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사소한 차이 ≫ DNA

DNA 사소한 차이  

●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차이는  

인간과 침팬지 유전자의 ‘겹치는 정도’ 추정치가 10년도 채 안 되는 동안 97퍼센트에서 99퍼센트로 늘어났다. 그리고 ‘인간 게놈’ 염기쌍의 추정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00년, 인간의 게놈 지도를 작성하기에 앞서서는 추정치가 약 10만이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2만 5천으로 떨어졌다. 수치는 놀라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1년 전 내가 이 책을 썼을 때는 약 2만 2천 정도였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을 무렵이면 2만이 채 안 될 것이다. 인간 게놈은 그대로인데, 추정 수치는 계속 감소한다. 따라서 이런 수치로는 인간의 차별적 특성을 정의할 수 없다

● 남자와 여자의 유전자 차이는
여자와 남자의 유전자 코드는 99% 이상이 같다

● 모두 같은 인간? 전혀 다른 인간!…개인별 유전자 차이 0.3%

앞으로 ‘너와 나는 똑같은 인간’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사람들 간의 유전자(DNA) 차이는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2000년 인간 DNA를 처음 완전 해독했을 때만 해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약 60억의 인간들은 유전적으로 볼 때 서로 99.9%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 개인 간 유전자 차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의 3배인 0.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시작된 다국적 프로젝트 ‘국제 인간유전자형 지도(Inter-national Haplotype Map·HapMap)’ 연구팀이 전 세계의 270여 명으로부터 DNA 샘플을 채취해 비교한 결과 개인 간 염기서열 차이는 기존 연구 결과의 3배인 0.3%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이은 큰 진전으로 평가받는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23일자에 발표됐다. 인간의 DNA 염기서열 중 유전과 관련된 것은 약 3만 개. 연구팀은 3만 개의 유전자 중 10%인 약 2900개에서 염기서열의 변이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혈액형의 경우 염색체의 같은 부분에 있는 같은 성질의 유전자인데도 그 염기서열이 달라 A형 B형 O형 AB형의 차이로 나타난다. 두 사람 사이에 이런 변이가 모두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한 사람의 유전자는 다른 사람의 유전자와 약 10%까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을 놓고 보면 유전자마다 빠짐없이 변이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 간 유전자 차이는 평균 0.3% 정도다.

●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유전적 차이는 0.3%
2010년 5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와의 유전적 차이는 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만 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과 인류가 같은 조상에서 나왔음을 유전학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이 연구결과는 이번 주 ‘사이어스’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 독일, 미국, 크로아티아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DNA가 99.7%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침팬지의 DNA와 같은 비율(98.8%)보다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현생 인류 게놈 가운데 1~4%는 네안데르탈인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크로아티아에서 발견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클린룸에서 보관돼 온 세 명의 네안데르탈인 뼈에서 얻은 DNA를 중국, 프랑스, 파푸아뉴기니, 서아프리카, 남아프라카에서 사는 사람의 것과 비교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지금으로부터 약 40만 년 전에 출현했다. 유럽과 서아시아 지역에서 살다가 30만 년 전에 멸종했다. 이 원시인류는 80만 년 전에 현생 인류의 뿌리에서 갈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침팬지가 분화한 건 이보다 앞선 500~700백만 년 전이다.

● 0.1% 차이
DNA는 30억 개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 가운데 서로 차이가 나는 0.1퍼센트의 염기, 즉 300만 개의 염기를 SNP(단일염기다형성)라 한다. SNP는 각기 대립유전자 쌍을 가지는데, 이것을 우성이나 열성을 고려해 분류해보면 지리적 범주별로 묶인다. 유럽, 아프리카, 중국, 일본 출신 84명의 SNP에서 유전자 빈도를 분석했더니, 각기 유럽인과 아시아인 그리고 아프리카인 집단으로 분명하게 구분되었다(그림7b, 105쪽). 흔히 외관상 서로 다른 인종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을 유전적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저자는 이를 가리키는 용어로, 인종도 민족도 아닌 ‘조상’을 제안한다. 이 집단들은 SNP의 대립유전자 빈도에서 구분되기는 하지만 평균적인 유전적 변이성 면에서는 집단별로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인종’이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구분에 어떤 문화적 요인도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민족’이라고도 할 수 없다. ‘조상’이라는 용어는 유전의 측면을 살리면서도 부적절한 인종 개념을 지운다는 면에서 대안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저자는 인간 사이의 동일한 DNA가 99.9퍼센트가 아니라 99.5～99.6퍼센트일 수도 있다는 연구를 소개한다. 바로 CNVR(복제수변이영역)이라는 유전자 연구의 새로운 지표다. 무작위로 선택된 두 사람 사이의 CNVR 차이는 0.4퍼센트에 이른다. 이미 알려져 있던 SNP의 0.1퍼센트와 합산하면 두 사람 사이의 DNA 차이가 0.5퍼센트까지 늘어난다. 흥미롭게도 이는 인류와 사촌관계에 있는 다른 영장류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인류는 ‘유별나게’ 동일한 종이 아니라, 단지 유전학 연구가 초보적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생물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분자인 DNA는 RNA라는 또 다른 생체분자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오늘날 정설이다. RNA는 DNA의 유전정보로부터 단백질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매개체 정도로 생각됐지만 효소 기능이 있는 RNA인 리보자임이 발견되고 지난 10여 년 동안 생명과학 분야의 최대 이슈인 ‘작은 RNA’가 발견돼 그 다양한 기능이 속속 밝혀지면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분자다.

● DNA, RNA
RNA는 리보핵산(RiboNucleic Acid)의 약자로 5탄당(탄소 5개로 이뤄진 당 분자)인 리보오스(ribose)에 염기와 인산이 붙은 분자다. DNA는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 Acid)의 약자로 5탄당이 리보오스에서 디옥시리보오스로 바뀌었다. 두 분자를 자세히 보면 리보오스는 두 번째 탄소에 수산기(-OH)가 붙어있는 반면 디옥시리보오스는 수소(-H)로 바뀌어 있다. ‘산소가 없어진’(deoxy)이라는 표현이 생긴 이유다.

이 산소를 ‘점’이라고 보면 ‘남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라는 가사를 ‘RNA라는 분자에 O하나를 지우고 DNA가 되어’로 쓸 수 있다. ‘갖다 붙이기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사소한 차이가 ‘남’에서 ‘님’이 되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수산기는 화학반응에 적극 참여하는 부분으로 그 결과 RNA는 DNA보다 훨씬 불안정한 분자다. 따라서 유전 정보도 담고 자체 반응성으로 촉매 역할도 해서 생명이 등장하던 초기에는 이상적인 분자였지만 게놈이 커질 경우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가 없다. 현재 일부 바이러스만이 RNA 형태의 게놈을 지닌 이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연히 RNA가 변형돼 만들어진 DNA는 리보오스 고리의 두 번째 탄소에 수소가 붙어있어 반응성이 훨씬 낮아진 안정한 분자가 됐다. 대신 촉매 활성을 잃어버렸지만 대량의 유전 정보를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유용한 저장매체가 됐다. 세포를 지닌 모든 생물의 게놈이 DNA인 이유다. 이처럼 점하나 차이인 RNA와 DNA는 ‘남’과 ‘님’ 만큼이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명체에 작용하고 있다.



● 침팬지와 사람 차이: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생긴 돌연변이로 분자 말단에 수산기(-OH)가 달린 Neu5Gc를 못 만들게 되면서 대신 수소(-H)가 달린 Neu5Ac를 지니게 됐다. 이 작은 변화가 오늘날 인류를 있게 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가 있다. (사진제공 네이처)인류가 다른 영장류와 결별하고 ‘만물의 영장’이 된 배경에도 이런 사소한 차이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람과 침팬지의 DNA 염기서열 차이는 1.5%에 불과해 게놈만 보면 침팬지는 고릴라보다 사람과 더 가깝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엄청난 차이로 벌어졌을까.

‘네이처’ 7월 3일자에 난 뉴스에 따르면 분자 하나의 구조가 바뀐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영장류를 비롯한 포유류는 세포 표면에 Neu5Gc라는 당분자를 지니고 있는 반면 인류만 Neu5Ac라는 당분자가 있다. Neu5Ac에서 Neu5Gc를 만드는 효소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작동을 못하기 때문이다. 두 분자 역시 DNA와 RNA처럼 차이가 미미해 Neu5Ac 분자 말단의 수소(-H)가 수산기(-OH)로 바뀌면 Neu5Gc가 된다.

10여 년 전 이런 사실은 발견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의대 아지트 바키 교수는 이런 변화가 200만~300만 년 전 일어났다고 추측했다. 현생 인류와 같은 호모(Homo)속 인류가 등장한 무렵이다. 그렇다면 왜 인류만이 이런 돌연변이를 겪었을까? 바키 교수는 말라리아 원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말라리아 원충은 적혈구 표면의 당분자를 인식해 침투하는데 침팬지를 감염시킬 수 있는 원충(Plasmodium reichenowi)은 적혈구 표면에 Neu5Gc가 없는 사람을 공격하지 못한다.

결국 200만~300만 년 전 인류 가운데 말라리아 원충에 저항하는 돌연변이가 생긴 개체가 살아남아 오늘날의 인류의 조상이 됐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그 뒤 말라리아 원충도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 적혈구 표면의 Neu5Ac를 인식하는 종(Plasmodium falciparum)이 생겨났다고 한다. 바로 이 녀석이 치사율이 높은 열대열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물론 이 종은 침팬지를 감염시키지 못한다.

세포 표면의 당분자는 감염의 표지가 되기도 하지만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이나 세포 신호 전달을 매개한다. 따라서 세포 표면에 Neu5Gc 대신 Neu5Ac가 있는 인류는 다른 포유류와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바키 교수팀은 지난해 사람처럼 Neu5Gc가 없는 쥐를 만들었는데 이 녀석들은 사람처럼 늙어감에 따라 청력이 약해지고 상처 회복 속도도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열 말라리아 원충은 매년 1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골칫덩이다. ‘남’으로 갈라서자는 돌연변이에 돌연변이로 응수하며 다시 인류의 ‘님’이 된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