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 소스물성 : 젤라틴, 단백질, 탄수화물, 전분, 퓨레, 유화,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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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과학 : 젤라틴과 단백질 B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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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음식과 요리 (해롤드 맥기)

젤라틴과 그 밖의 단백질로 걸쭉하게 만든 소스들

팬에 고기나 생선만 넣고 부드럽게 가열하면 풍미 가득한 즙이 흘러나온다. 보통 우리는 수분이 배출되자마자 증발되도록 팬을 충분히 뜨겁게 달군다. 그렇게 해야 풍미 분자들이 고기와 팬 표면에 농축되어 서로 간에 반응을 일으켜 갈색 색소들과 새로운 풍미 분자들을 생성하게 된다.
그런데 즙이 즙으로 남으면, 그 자체가 매우 기본적인 소스가 된다. 고기에서 나온 이즙을 그것들의 고향이었던 응고된 단백질 덩어리에 뿌려 거기에 풍미와 수분을 보탤 수가 있다. 문제는 고기나 생선이 그 덩어리의 크기에 비해 즙은 조금밖에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리사들은 이 즙에 대한 우리의 식욕을 충분히 만족시키기 위해 육류와 어류 소스 자체를 만드느 방법을 고안해 냈다. 이러한 소스에서 주된 점도제는 고기나 생선을 익힐 때 나오는 젤라틴이라는 특이한 단백질이다. 다른 동물성 단백질들도 소스를 걸쭉하게 만드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나중에 보겠지만, 그것들은 행동 양태가 매우 달라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젤라틴의 독특함

젤라틴은 단백질의 일종이지만, 요리사들이 쓰는 다른 단백질과는 성격이 다르다. 음식물에 들어 잇는 거의 모든 단백질은 열에 반응해서 풀리고, 서로 항구적으로 결합하고, 탄탄한 고형의 덩어리로 응고된다. 젤라틴 분자들은 독특한 화학적 구성 때문에 서로 간에 쉽게 항구적인 결합을 형성하지 못한다. 그래서 열은 단지 그것들을 흔들어서 서로 묶어 주는 약하고 한시적인 결합으로부터 느슨하게 떨어져 나오게 만들고, 물속에 분산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젤라틴 분자들은 매우 길고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혼합물에 분명한 바디를 주며, 고형의 겔로 굳기도 한다. 그러나 젤라틴은 점도제로서는 비효율적이다. 젤라틴 분자들은 매우 유연한 반면에, 전분을 비롯한 탄수화물 분자들은 뻣뻣해서 물 분자들의 이동이나 서로의 이동을 잘 차단한다. 보통 젤라틴으로 걸쭉하게 만든 소스에 전분을 넣어 보강하는 데는 이러한 이유도 있다. 젤라틴만 넣을 경우에는 10퍼센트 이상의 높은 비중으로 첨가해야만 실질적인 바디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비중을 높여도 소스는 차가운 접시에서 금세 엉기며, 이빨에 달라붙을 수 있다.

젤라틴은 콜라겐에서 나온다

고기나 생선에서 자유로운 젤라틴 분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젤라틴 분자들은 서로 강하게 엮여서 콜라겐이라는 질긴 결합조직 단백질을 형성하고 있다. 콜라겐은 근육, 힘줄, 피부, 뼈에 역학적 힘을 제공한다. 1개의 젤라틴 분자는 1000여 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사슬이다. 이 아미노산들의 반복적인 패턴 덕분에 3개의 젤라틴 분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맞물려 3중 나선 형태로 원사회복이 가능한 약한 결합을 형성한다.
요리사들은 열을 가해 콜라겐 섬유를 해체해서 젤라틴을 만든다. 육상동물의 근육의 경우, 근육 분자들을 자극해서 3중 나선의 약한 결합을 해체시킬 수 있는 온도는 60°C 안팎이다. 이 온도에서 콜라겐 섬유의 질서정연한 구조가 붕괴되고 섬유들이 쪼그라들면서 근섬유들 속에 들어 있던 즙을 짜내게 된다. 즙에는 섬유들이 들어 있으며, 개별 젤라틴 분자들 또는 작은 젤라틴 분자 덩어리들이 즙 속에 흩어져 있기도 하다. 고기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젤라틴이 분리되어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의 콜라겐 섬유들은 강한 교차 결합 덕분에 온전히 남아있다. 동물의 나이가 많을수록, 콜라겐 섬유들이 더 강하게 교차 결합되어 있다.

고기에서 젤라틴과 풍미 추출하기

고기를 구성하는 근육들은 수축 운동을 하는 단백질 섬유들과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백질 섬유들은 물에 분산되지 않는다. 근육에서 물에 녹아서 분산되는 물질은 무게 기준으로 1퍼센트를 차지하는 콜라겐, 5퍼센트를 차지하는 그 밖의 세포 단백질들, 2퍼센트를 차지하는 아미노산 및 그 밖의 감칠맛 분자들, 1퍼센트를 차지하는 당과 그 밖의 탄수화물들, 역시 1퍼센트를 차지하는 칼륨과 인을 비롯한 미네랄들이다. 뼈에는 콜라겐이 약 20퍼센트, 돼지 껍질에는 약 30퍼센트, 연골이 많은 송아지 도가니 살은 40퍼센트까지 들어있다. 뼈와 껍질 부분은 살코기보다 젤라틴을 추출하기 좋은 부위이며, 소스의 농도를 걸쭉하게 만들기에 적합하다. 그런데 뼈와 껍질에는 풍미를 제공하는 다른 수용성 분자들이 아주 조금밖에 들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훌륭한 고기 맛을 내는 소스를 만들려면 뼈나 껍질이 아니라 살코기에서 소스를 추출해야 한다.
살코기를 완전히 익히면 무게의 40퍼센트 정도가 육즙으로 흘러나오며, 조직의 온도가 70°C에 이르면 육즙의 유출이 거의 멈춘다. 육즙의 대부분은 물이며, 나머지는 물에 떠다니는 수용성 분자들이다. 고기를 물에 넣고 삶으면 장시간에 걸쳐 젤라틴이 결합조직에서 풀려나와 추출된다. 스톡을 만들 때 추출시간이 생선일 경우 1시간미만, 닭고기나 송아지 고기는 몇 시간, 쇠고기는 하루 종일이다. 최적 추출시간은 뼈와 살코기 조각의 크기와 해당 동물의 나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비육우용 거세 수소는 송아지에 비해 교차 결합된 콜라겐이 많기 때문에 스톡을 내는 데 더 오래 걸린다. 추출 시간이 길어지면 이미 용해된 젤라틴 분자들은 소스의 점도제로서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더 작은 조각들로 분해된다.

고기 스톡과 소스들

고기와 생선으로 소스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최종 요리에 쓸 고기를 익힐 때 나온 육즙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육즙에 감미를 하고, 마지막 순간에 퓌레·유화제·전분 기반 혼합물로 점도를 높이면 된다. 프랑스 요리사들이 개발한 좀 더 다목적인 시스템에서는, 살코기와 뼈로 미리 우려 놓은 추출액을 가지고 시작한다. 이 스톡을 최종 요리를 익히는 데 쓰거나 또는 이 스톡을 조려서 강하게 감미하고 묵직한 바디가 있는 소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스톡과 농축액은 한때 레스토랑 요리의 핵심이었다. 이것들은 지금은 덜 중요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고기 소스 기술의 화려함을 상징한다.

재료의 선택

고기 스톡을 만들 때의 목표는 농축했을 때 묵직함이 느껴질 만큼 젤라틴을 충분히 함유한 짙은 풍미를 가진 액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고기는 값비싼 재료이고 탁월한 풍미의 원천이지만, 젤라틴 공급원으로서는 고만고만하다. 뼈와 껍질은 덜 비싸고, 빈약한 풍미의 원천이지만, 젤라틴 원으로서는 탁월하다. 따라서 가장 풍미가 좋고 값비싼 스톡은 고기로 만든 것이며, 가장 묵직하면서 가장 값싼 스톡은 뼈와 돼지 껍질로 만든 것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톡은 대게 이것들을 적절히 섞어서 만든 것이다. 쇠고기와 닭고기로 만든 스톡은 재료가 다른 만큼 맛도 다르다. 반면에 송아지 뼈와 송아지 고기는 중립적인 맛을 낼 뿐 아니라 수용성 젤라틴 비중이 높은 까닭에 높이 친다. 연골이 많은 송아지 도가니와 발은 특히 젤라틴이 많다. 표준적인 방법은 고기와 뼈를 그 무게의 1~2배에 해당하는 물에 넣고 삶아서 합한 무게의 1/2 정도에 해당하는 스톡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삶는 동안에 물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재료를 잘게 썰어 넣을수록 내용물이 빨리 물속으로 추출된다.
요리사들은 풍부한 맛을 내기 위해서 고기와 뼈뿐이 아니라 셀러리·당근·양파 등의 향신채들과 갖가지 허브들, 대로는 와인을 함께 넣어 익히기도 한다. 당근과 양파는 향뿐만 아니라 당도에도 기여하며, 와인은 신맛과 감칠맛을 더해 준다. 이 단계에서 소금을 첨가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고기와 채소에서 약간의 소금을 배출하며, 스톡이 조려지면서 염도가 농축되기 때문이다.

스톡 조리하기

고전적인 고기 스톡은 최대한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이 스톡으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수프 브로스와 아스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톡 만들기의 세부 사항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불순물들, 특히 보기 흉한 회색 입자들로 응고되는 수용성 세포 단백질들을 제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먼저 뼈와 고기를 깨끗하게 씻는다. 옅은 색깔의 스톡을 만들때는 이것들을 냉수에 넣고 끓인 다음, 꺼내서 물로 헹군다. 이렇게 살짝 익히는 단계를 거치면 표면의 불순물들이 제거 되고 뼈와 고기의 표면 단백질들이 응고되어서 조기 국물을 탁하게 만들지 않는다. 브라운소스에 쓸 짙은 색깔의 스톡을 만들 때는 뼈와 고기를 먼저 뜨거운 오븐에서 구워서 단백질과 탄수화물 간에 메일라드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색깔과 강한 구운 고기 맛을 낸다. 이 과정에서 표면의 단백질이 응고되기 때문에 따로 물에 넣어 익힐 필요가 없다.

찬물에 넣고, 뚜껑을 덮지 않고, 천천히 가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깃덩이를 물속에서 살짝 익히거나, 오븐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운 후 뚜겅을 덮지 않은 냄비에 찬물을 붓고 고기를 익히기 시작한다. 약한 불로 천천히 푹 익히면서 주기적으로 표면에 뜨는 기름기와 거품을 제거한다. 찬물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익히면 고깃덩이에서 수용성 단백질들이 빠져나와 서서히 응고되어 걷어 내기 쉽도록 커다란 덩어리를 지어 표면으로 떠오르거나, 또는 팬 옆면에 눌어붙거나 가라앉는다. 뜨거운 물에서 시작하면 수많은 미세한 단백질 입자들이 흩어진 채 마구 떠다녀서 스톡이 탁해진다. 이렇게 끓이면 단백질 입자들과 기름방울들이 마구 휘저어져서 혼탁액과 유화액이 된다. 냄비 뚜껑을 덮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수분이 증발하면서 표면을 식히기 때문에 스톡이 끓어 넘칠 가능성이 적어진다. 또 표면의 더껑이들이 건조해져서 물에 쉽게 녹지 않게 되므로 건져내기가 쉬워진다. 또 스톡에 더 진한 풍미를 주는 농축 과정의 시작이기도 하다.

싱글 스톡과 더블 스톡

표면에 부유물이 뜨는 형상이 잦아들면 채소, 허브, 와인을 넣고 고깃덩이에서 젤라틴과 맛이 우러나올 때까지 뭉근하게 익힌다. 무명천이나 금속 거름망으로 고깃덩이가 눌리지 않게 액체를 가만히 따라 낸다. 고기를 누르면 액체에 탁한 입자까지 걸러진다. 액체를 완전히 식히고 표면에 굳은 지방을 제거한다. 이제 스톡은 재료로 쓰일 준비가 끝났다. 고기 스튜와 브레이즈, 고기 수프에 쓸 수도 있고, 농축해서 소스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스톡에 고기와 뼈를 새로 넣고 매우 강한 풍미를 가진 고급스럽고 값비싼 더블 스톡을 만들 수도 있다.
표준적인 8시간 동안의 추출로는 쇠고기 뼈의 젤라틴 가운데 고작 20퍼센트밖에 우려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 뼈들을 2차로 총 24시간 까지 우려내도 된다. 이렇게 우린 액체를 다음번에 새로운 고기와 뼈를 우려내는 데 쓸 수도 있다.

고기 스톡 농축시키기: 글라스와 데미글라스

원래 부피의 10분의 1로 줄어들 때까지 스톡을 천천히 뭉근하게 끓이면 ‘고기 얼음’ 또는 ‘고기 유리’라는 뜻의 ‘글라드 드 비앙드’가 된다. ‘글라드 드 비앙드’는 고기 스톡을 차게 식혀서 만든 단단하고 투명한 젤리다. 여기에는 젤라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점성이 시럽 같고, 끈적끈적하고, 걸쭉하며, 농축된 아미노산이 들어 있어서 맛이 진하고 풍부하다. 또 오랜 조리 시간 동안 휘발성 분자들이 증발되거나 서로 반응해 버림으로써 원만하지만 밋밋한 향을 낸다. 고기글라스는 소스에 풍미와 바디를 주기 위해 소량씩 사용한다. 스톡과 글라스의 중간 상태를 ‘하프 글라스’ 또는 ‘데미글라스’라고 한다. 데미글라스를 만들려면, 스톡을 원래 부피의 25~40퍼센트까지 조린 다음, 풍미와 색상을 더하기 위해서 종종 토마토 퓌레나 토마토 페이스트를 첨가하고, 낮은 젤라틴 함량을 보충하기 위해 밀가루나 전분을 넣는다. 토마토 입자들과 밀가루의 글루텐 단백질들이 스톡을 탁하게 만드는데, 스톡이 졸아들면 이런 입자들을 걷어내고 마지막에 체에 거른다, 데미글라스 최종 무게의 약 3~5퍼센트를 차지하는 전분을 넣는 주된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지만-스톡을 많이 농축해서 증발로 부피를 줄이지 않고도 농도를 걸쭉하게 만드는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고도로 농축된 젤라틴의 끈적끈적한 농도를 피하면서 스톡의 풍미가 날아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는 장점도 있다.
데미글라스는 여러 가지 다양한 재료들과 최종적인 기름진 점도제들을 첨가해 특별한 풍미와 뉘앙스를 만들어 내는 프랑스의 여러 가지 고전적인 브라운소스들을 위한 바탕재료다. 데미글라스와 글라스는 다양한 재료로 쓰일 수 있지만 만드는 데 지루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에서 대량 생산해 냉동 형태로 팔고 있다.

콩소메와 달걀흰자로 투명하게 만들기

가장 탁월한 수프 가운데 하나가 콩소메다. 독특하면서 여린 바디를 지닌 콩소메는 강한 풍미를 지녔으며, 호박색의 투명한 액체다. 콩소메는 풍미가 빈약한 뼈나 껍질이 아니라 주로 살코기로 우려낸 기본 스톡을 준비하고, 별도로 준비한 채소와 고기를 넣어 다시 한번 우려내면서 동시에 그것을 투명하게 만든다. 콩소메는 수프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일종의 더블 스톡이다. 1인분을 만드는 데 고기가 0.5킬로그램까지 들어간다.
잘게 다진 고기와 채소를 가볍게 거품을 낸 달걀흰자 몇 개와 함께 차가운 스톡에 넣고 저으면 콩소메가 말갛게 된다. 그런 다음 이 혼합물을 약한 불로 줄여서 1시간 정도 뭉근하게 익힌다. 스톡에 열이 가해지면 달걀흰자 단백질들이 올이 가는 무명천 같은 그물조직으로 응고되기 시작하며, 기본적으로 액체를 내부에서 거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새로 첨가한 고기의 수용성 단백질들이 달걀흰자 그물조직에 쉽게 포획되는 커다란 단백질 입자들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단백질 덩어리가 서서히 냄비 표면으로 뗏목처럼 떠오른다. 액체 안의 대류현상으로 떠오른 입자들이 계속해서 이 뗏목에 달라붙는다. 한소끔 끓으면 이 ‘뗏목’을 걷어 내고, 그래도 남은 입자들은 최종적으로 거름망에 걸러서 제거한다. 남은 액체는 굉장히 투명하다. 달걀흰자로 투명하게 만들면 풍미 분자들과 일부 젤라틴까지 스톡에서 제거하게 되는데, 이 작업을 할 때 새로운 고기와 채소를 투입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시판 고기 추출물과 소스 베이스

요즘은 가정이나 레스토랑에서소스나 수프를 만들 때 시판 고기 추출물과 소스 및 수프 베이스를 사용한다. 대량 생산된 고기 추출물의 선두주자는 유스투스 폰 리비히로, 고기 표면을 재빨리 익히면 고기즙이 그 안에 밀봉된다는 잘못된 이론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그는 고기안의 수용성 물질에 영양 가치의 대부분 들어 있다는, 역시 잘못된 믿음에서 추동되었다. 실제로 거기서 감칠맛 성분의 대부분이 들어있기는 하다. 오늘날 고기 추출물은 자투리 고기와 뼈를 물에 넣고 뭉근히 익힌 다음, 스톡을 정화하고 수분의 90퍼센트를 증발시켜서 만든다. 스톡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물이 90퍼센트 이상이며, 용해된 고기 성분은 3~4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최종적인 추출물은 20퍼센트의 물, 50퍼센트에 달하는 아미노산·펩티드·젤라틴 및 그 친척 분자들, 칼륨과 인으로 구성된 20퍼센트의 미네랄, 그리고 5퍼센트의 염분으로 되어 있다. 젤라틴은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걸쭉하게 농축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에서는 1차 조리 시간을 몇 시간 더 연장하고, 투명하게 만든 스톡을 압력솥으로 익힘으로써 의도적으로 젤라틴을 더 작은 분자로 쪼갠다. 고기 추출물의 갈변 반응을 억제하고, 옅은 색상을 유지하고, 구운 맛과 향이 진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75°C 이하에서 수분을 증발시킨다.
이제 제조업체들은 젤라틴을 그대로 두는 좀 더 전통적인 소스 베이스들도 생산한다. 이것들은 종종 데미글라스나 드라스 드 비앙드의 형태로 판매된다.
허브와 깍둑 썬 향신채들을 넣고 살짝 익혀 내면 시판 고기 추출물이나 통조림 브로스의 풍미를 개선할 수 있다. 원제품은 고기 맛밖에 나지 않거나, 농축 과정에서 고기 향까지 제거되는데, 허브나 향이 좋은 채소를 시판 추출물에 넣고 끓이면 원제품에 없던 향을 살릴 수 있다.

생선과 조개로 만든 스톡과 소스들

포유류와 조류처럼 어류의 뼈와 살코기도 결합조직이 풍부하다. 하지만 추운 환경에 적응된 신체를 가지고 있어서 어류의 콜라겐은 퍼유류나 조류의 콜라겐과 다르다. 어류의 콜라겐은 교차 결합된 콜라겐이 적어서 훨씬 더 낮은 온도에서 녹고 용해된다. 틸라피아와 같은 난류 어종의 콜라겐과 젤라틴은 약 25°C에서 녹는다. 대구와 같은 한류 어종의 콜라겐과 젤라틴은 10°C에서 녹는다. 그러므로 어류로 젤라틴을 만들 때는 끓는 점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조리해야 한다. 오징어와 문어의 콜라겐은 생선 콜라겐에 비해 교차 결합된 콜라겐이 많으므로, 연체동물은 젤라틴의 대부분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80°C 정도에서 장시간 익힐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생선 뼈가 분해되면서 나오는 칼슘염이 스톡을 탁하고 뿌옇게 만드는 형상을 방지하기 위해 생선으로 육수를 낼 때는 1시간을 넘기지 말라고 충고한다. 생선으로 육수를 낼 때 단시간에 약한 불에서 익혀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생선 젤라틴이 비교적 연약해서 익히면 쉽게 파괴되기 때문이다. 또 생선 젤라틴은 서로 느슨하게 결합되어 있으므로 입안 온도보다 훨씬 낮은 20°C 이하에서 녹아서 섬세한 겔을 형성한다.
생선의 풍미는 재빨리 악화되기 때문에 생선 스톡 또는 생선 퓌메(진한 농도의 스톡)는 매우 신선한 재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통생선, 뼈, 껍질을 깨끗이 씻고 헹군 후 피가 많고 쉽게 상하는 아가미는 떼어낸다. 풍미를 도우기 위해 종종 버터에 살짝 익힌다. 젤라틴으로 모양을 낸 소스들은 생선을 조리기나 찐 국무로 만들 수 있는데, 그것은 짧게 익혀도 풍미와 젤라틴이 국물에 우러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생선 조리액을 ‘빠른 부용’이라는 뜻의 ‘쿠르부용’이라고 한다, 쿠르부용은 물 소금, 와인, 향료를 짧게 익혀서 만든다.
갑각류의 골질의 껍데기는 콜라겐을 함유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그것들을 물에넣어 익혀도 추출물에 바디가 생기지 않는다. 사실 갑각류의 껍데기는 보통 버터나 기름에서 추출하는데, 그것은 거기에 들어 있는 색소들과 풍미 물질들이 물보다 지방에서 더 잘 용해되기 때문이다.

그 밖의 단백질 점도제들

젤라틴은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가장 쉽고 너그러운 단백질이다. 물과 함께 가열하면 젤라틴 분자들이 서로 분리되어 물 분자들 사이에 분산된다. 식히면 다시 결합한다. 다시 가열하면 또 분산된다. 젤라틴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과 식물의 단백질들은 그와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가열하면 평소의 작고 단단했던 모양으로 풀려 엉키고, 서로 강한 결합을 형성해 항구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탄탄한 고체로 응고된다. 액상의 달걀이 고체가 되고, 유연했던 근육 조직이 뻣뻣한 고기가 되고, 우유가 응집된다. 물론 응고된 단백질의 고체 부분은 소스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단백질 응고를 조절해서 소스에 바디를 주는 것은 가능하다.

신중한 온도 제어

소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풍미가 좋으면서도 묽은 액을 먼저 만든 다음, 단백질원을 첨가한다. 한 가지 예가 프리카세에 들어 잇는 액체는 닭고기나 그 밖의 고기를 끓였던 스톡이며, 단백질 공급원은 달걀노른자다. 그런 다음 이 혼합물을 약한 불에서 부드럽게 가열한다. 단백질이 풀리면서 엉기기 시작하는 시점-단, 단백질이 강력한 결합을 형성하기 전-에 소스는 눈에 띄게 걸쭉해진다. 스푼으로 떠보면 흘러내리지 않고 스푼에 엉겨 붙는다. 세심한 요리사라면 소스를 즉시 불에서 내리고 소스가 더 엉키지 않도록 충분히 식을 때까지 소스를 잘 저을 것이다. 그래야 단백질이 지나치게 강한 결합을 형성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소스가 너무 뜨거워 강한 결합을 형성하면 단백질들이 치밀한 입자들로 뭉치며, 소스는 알갱이가 생기면서 도로 묽어진다. 대부분의 동물성 단백질들은 60°C 부근부터 응고되기 시작하지만, 그러나 그 경계선이 단백질마다 다르므로 소스의 농도를 주의깊게 살피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일단 소스가 걸쭉해지면, 조심스럽게 체에 걸러 혹시 형성되었을지도 모를 입자들을 제거한다.
단백질로 걸쭉하게 만드는 모든 소스들에서, 뜨거운 소스에 차가운 점도제를 섞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항상 소스 일부를 점도제에 저으면서 부어 점도제를 부드럽게 데우고 희석시킨 다음에 이 혼합물을 나머지 소스에 첨가하는 것이다. 점도제를 직접 소스에 집어 넣으면 점도제 일부가 즉시 과열되면서 거친 입자들로 응고된다. 요리사들은 때때로 간 또는 조개와 갑각류 내장 페이스트를 버터에 넣고 이긴 다음 냉각시킨다. 이 혼합물 한 덩어리를 소스에 넣으면, 버터가 녹으면서 소스 속으로 점도제를 서서히 배출하는 한편, 점도제 단백질들이 서로 결합해 응고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밀가루나 전분을 포함시켜도 소스의 단백질들이 응고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긴 전분 분자들이 단백질들 사이에 끼어들어 이들이 강한 결합을 형성하는 막아주기 때문이다.
단백질로 걸쭉하게 만든 소스를 과잉 익힘해서 소스가 묽은 액과 알갱이 같은 입자들로 분리되었을 때는, 소스를 믹서에 넣고 돌린 다음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거친 입자들을 체에 거르고, 필요하다면 손쉬운 재료로 다시 농도를 걸죽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소스를 구제할 수 있다.

달걀노른자

달걀노른자는 가장 효율적인 단백질 점도제인데,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달걀노른자 자체가 이미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달걀노른자는 50퍼센트만 수분이고 단백질이 16퍼센트나 된다. 달걀은 흔하고 값싼 재료이고,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진하고 크림 같은 액체 속에 단백질이 고루 분산되어 있다. 달걀노른자는 색상이 옅은 화이트소스, 블랑케트, 프리카세의 농도를 조절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달걀노른자로 걸쭉하게 만든 소스에 전분을 넣엇다면 끓는점까지 가열해도 된다.
사바용 소스도 부분적으로는 달걀노른자 단백질의 응고에 의해 걸쭉하게 만든 소스다.

간

간은 풍미가 좋은 점도제이지만, 사용하기 전에 해체시켜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응고시킬 수 있는 단백질은 세포내부에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간 조직을 두드려서 세포를 연 다음, 세포를 연결하는 결합조직들을 걸러서 제거해야 한다.

피

와인 소스에 끓인 프랑스 수탉 요리인 ‘코코뱅’이나 야생동물 고기 브레이즈에서 피는 전통적인 점도제다. 피는 수분이 80퍼센트, 단백질이 17퍼센트다. 피는 두 가지 상-헤모글로빈 때문에 붉은색을 띠는 적혈구를 포함한 다양한 세포들과, 그 안에 세포들이 떠다니는 유체 상태의 혈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 피와 돼지 피의 2/3은 혈장이다. 혈장에는 전체 무게의 7퍼센트에 해당되는 분산된 단백질들이 함유되어 있다. 알부민은 75°C 이상으로 가열될 때 피를 걸쭉해지게 만드는 단백질이다.

조개류와 갑각류의 내장

갑각류와 간과 알과 성게의 생식 조직은 간과 동일한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으며, 간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응고돼서 걸쭉해진다. 끓는점보다 아주 낮은 온도에서 일단 충분히 식힌 소스에 조심스럽게 넣어야 한다.



치즈와 요구르트

우유를 발효시켜서 만든 제품은 카세인 단백질이 효소 활동과 산성에 의해 이미 응고된 상태라는 점에서 다른 단백질 점도제와 다르다. 그래서 유제품은 소스와 함께 가열해도 더 걸쭉해지지 않는다. 대신 소스와 섞으면 소스를 걸쭉하게 만들어 준다. 끓는 점에서 가까운 온도가 되면 분리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중불 정도가 제일 알맞다. 물 같은 유장을 따라내면 요구르트는 더욱 효과적인 점도제가 된다. 점도제로 쓰기에 가장 좋은 치즈는 그 자체로 크림 같은 농도를 가지고 있다. 농도가 크림 같다는 것은 단백질 그물조직이 작고 쉽게 분산되는 조각들로 분해되었다는 징표다. 분해되지 않은 카세인 섬유들이 많을수록 기다란 덩어리를 형성한다. 치즈는 대부분 농축된 지방 공급원이다. 유화된 지방 방울들은 소스의 바디에도 기여한다.

아몬드 밀크

물에 담근 아몬드 가루 추출액은 가열되거나 산성화되었을 대 액체를 걸쭉하게 만드는 상당한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