 준비하며, 소스를 어떤 맛으로도 만들 수 있다. 소스에는 양념이 항상 들어가며, 때로는 콘디먼트가 들어가고, 때로는 주재료 자체 또는 다른 재료 또는 조리 과정의 맛을 인공적으로 강화한 향이 들어간다.
소스는 강화된 풍미뿐만 아니라 입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감촉의 즐거움도 준다. 요리사들은 동물이나 식물 조직의 움직이지 않는 견고함과 물처럼 형태가 없는 묽음 사이 어딘가 정도의 농도를 갖도록 소스를 만든다. 입안에서 살살 녹아 그대로 넘어가는 잘 익은 향긋한 과일의 농도나 살코기와 크림과 버터에 계속해서 풍부하고 촉촉한 맛을 전해 주는 지방질의 농도가 소스의 농도와 비슷하다. 소스는 흐르는 성질 때문에 고체 음식의 표면을 고르게 코팅할 수 있고 기분 좋은 촉촉함도 안겨 준다. 한편,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견고한 성질도 있어서, 음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혀와 입천장에 달라붙어 맛의 경험을 연장하며 풍부한 맛의 감각을 제공한다.
소스가 전해 주는 마지막 즐거움은 매력적인 모양새다. 물론 딱히 설명할 만한 외향적 특징이 없는 소스들도 많다. 하지만 주재료인 과일이나 야채 덕분에 색상이 화려하거나, 굽거나 오래 끓이는 과정에서 품격의 깊이가 나타나는 소스도 있다. 아름다운 반짝임이 있는 소스가 있는가 하면, 흥미로운 투명한 빛을 띠는 소스도 있다. 소스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보면 그 소스를 얼마나 세심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맛이 얼마나 강렬하고 투명할 것이며, 혀에 어떤 존재감이 느껴지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요컨대, 다가올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소스를 만드는 기본적인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대다수는 정연한 식물과 동물 조직을 파괴해 맛이 들어 있는 즙을 짜내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원재료에서 추출된  즙은 짜내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원재료에서 추출된 즙은 다른 맛난 재료들과 결합될 수 있으며, 대게 점도를 높이면 소스가 음식과 입안에 오래 머무는 이점이 생긴다. 요리사는 물 분자의 흐름을 방해할, 다양한 종류의 커다란 분자나 입자를 즙에 채움으로써 소스를 걸쭉하게 만든다. 이번 장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처럼 소스를 걸쭉하게 만드는 방법과 응용 방법을 다루는 데 할애할 예정이다.
소스는 다른 두 가지 기본적인 요리와 밀접한 친척 관계에 있다. ‘수프’역시 다양한 농도를 갖는 액사의 음식이지만 향이 소스보다 다소 덜 농축되어 있어서 다른 음식에 악센트를 주는 용도가 아니라 그 자체를 요리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소스와 구별된다. ‘젤리’역시 상온에서 굳을 정도로 다량의 젤라틴을 함유한 걸쭉하게 만들어진 유동체이며, 따라서 입안에 들어가면 하나의 소스로서 녹는 일시적으로 고체인 음식이다.

소스(sauce)와 드레싱(dressing)의 차이점

레스토랑이나 호텔의 주방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도 빈번하게 사용하는 소스와 드레싱. 생김새와 역할이 비슷할 것 같은 소스와 드레싱은 실제로 미묘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소스와 드레싱을 만들기 위해서 식초, 기름, 크림, 야채, 과일, 향신료 등이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소스는 액상화된 퓨레를 리덕션(reduction)시켜 마지막에 간을 한다. 이와 달리 드레싱은 소스처럼 한 번에 간을 하면 소금이나 설탕이 잘 녹지 않아 간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만드는 도중에 간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산성 성분의 레몬즙은 드레싱의 마지막에 넣어주어 풍미를 살린다.

소스와 드레싱은 현대로 접어들면서부터 그 맛과 성분 그리고 조제 과정이 비슷해지기 시작했지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면 ‘농도’의 차이로 구분할 수 있다. 야채나 과일에 드레싱을 올리면 그 모양이 넓게 퍼지면서 흘러내리게 되는 반면, 소스는 그 모양을 유지하는 ‘선’의 모습을 지닌다. 소스는 주 내용물과 유상액(기름 혹은 육수)의 비율이 8:2 정도로 유지되지만 드레싱은 5:5 혹은 4:6의 비율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소스는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전채요리나 디저트에 많이 사용되며, 드레싱은 샐러드에 활용되곤 한다.


소스의 역할

소스는 주요 식재료와 맛의 궁합을 이뤄 전체적인 맛을 증진시키고 음식의 풍미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음식에 소스를 첨가함으로써 아름다운 색의 조화를 맞춰 내며 산미와 수분을 더해주어 식욕을 촉진시키고 소화를 용이하게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소스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요 식재료와의 궁합을 잘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세시대의 미식가들은 하나의 요리에 하나의 소스만을 사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하였다. 가령 생선 요리에는 생선의 비린내를 가릴 수 있는 허브 소스를 준비해 내고 육류나 가금류처럼 무거운 음식에는 음식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는 레드와인 소스나 과일 소스를 첨가하라고 하였다.
  
Tip 소스를 뿌릴 때 주의해야 할 점
- 소스의 양은 항상 음식의 양보다 적어야 한다.
- 소스의 농도에 주의한다.
- 음식을 제공하는 시간에 맞춰서 뿌려야 한다.
- 소스의 온도를 일정하게 조절해서 제공될 수 있게 한다.



유럽 소스의 역사

유럽은 현대에 폭넓은 사랑을 받는 소스를 발전시킨 여러 지역 가운데 단지 한 곳에 불과하다. 현재 대두를 주재료로 한 중국의 소스, 향신료로 맛을 내고 걸쭉하게 만든 인도의 소스, 고추로 걸쭉하게 만든 몰레와 살사 같은 멕시코 소스등 수많은 소스들이 탄생지와 상관없이 넓은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수세대의 요리사들이 소스를 체계적인 예술로 승화시키고, 한 나라의 별미를 만들어서 표준으로 격상시킨 중심지는 바로 유럽, 더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다.

고대

유럽에서 소스와 유사한 요리가 실질적으로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 25년, 고대 로마의 한 시인은 허브, 치즈, 기름, 식초를 잘 갈아서 플랫브레드에 바를 얼얼하고 짭짤하고 향긋한 맛의 스프레드-페스토 제노베세의 전신-를 만드는 시골 농부를 묘사했다.
그로부터 200~300년이 지난 후에 아피키우스의 저작으로 간주되는 로마 시대의 책을 보면 소스가 로마 상류층 식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조리법 500가지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소스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소스를 영어 juice의 어원인 ‘ius'라고 부르고 있다. 대부분의 소스에는 적어도 대여섯 가지의 허브와 향신료, 식초와 꿀, 발효시킨 생선 소스의 일종인 기름이 들어간다. 가룸은 소스에 짭짤함, 감칠맛, 향을 제공했다. 소스를 걸쭉하게 만드는 방법도 다양했다. 맛 내기 재료 자체를 분쇄하는 방법, 견과나 쌀을 갈아서 만드는 방법, 성게나 간을 갈아 넣는 방법, 빵이나 페이스트리 조각을 넣는 방법, 순수한 밀 전분을 넣는 방법,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달걀노른자를 넣는 방법 등이 있었다. 소스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도구는 당연히 막자사발이었다. 그러나 성게, 달걀, 전분은 소스를 걸쭉하게 만드는 조금 더 세련된 방법들의 초기 버전이었다.

중세 : 정제와 농축

아피키우스가 활동하던 시대부터 14세기 사이의 유럽 요리에 관해서는 알려진게 별로 없다. 14세기 이후에는 조리법과 관련된 글이 다수 남아 있다. 어떤 면에서 소스 만들기는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중세 소스에도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며, 여전히 막사발과 막자로 재료들을 찧는다. 또 로마 시대의 점도제들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다만 이 시기부터 육류와 채소류가 들어가기 시작한다. 빵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색과 맛을 더했다. 순수한 전분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으며, 크림과 버터는 아직 쓰지 않았다.

새로운 맛, 투명함, 젤리

하지만 중요한 변화도 있었고, 진정한 발전도 있었다. 생선 소스가 사라지고 대신 식초와 설익은 청포도 즙, 즉 베르주를 사용하게 되었다. 부분적으로는 유럽인들을 아랍 땅에 데려가고, 아랍 상인들과 전통들에 접촉할 수 있게 해준 십자군 덕분에 지중해 지역에 한정된 여러 향료들이 아시아에서 온 이국적인 수입품들, 특히 계피·생강·그레인오브파라다이스 등으로 대체되었다. 이제 소스이 점도 조절용 견과로는 아몬드가 쓰였다. 막자사발은 또 다른 필수 불가결한 도구와 결합되었으니, 바로 소스를 걸쭉하게 만드는 재료와 향신료와 거친 입자를 걸러 내서 좀 더 고운 소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체 또는 여과기다. 고기 브로스를 농축시키는 원치 않는 수분을 증발시켜 버리는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콩소메와 고형의 젤리가 개발됐다. 이것들이 소중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육류나 어류를 코팅해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산패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것이었다. 15세기에는 투명한 젤리를 더 맑게 만들기 위해서 미세한 입자마저 제거하는 개선된 형태의 여과기가 등장 그것은 바로 달걀흰자 거품을 이용해 내부로부터 액체를 맑게 하는 방법이었다.

소스 용어

중세에 나타난 또 하나의 중요한 진전은 소스를 비롯해 그 밖의 향이 그윽한 액상 요리들에 대한 새로운 용어가 면밀하게 정리되었으며, 이러한 음식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로마의 ‘이우스’라는 단어는 ‘소금을 넣은’이라는 뜻의 라틴어 ‘살수스’의 파생어로 대체되었다. 프랑스의 ‘소스’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살사’가 그것들이다. 프랑스에서 ‘주’는 ‘고기즙’이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바뀌었으며, ‘부용’은 고기를 물에 넣고 뭉근히 끓여서 만든 스톡을 뜻하게 되었다. 또 ‘쿨리’는 소스, 포타지, 그 밖의 준비된 음식물에 향과 실팍함을 가미한 걸쭉한 고기 요리를 뜻했다. 프랑스어 ‘수프’는 영어의 ‘소프’에 해당하는 단어로, 빵 조각을 듬뿍 넣은 풍미 가득한 국물을 가리켰다. 수많은 문헌들이 레시피를 범주별로 나누고 있는데, 익히지 않은 고기 소스, 익힌 소스, 고기를 넣고 익힌 소스, 고기와 함께 내는 소스, 묽은 포타지, 걸쭉한 포타지 등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영어 ‘그레이비’가 등장한다. 이 단어는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프랑스어 ‘그라네’에서 파생된 것만은 분명하다. 한편 ‘그라네’는 ‘곡류로 만든, 곡물의’라는 뜻의 라틴어 ‘그라나투스’에서 파생되었는데, 독립적인 향신료와 액체를 섞은 혼합물이 아니라 고기와 고기즙으로 만든 일종의 스튜다.

현대적인 소스의 초기 형태들 : 고기 진액과 유화제

현재 우리가 먹는 소스들이 개발된 것은 1400년에서부터 1700년까지의 300년 사이다. 레시피들은 예전보다 적은 종류의 향신료와 가벼운 취급을 요구하고 있다. 식초와 베르주는 레몬 즙으로 대체 되었고, 입자가 거친 빵과 아몬드로 농도를 조절하는 대신 밀가루와 버터-달걀 유화제를 점도제로 썼다. 프랑스에서는 고기 브로스가 고급 요리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실험과학이 번성하기 시작했으며 영향력 있는 일부 프랑스요리사들은 스스로를 고기의 과학자, 고기 연금술사로 여겼다. 1750년 무렵 프랑수아 마랭은 200년 전에 기술된 중국의 맛 조화 이론을 답습하는 듯하지만, 거기에 몇 가지 영리한 변화를 준다.
프랑스의 마랭과 중국의 이윤 모두 맛의 조화와 균형을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의 솥에는 단맛·쓴맛·신맛·짠맛·매운맛을 내는 재료들이 함께 들어가는 반면에 프랑스인들의 냄비에는 육즙만이 들어가며, 육즙을 농축해서 복합적이고 조화로운 맛을 창조한다. 마랭은 식초와 베르주를 넉넉하게 넣고 아시아 향신료를 넣은 “좋은 맛은 오래된 요리법의 매운 국물과 시큼한 라구를 금지시켰다”라고 썼다. 이제 ‘요리의 정수’는 고기 부용이었다. 육즙은 그 진액으로, 요리사는 육즙을 추출하고 농축시켜 두었다가 다른 음식에 그 맛과 영양분을 입히는 데 썼다. 소스의 목적은 음식에 새로운 맛을 첨가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음식물 본연의 맛을 깊게 하고, 그 맛을 다른 요리들의 기저에 깔린 맛을 통합하는 데 있다.
이러한 요리들 가운데 상당수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살코기를 필요로 하면서도, 정작 완성된 요리에는 살점이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면, 약간의 콩소메를 만드는데 쇠고기와 송아지 고기 각 1킬로그램, 메추라기 2마리, 암탉1마리, 상당량의 햄이 들어갔다. 이 고기를 부용-이것 역시 고기 추출물에다-에 넣고 액상의 부용과 고기즙이 증발할 때까지 익히면 고기가 팬에 눌어붙기 시작하면서 캐러멜화된다. 그런 다음 몇 가지 채소와 함께 부용을 더 붓고 4시간 동안　끓인 다음, 체에 거르면 ‘황금빛의 순하고 매끈하고 기운을 돋우는’ 진액이 완성된다.

프랑스 소스의 만개

마랭은 부용, 포타지, 주스, 콩소메, 레스토랑, 쿨리, 소스, 등을 집대성한 자신의 책을 ‘요리의 토대’라고 불렀다. 그는 이런 요리법에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부르주아 가정에서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도 ‘무한히 다양한 소스들과 스튜들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 요리 책에는 수십 가지의 수프와 소스들이 포함되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고전적인 소스들이 개발되고 이름이 붙여졌다. 그 가운데는 육즙 요리의 대안들도 있는데, 두 가지의 달걀 소스, 홀랜데이즈와 마요네즈, 그리고 우유·버터·밀가루로 만든 기본적이고 담백한 흰색 소스인 경제적인 베샤멜소스 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압도적인 다수는 고기로 만든 소스들이었고, 프랑스 요리의 저변을 구성하고 각 구성 요소를 통합하는 것은 육즙이었다.

고전적인 프랑스 시스템 : 카렘과 에스코피에

1789년에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난다. 프랑스의 귀족들이 대거 몰락하면서 그들에게 고용되어 있었던 요리사들도 예전처럼 무제한적인 지원과 자원을 가질 수 없었다. 실직을 당했다가 최초의 고급 레스토랑을 개업함으로써 살길을 모색한 요리사들도 생겨난다. 유명한 요리사였던 앙토냉 카렘은 프랑스대혁명이 요리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카렘은 《프랑스 호텔 요리장》서문에서 ‘옛 요리의 화려함’은 사람과 재료에 대한 영주의 아낌없는 지출 덕분에 가능했다고 썼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운 좋게 일자리를 잃지 않은 요리사는, 도움이 부족한 상태에서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공정을 단순화함으로써 최소한의 자원을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었다. 필요는 모방을 낳았다. 자원의 부족은 재능으로 보안했으며 완벽함의 어머니인 경험은 현대요리에 중요한 발전을 가져옴으로써 건강에 유익하면서도 동시에 단순한 요리를 가능케 했다.  레스토랑도 이러한 발전에 한몫했다. ‘대중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상업적인 레스토랑 주방장은 좀 더 참신하고 ‘우아’하며 ‘정성이 깃든’ 요리를 개발해야 했다. 요컨대 프랑스대혁명은 요리의 발전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소스 가족들

카렘은 요리의 발전에 수많은 기여를 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소스 분야에서였을 것이다. 《19세기 프랑스 요리의 기술》에서 펼친 그의 아이디어는 마랭이 예측했던 무한한 가능성을 체계화하고, 그리하여 요리사들이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카렘은 당대의 소스를 네 가지 집단으로 분류했다. 각각의 집단은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소스를 모체로 하고, 기본적인 주제에 변형을 줘서 모체에서 파생된 소스로 확장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소스들 가운데서는 에스파뇰이 고도로 농축한 값비싼 고기 추출물을 기반으로 했다. 벨루테와 알망드 는 농축하지 않은 스톡을 사용하는 소스였다. 밀가루로 농도를 조절하는 소스가 많았기 때문에, 고기로 만든 부용을 조리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었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자원의 결핍과 부족에 시달렸던 요리계는 이러한 접근법을 반겼다. 모체 소스를 먼저 준비한 후, 참신하면서도 거창하지 않은 변형을 주고, 식사가 나가는 마지막 순간에 양념을 했다. 레이먼드 소콜로가 클래식 소스 안내서 《소스 요리사의 도제》에서 표현한 것처럼, 모체 소스는 ‘최고급 편의 식품’으로 간주되었다. 카렘 이후 100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프랑스 고전 요리를 집대성한 책인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의 《요리의 길잡이》에는 디저트 소스를 제외하고도 거의 200여 가지의 다양한 소스들이 실린다. 에스코피에는 프랑스 요리가 탁월한 것은 바로 소스 때문이라고 간주했다. “소스는 요리의 핵심 요소다. 오늘날까지 프랑스 요리의 우수함을 만들고 유지한 것도 소스다.”
물론 이러한 조미 시스템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문 요리사들 덕분이다. 전문 요리사뿐만 아니라, 프랑스 가정 요리도 소박한 가정 요리만의 개성 있는 전통을 구축했다. 오랜 시간 서서히 조려야 하는 스톡이나 소스에 들어가는 노동과 비용이 내키지 않았던 중산층 가정주부들은 다른 방식을 개발했다. 예를 들면, 덩어리 고기를 다듬고 남은 자투리로 브로스를 만들거나, 이 브로스에 로스팅팬에서 데어 낸 맛난 외피를 녹이고, 조려서 농축시켜야 할 물기가 비교적 적은 이것을 끓이거나, 크림이나 밀가루로 결합력을 높이거나 하는 식이었다.

이탈리아와 영국의 소스

퓌레와 육즙

중세부터 16세기를 통틀어 이탈리아 궁정 요리는 프랑스 요리만큼 혁신적이었으며, 때로는 프랑스 요리보다 더 혁신적이었다. 역사적인 클라우디오 벤포라트에 따르면, 이탈리아에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열강이 이탈리아궁정에 미친 영향 때문에 대체적으로 이탈리아의 정치와 문화가 쇠퇴한 17세기에 이탈리아 궁정 요리 역시 침체기를 맞았다고 한다. 이탈리아만의 개성을 지닌 소스로 알려진 소스들은 주로 이탈리아 국내에서만 사용되며, 비교적 정제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농축 진액보다는 전체 재료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토마토와 바질 잎사귀로 만든 퓌레를 예로 들 수 있다. 기본적인 이탈리아 미트 소스인 ‘수고’는 18세기에 마랭이 만든 콩소메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고기를 서서히 익혀서 스톡을 우려내고, 스톡을 농축해서 팬 바닥에 노릇노릇하게 남기고 스톡을 사용해서 갈색으로 변한 침전물을 다시 용해한 후, 다시 농축해서 그 자체가 갈색으로 변하게 만든다. 이 과정을 반복해서 농축된 맛을 추출한다. 하지만 스톡을 우리고 난 고기를 버리지 않고 소스에 포함시켰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프랑스 남부를 포함한 지중해 지역 대부분에서는 육즙을 추출하는 것보다는 맛을 혼합하고 강조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영국의 소스: 그레이비와 콘디먼트

18세기에 도메니코 카라촐리가 프랑스와 영국 소스를 간접적으로 비교하면서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 명언은 다음과 같다. “영국에는 60개의 종교와 단 1개의 소스가 있다.” 그 소스는 바로 녹인 버터다! 독설가인 알베르토 덴티 디 피랴노는 《교양 있는 미식가》의 소스와 관련된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신랄한 글을 남겼다.

닥터 존슨은 소스를 음식의 맛을 배가하기 위해서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닥터 존슨처럼 지성과 교양을 갖춘 사람의 표현력이 ···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다. 그런데 닥터 존슨이 영국인이란 사실을 떠올려 보면 그리 놀랄 일만도 아니다.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자국 음식에 어떤 맛도 낼 줄 모르는 영국인들은 아무 맛도 없는 영국 요리에 맛을 내기 위해서 소스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이 불쌍한 민족의 테이블 위에는 소스, 젤리, 미리 만든 추출물, 병에 든 소스, 처트니, 케첩이 즐비한가보다.

영국 요리의 기준은 궁정이나 귀족 가문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집안의 관습과 농촌 지역의 소박함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영국인들은 진액이니 정수니 하는 프랑스 요리사들을 비웃었다. 프랑스의 미식가인 브리야-사바랭은 수비즈 대공의 요리사가 저녁 파티 한 번에 쓰일 용도로 햄 50개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혹시 식재료를 빼돌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요리사는 소스를 만들려면 고기가 왜 그만큼 필요한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분부만 내려 주십시오. 주인님께서는 햄이 왜 50개나 필요한지 의아하게 생각되시겠지만, 햄 50개로 주인님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유리병에 들어가는 엑기스를 즉석에서 뽑아낼 수 있습니다!” 황태자는 맛을 농축하는 요리사의 능력에 깜짝 놀라면서 설득당했다고 한다. 한편, 18세기에 인기를 끌었던 요리 책에서 영국 작가인 한나 글라스는 소스에 곁들여지는 요리보다도 더 많은 고기가 재료로 들어가는 프랑스의 소스 조리법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녀는 적은 양의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을 낭비하는 “일류 프랑스 요리사들의 어리석음”에 대해 언급한다. 그녀가 주로 사용한 소스는 고기 약간, 당근, 양파, 허브와 향신료 몇 가지를 노릇노릇하게 볶은 후 밀가루를 첨가해서 흔들고, 물을 첨가한 다음, 뭉근하게 끓여서 만드는 ‘그레이비’였다. 19세기에는 그레이비와 마찬가지로 담백한 소스인 안초비, 굴, 파슬리, 달걀, 케이퍼, 버터로 만든 소스가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덴티 디 피랴노가 조롱했던 우스티셔 소스와 처트니와 캐첩은 언제 등장했을까? 이 콘디먼트들은 동인도회사의 무역 활동 덕분에 17세기에 영국 요리의 일부가 되었다. 동인도회사는 강렬한 맛의 저장 식품인 아시아의 간장과 생선 소스-인도네시아의 케캅과 함께 -와 피클로 만든 과일과 채소를 영국에 들여왔다. 이국에서 들여온 요리들 가운데는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감칠맛이 나는 요리가 많았는데, 영국에서는 아시아 요리와 비슷하게 감칠맛을 내는 안초비를 사용해서 유사한 형태들을 창조해 냈다. 우리에게 친숙한 토마토케첩은 짭짤하고 시큼하고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토마토 저장 식품을 달콤하게 만든 형태다. 카렘과 동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윌리엄 키치너는 자신의 요리 책에 베샤멜 레시피를 실었다. 키치너는 고전적인 벨샤멜소스를 위한 레시피를 포함시키고 잇었을 뿐 아니라 파슬리, 오이 피클 또는 호두, 버터, 밀가루, 브로스, 식초, 케첩, 겨자가 들어간 ‘와우 와우 소스’도 소개한다. 이처럼 강한 맛의 혼합물인 소스들은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었으며, 곁들이는 음식 맛을 미묘하게 강조하는 게 아니라, 강렬한 대조를 이뤘다.

오늘날의 소스들: 누베로가 포스트 누벨

20세기: 누벨 퀴진

18세기에 프랑수아 마랭과 그의 동료들은 부응을 기본으로 하는 요리를 새로운 요리라는 뜻으로 ‘누벨 퀴진’이라고 명명했다. 카렘과 에스코피에는 새로운 소스 몇가지를 첨가해 누벨 퀴진을 발전시켜서 프랑스 고전 요리로 만들었을 분만 아니라, 누벨 퀴진을 서양 고급 만찬의 표준이라는 지위에 등극시켰다. 고전 요리를 만드는 방식은 점점 더 엄격해지고 예측 가능해졌다.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동일한 모체 소스로 동일한 표준 요리를 만드는 격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영화계에 뉴 노블과 뉴 웨이브가 유행했듯이 요리에서도 뉴 누벨퀴진이 부상했다. 1960년대 폴 보쿼즈, 미셸 제라드, 요리 명가인 트루아그로, 알랭샤펠을 위시한 여러 저명한 프랑스 요리사들이 프랑스 전통을 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그들은 요리사의 창의적인 역할과 단순함, 경제성, 신선함의 미덕을 주장했다. 그들은 음식을 증루해서 진액만 추출하는 방식을 주장했다. 그들은 음식을 증류해서 진액만 추출하는 작업을 지양하고 음식 본연의 맛을 살리는 방식을 주장했다.
1976년, 요리 전문 기자인 앙리 고와 크리스티앙 미요는 ‘누벨 퀴진 십계’를 발표했다. 십계 가운데 일곱 번째는 ‘브라운소스와 화이트소스를 사용하지 말라’였다. 미셸 제라드에 따르면, 새로운 세대의 요리사들도 여전히 “소스가 요리의 주춧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단지 그것들을 좀 더 선별적으로 또 절제해서 사용했다. 이전보다 맛을 가볍게 한 송아지 고기, 달고기, 생선스톡을 조림 국물이나 브레이즈 국물로 사용했다. 이것들을 조린 것은 팬 소스를 만들 때 마지막에 맛의 깊이를 더하는 데 썼다. 소스의 점도제로는 밀가루나 전분보다 크림, 버터, 요구르트 생치즈, 채소, 퓌레, 기포가 가득한 거품을 더 자주 사용했다.

포스트 누벨: 다양하고 혁신적인 소스들

21세기 벽두에 고전적인 화이트소스와 브라운소스가 드물어지자 우리는 오히려 그것들이 지닌 미덕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스톡과 스톡 농축액을 식탁에 올리는 가정과 레스토랑의 경우, 스톡을 처음부터 만드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스톡과 같은 제품은 공장에서 제조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에 품질 좋은 스톡이 냉동 제품으로 시판되었다. 누벨 퀴진 시대에 인기를 얻은 맛이 진한 크림소스와 버터소스도 점차 사라졌다. 크림소스와 버터소스보다 단순한 브로스, 팬 디글레이징, 비네그레트는 더 찾기 힘들어졌다. 국경을 넘나드는 현대 요리의 특성 덕분에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다양한 소스를 접하게 되었다. 다양한 소스들 가운데 상당수는 메인 요리와 대조를 이루도록 과일, 채소, 견과, 향신료로 만든 퓌레 혹은 간장이나 생선 소스가 기반이 되는 아시아식 디핑 소스들이다. 이들 소스는 고전적인 프랑스식 소스들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덜 들어갈 뿐만 아니라 종종 기술도 덜 필요하기 때문에 레스토랑 경영자로서는 반길 만했다. 부유물, 유화제, 거품, 젤리와 같은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특이한 도구나 재료를 가지고 실험을 하는 혁신적인 요리사들도 있다. 예를 들면, 액화 질소나 고성능 분쇄기를 사용하거나 해초와 미생물에서 추출한 재료들을 점도제로 쓰는 방법 등이다.
이윤과 프랑수아 마랭이 묘사했던 미묘하고도 섬세한 맛의 조화는 현대 소스에서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선택 할 수 있는 ‘욕망의 정수’들은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