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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 기반 미생물 발견

- 비소는 인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다

"비소 기반 미생물 발견… 생명체 개념 확장"
`생명체 6대 원소' 통념 파괴..외계생명체 후보지도 확대
관련기사 `생명체의 필수 6대 원소'인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 인(P), 황(S)이 아니라 비소(As)를 기반으로 한 박테리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초로 미국에서 확인됐다.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생물학 연구소와 애리조나 주립대학 연구진은 2일(미 동부시간) "비소 성분이 아주 많은 캘리포니아주 동부 모노 호수(Mono Lake)의 침전물 속에서 신종 박테리아(GFAJ-1)를 발견해 배양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박테리아는 단지 비소를 먹는데 그치지 않고 독성원소인 비소를 박테리아의 DNA로 융합시켰다"고 밝혔다.비소를 기반으로 한 박테리아의 발견은 생명체가 생존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허무는 것이며, 우주에서 생명체가 발견될 수 있는 잠재적인 장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NASA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과학자들이 지구상 생명체의 다양성에 관해 얼마나 제대로 몰랐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며, 다른 행성이나 달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탐색해야 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지금까지 NASA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지구와 동일한 원소 기반을 가지고 있고,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 등 생명체 필수 6대 원소가 있는 행성에서만 탐색작업을 펼쳐왔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연구원 에리얼 안바르는 발표문을 통해 "우리가 알아온 생명체는 특정한 화학 원소들을 필요로 하고 다른 원소들을 배제했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로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고 생명체들이 다양할 수 있음이 나타났다고 말했다.이 연구팀은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박테리아가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원소인 인(P) 성분은 아주 소량이지만 비소 성분이 가득 차 있는 캘리포니아 모노 호수에서 미생물 배양에 성공했다.이번 연구결과는 이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도 동시에 게재, 발표됐다.이번 연구의 핵심은 지구상에서 최고 독성 물질중 하나로 알려진 비소가 일부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물질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 등 6대 원소는 단백질과 지방, DNA의 핵산을 형성하는 요소로 알려져왔지만, 다른 원소들은 왜 필수요소가 되지 않는지에 대한 이론적 이유는 없었으며 단지 과학자들이 6대 원소 외에 다른 원소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NASA 우주생물학 연구소의 울프-사이먼 박사는 "우리의 발견은 생명체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추정하고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융통성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말했다.울프-사이먼 박사는 "지구의 어떤 것이 이렇게 예측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다면, 우리가 못 본 생명체는 다른 어떤 것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제 우리가 이를 찾아나설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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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 박테리아, 진짜면 생명과학 최대 사건


[강기자의 과학카페] 2010년 12월 03일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마이크로X선형광법을 쓰면 배양접시 위에서 특정 원소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갈수록 농도가 높다는 뜻).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비소, 인, 아연, 철. 비소와 아연, 철의 농도는 세포 군집에 비례하지만 인은 거의 검출되지 않아 비소가 인을 대체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사이언스)2일(현지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중대발표’가 미국의 한 호수에서 발견한 박테리아에 대한 내용으로 밝혀지자 “이젠 NASA도 낚시질하나?”라며 어이없어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내막은 모르겠지만 NASA가 이런 극적인 자리를 마련해 외계생명체를 찾는 연구의 정당성을 부각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발견이 사실이라면 NASA가 설사 이런 잔꾀를 부렸다고 해도 ‘옥에 티’도 안 될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1953년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 규명을 능가하는 발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물론 기자의 의견일 뿐이지만). DNA 같은 생체분자에 인(P) 대신에 비소(As)를 쓰는 박테리아가 발견됐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 생명체는 정교한 화학반응의 결과물

“생체물질은 생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분자의 관점에서 생명체를 바라보는 생화학자나 분자생물학자들의 ‘환원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로 환원주의는 DNA 구조발견을 필두로 20세기 후반을 풍미했지만 아직까지 생체물질을 모아다가 생명체를 ‘창조’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환원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조차도 환원주의자들이 발견한 생명체의 기본 6대 원소, 즉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황이 생명체에 없어서는 안 된다는 건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DNA나 RNA 같은 핵산은 유전정보의 보존과 전달에, 단백질은 생체반응촉매나 구조물에, 지질은 세포막에, 탄수화물은 에너지저장물질로 쓰인다. 즉 세포로 이뤄진 모든 생명체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생체분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을 이루는 게 바로 위의 여섯 원소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NASA의 연구진들이 인이 없어도 증식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인은 핵산의 뼈대를 이루고 단백질 활성에 관여하며(인산기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두 층으로 된 지질의 바깥쪽에 붙어 있고(그래서 ‘인지질’이라고 부른다) 탄수화물의 대사에도 관여한다(세포호흡은 포도당에서 세포가 바로 쓸 수 있는 에너지 분자인 ATP를 만드는 과정인데, ATP는 아데노신3인산(Adenosine triphosphate)의 약자다). 따라서 생체반응 전반에 관여하는 인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가 있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인 대신 비소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 NASA가 아니었다면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주장이다.

비소는 주기율표에서 인 바로 아래 놓이는 원소다. 따라서 물리, 화학 특성이 인과 비슷하다. 하지만 생물학으로 넘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히려 생명체에서는 이렇게 비슷한 원소일수록 독이 된다. 예를 들어 생체 시스템이 비소를 인으로 착각해 생체분자를 만드는데 쓴다면 분자가 불안정해져 곧 파괴되거나 엉뚱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10톤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철골을 써야 하는데 비슷하게 생긴 1톤 하중을 견디는 걸 써서 건물을 짓다가 무너지는 꼴이다. 생명체에서 비소가 독인 이유다. 따라서 비소의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는 비소를 식별해 격리시키거나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메커니즘을 발달시켰다.

● 외계생명체 운운은 사족(蛇足)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온라인판인 익스프레스(중요한 논문은 저널에 최종판을 싣기 한 달 전쯤에 이런 형식으로 미리 공개한다) 2일자에 실린 논문의 본문 어디에도 ‘천문(astro-)’이나 ‘외계(extraterrestrial)’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외계생명체 발견 가능성 커졌다” 운운은 사족일 뿐이다. 본질은 생명과학의 뿌리가 흔들렸다는 데 있다. 논문은 대학에서 생화학 강의를 들었다면 핵심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평이하다. 저자들은 생명체에서 주로 쓰는 원소 대신 다른 원소로 대체하는 예들(효소에서 아연 대신 카드뮴을 쓰는 따위)을 언급하면서(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수법!), “그러나 생명에 필수적인 6가지 원소를 대체한 보고는 아직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계에 사는 박테리아의 생체분자에서 비소가 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며 본론을 시작한다.

‘설마…’

인은 주로 인산이온(phosphate, PO43-)의 형태로 생명체에 존재한다. 연구자들은 호수에서 채취한 박테리아(GFAJ-1로 명명)를 배양할 때 인산이온 대신 비산이온(arsenate, AsO43-)을 넣어줬다. 상식대로라면 증식은커녕 원래 박테리아도 죽어나갈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박테리아가 증식했던 것(6일 만에 숫자가 20배 넘게 늘어남). 연구자들은 이렇게 키운 박테리아를 건조시켜 인의 함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건조중량의 0.02%로 정상 조건에서 자란 박테리아의 1~3%의 100분의 1 수준이었다! 이 양으로는 DNA나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가 필요로 하는 인산을 충당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인산이온도 비산이온도 넣지 않은 조건에서는 박테리아가 자라지 않았다고.

● 진짜라고 믿기엔…

3일자 ‘사이언스’에는 이 논문을 다룬 기사가 실렸는데 연구를 주도한 미생물학자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
는 주위 사람들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이 박테리아가 비소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해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발견을 한 것. 만일 그가 생체화학반응의 디테일을 알고 있는 생화학자였다면 이런 ‘어리석은’ 시도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과학자가 이들의 발견을 믿고 있는 건 아니다. 생화학자인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배리 로젠 교수는 연구결과를 신뢰할 만하다면서도 비소가 박테리아 세포 안에 농축돼 있을 뿐 인을 대신해 쓰인 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고, 미국 응용분자생물학재단의 우주생물학자인 스티븐 벤너 박사는 “이 연구가 확실히 입증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기자 역시 오늘 하루 종일 이 문제를 생각해봤지만 진짜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DNA는 그렇다 쳐도(벽돌의 역할이므로) 다양한 생체반응에 관여하는 ATP 같은 분자가 ATA(아데노신3비산, adenosine triarsenate)로 바뀌어도 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박테리아는 인산이 풍부할 땐 인산을 쓰니(시스템이 비산에만 적응되게 진화했다면 차라리 수긍하겠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생체화학반응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ATP 분자. 인(P)의 자리에 비소(As)가 들어간 분자(ATA)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자가 살짝 의심이 가는 건 세포를 조심스레 깨 세포 안의 구성성분들을 분리한 뒤 이런 분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텐데 이런 데이터는 없다는 점이다. 아무튼 가능성은 아래 셋 중 하나다.

1) 비소는 세포 안에 농축돼 있을 뿐 생체분자의 구성요소로는 참여하지는 않는다(실제 GFAJ-1와 가까운 박테리아 가운데 이런 식으로 비소 독성을 견디는 종이 있다고 함).
2) DNA 같은 분자에서 비소가 인의 일부를 대체한다(이 정도로도 생명과학 분야에서 21세기 최대 발견).
3) 비소가 인을 완전 대체할 수 있다 (!!!!!!!)

연구자들은 좀 더 엄격한 조건(이번 연구는 시약에 불순물로 인산이 미량 들어있었다)으로 결과를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한다. 만일 이들이 이 박테리아를 분양한다면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들이 바로 재현실험에 뛰어들 것이고 발견의 진실은 금방 드러날 것이다. 만일 3)이 정답이라면 기자에게는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일어난 최대의 과학사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