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 in Mobile, PC
About FRIMS HACCP 법 규 FooDB 원 료 IngDB 포 장 공 정 - 용 어 Site Update


    ┳요리요리과학 : 스테이크, 프렌치프라이,

역할   ▷ ........


즐거움맛의 의미지방

Roasting : 스테이크 굽는 온도

가열 반응 : 가열 중 향기성분
- 수비드 : 가열온도 및 시간
- 육류 가열, 생선 가열, 스테이크
- 튀김
- 바베큐의 추억 : - 고기 굽는 동안 발생하는 유독성분

우선 고기. 적어도 1인치, 그러니까 2.5cm는 되야 육즙이 잘 빠지지 않아 부드럽고 촉촉한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등심을 가장 선호하죠. 등뼈를 감싸고 있는 부위로 근육이 적고 살코기 사이사이 지방이 축적돼 풍미가 훌륭합니다. 서양사람들은 고깃결이 고와 부드럽고 지방이 없는 안심을 더 쳐주고요.
고기는 사다가 바로 먹지 말고 일주일 정도, 냉장고 가장 차가운 칸에 넣어두세요. 맛이 훨씬 좋아집니다. 입에서 감칠맛이라고 느끼는 ‘올레인산’이 증가하거든요.
스테이크는 특별한 양념이 필요 없습니다. 소금만 살짝 뿌리세요. 굽기 30분 전. 너무 일찍 뿌리면 육즙이 빠져 퍽퍽하고, 너무 늦게 뿌리면 간이 충분히 배지 않아요. 적어도 30분 전 냉장고에서 꺼내두세요. 고기가 차면 익는 속도가 느리고 속까지 열기가 충분히 스며들지 않습니다.
숯에 구우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프라이팬을 가능한 뜨겁게 달궈 사용하세요. 프라이팬은 두툼할수록 좋아요. 달궈진 프라이팬에 고기를 놓고 가능한 건드리지 마세요. 건드릴수록 육즙이 빠집니다. 2.5cm 두께 쇠고기 기준으로 4~5분 정도 놔뒀다가 뒤집어 2~3분이면 미디엄레어 상태로 익습니다. 그러니까 총 6~8분 정도지요.
고기가 얼마나 익었는지 알아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온도를 재보는 것입니다. 요리용 온도계 끝을 스테이크 가장 두툼한 부분에 찔러 넣고 온도를 재면 되요. 미디엄은 섭씨 57~63도쯤 됩니다.
고기를 구웠으면 바로 내지 말고 일단 2~3분 ‘쉬도록’ 하세요. 젖은 행주 따위를 두툼하게 접고 그 위에 프라이팬을 올려놓으세요. 이를 ‘레스팅(resting)’이라 합니다. 고기를 구우면 수분이 고기 한가운데로 몰립니다. 이때 고기를 내면 육즙은 육즙대로 빠지고 고기는 퍽퍽해요. 레스팅을 해주면 육즙이 고기 전체로 고루 퍼지기 때문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어요.



고기를 불에 익혀 먹으면 구제역 바이러스를 비롯한 다양한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고기 특유의 향이 나며 맛이 더욱 좋아진다. 지글지글 스테이크를 굽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모습과 함께 따라오는 고기의 향기. 고기 특유의 향은 고기를 더욱 맛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향기에는 과학이 숨어있다. 가장 적절한 육질과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즉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을 알아야 한다.
‘맛을 좋게 하는데 향기가 뭐 그리 중요하냐’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향기는 맛을 느끼거나 구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TV 프로에서 출연자들에게 눈과 코를 막고 음식을 먹게 한 후 그 음식을 맞추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눈과 코를 막은 한 출연자에게 양파를 먹게 하고 무슨 음식이냐고 묻자 사과라고 답했다. 이는 양파 특유의 매운 향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 맛을 제대로 알고 더 잘 즐기기 위해서는 후각 기관을 통한 공기의 흐름이 필수적이다.
스테이크를 불에 구우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며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고기의 색은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고 침샘을 자극하는 향기가 생겨난다.
고기를 씹을 때 나는 맛은 단백질의 맛이 아니다. 단백질은 인간이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자의 크기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백질에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큰 분자들이 작고 다양한 분자로 변하면서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마이야르 반응은 온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섭씨 130~200도(℃) 사이에서 격렬하게 반응이 일어나고 수많은 향기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반응을 일어나게 하려면 고기를 섭씨 130~2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를 강한 불에 굽는 이유가 고기의 육즙이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맛있는 스테이크는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표면에 향기가 나는 물질을 머금고 중심부에는 육즙이 담겨 있는 부드러운 상태여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높은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것은 좋지 않다. 온도가 섭씨 200도 이상 올라가면 마이야르 반응에서 새로운 분자가 나타기 때문이다. 이 때 생기는 분자는 발암물질이 섞여 있고 맛 또한 좋지 않다.
마이야르 반응을 이용해 맛있는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스테이크를 굽고 난 팬에 육수나 물, 술, 우유 등을 넣어 팬을 닦아내 이 국물로 소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요리 기술은 ‘데글라이즈(Deglaze)’라고 불린다.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팬에 남은 향기 물질들을 모아서 사용하는 요리 기술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향기를 발생시키는 마이야르 반응은 무엇일까. 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e Maillard)가 발견해 처음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그가 한 연구는 음식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생물 세포의 생화학 분야에 몰두한 의사로, 인체 세포 속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과 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가 죽은 이후에야 음식에서도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 알려져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마이야르 반응은 환원당의 카복시기(-COOH, 이온화하기 쉽고 산성을 나타내는 작용기)와 아미노산, 펩티드, 단백질 등 아미노기(-NH₂, 한 개의 질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로 이루어진 작용기)를 갖는 화합물 사이에서 일어난다. 식품의 대표적인 성분 간 반응으로 식품의 가열처리, 조리 혹은 저장 중에 일어나는 갈변현상이나 향기 생성에 관여한다.
반응에 관여하는 당과 아미노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한 가지 당과 아미노산 쌍에서 만들어지는 실제 생성물은 반응 온도나 산성도, 옆에 있는 다른 화학 물질 등에 의해 달라진다. 심지어는 운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니, 똑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온도와 환경에 따라 다른 향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고기를 구울 때 나는 향기 외에도 빵집에서 빵을 굽는 향기, 커피 향기, 소시지를 자를 때 나는 고소한 향기 등도 모두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생긴다.
마이야르 반응이 고온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 때에도 마이야르 반응은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 경우 실온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반응이 진행된다. 장맛이 오래 묵힐수록 깊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마이야르 반응에서 만들어지는 분자는 2011년 현재까지 1,000가지 이상 발견됐다. 그만큼 마이야르 반응은 대단히 복잡한 화학 반응이다. 당과 아미노산의 타입에 따라 수 백 가지의 서로 다른 향미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인공 향미를 만들어낸다. 마이야르 반응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히고 더욱 다양한 향미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향기의 과학이 우리의 식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고기 뒤집기를 허하라

고기를 지지듯 구워야 할 이유는?
여러 번 뒤집는 것과 육즙이 빠지는 건 관계가 없다. 이미 고기 밖으로 나온 육즙이다. 뒤집든 뒤집지 않든 없어진다. 중요한 것은 열이다.

글ㆍ사진정동현(셰프)

앞차의 신호위반에서 망국의 징조를 읽고, 바로 앞에서 닫힌 엘리베이터 문에서 후진적 시민의식의 단면을 발견하는 진지한 사람들은 삼겹살 구울 때도 한마디 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한 번만 뒤집어"

그 근엄한 목소리는 고등학생 시절 학생주임 선생님을 연상케 한다. 이유를 물어볼라치면 한 옥타브 더 낮아져 땅으로 꺼질 것만 같은 음색으로 이렇게 말한다.

"여러 번 뒤집으면 육즙이 빠지잖아."

정말 여러 번 뒤집으면 육즙이 빠질까? 한 번만 뒤집으면 육즙이 고기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을까?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에까지 나와 '육즙 안 빠지게 겉을 지져주세요'라고 엄숙하게 말하면 고학번 선배의 말처럼 꼭 믿어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침착하자. 말은 그럴듯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고기의 겉면이 열을 받으면 나사 조이듯이 고기 속 조직이 줄어들어 고기 속에 든 육즙을 가둘까? 미안하지만 전혀 아니다. 고기 조직은 육즙을 가둘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고기를 구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특히 두꺼운 스테이크에 흥건히 베이는 핏물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저 추론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고기를 지지듯 구워야 할 이유는 있다. 마이야르(Maillard) 현상 때문이다. 단백질 조직이 120도가 넘는 열을 받으면 색이 갈색으로 변한다. 이 갈변 현상은 마이야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 마이야르 현상에 의해 아미노산이 열에 반응하며 우리 인류가 좋아하는 풍미가 생긴다. 하버드 대학 인류학과 교수 리처드 랭엄이 『요리 본능』에서 밝힌 것처럼 인류는 본능적으로 불에 그을린 맛에 끌린다. 화식(火食)을 통해 음식 섭취 속도와 양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두뇌가 진화했다는 그의 설명을 읽노라면 내가 불에 그을린 돼지 갈비와 스테이크 앞에 사족을 못 쓰는 연유가 자연스럽게 밝혀진다. 어쨌든 육즙은 상관없다. 그저 고기를 구웠을 때 나는 맛이 중요할 뿐이다. 어차피 육즙은 가두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번 뒤집는 것과 육즙이 빠지는 것도 관계가 없다. 고기를 굽게 되면 위로 올라오는 육즙 때문에 그런 추론이 벌어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고기 밖으로 나온 육즙이다. 뒤집든 뒤집지 않든 없어진다.

미슐렝 3스타를 받고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던 레스토랑 팻덕(Fat Duck)의 오너 셰프 대머리 요리사 헤스턴 블루멘설(Heston Bluementhal)은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책에서 '이상적인 스테이크 굽기' 방법을 소개했다. 그 방법은 무엇인가 하니, 스테이크를 팬 위에서 15초 간격으로 계속 뒤집어주는 것이다. 왜 일까? 어차피 육즙은 뒤집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렇게 자주 뒤집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헤스턴은, 고기를 자주 뒤집음으로써 '열이 균일하게 양쪽에 가해지고' '고기의 과숙을 방지하여' 골고루 잘 익은 육즙이 보존된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이상적인 굽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상적인 스테이크 굽기 (헤스턴 블루멘설의 『Heston Blumenthal at Home』에서)

1. 고기의 두께는 2 센티미터 정도여야 한다. 그 이하일 경우 겉면이 갈색으로 변했을 때 속은 이미 과숙(overcooking)되기 쉽다(즉 붉은 기가 이미 사라지기 쉽다)

2. 고기는 굽기 전 방 안 온도 정도로 미지근해야 한다. 만약에 냉장고에 넣어 뒀다면 굽기 두 시간 전에는 밖에 놔둬야 한다. 고기의 온도가 낮게 되면 익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3. 고기의 겉면은 수분이 없어야 한다. 수분이 있게 되면 팬에 구울 때, 겉면의 온도가 수분 때문에 낮아져 갈색으로 구워지지 않는다.

4. 무겁고 두꺼운 프라이 팬을 센 불에 5분 정도 데운다.

5. 고기에 소금을 넉넉히 뿌린다. 소금을 얼마나, 어떻게 쓰느냐에서 직업요리사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난다. '넉넉히' 즉 손끝으로 소금을 넉넉히 쥐고, 두 번 정도 뿌려준다. 고기가 두꺼울 경우 옆면에 뿌려주는 것도 잊지 말자.

6. 팬에 포도씨유나, 땅콩기름을 뿌리고, 연기가 날 때까지 기다린다. 올리브유를 쓰는 것은 바보 같은 짓. 올리브유는 발화점이 낮아 구이용으로는 알맞지 않다.

7. 기름이 튀지 않게, 고기를 조심스럽게 팬에 올린다.

8. 15초 간격으로 고기를 뒤집는다. 2 센티미터의 두께일 경우 미디엄 레어까지 약 2분이 걸린다.

9. 굽고 나면 5분 정도 랙(rack) 위에서(열이 잘 빠질 수 있도록) 휴지(resting) 시킨다. 구운 고기를 그야말로 '휴식'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부 열로 고기는 조금 더 익게 되고, 고기의 섬유질이 느슨해지면서 더욱 부드러워진다.

10. 서빙 전에 후추를 뿌린다. 고기를 굽기 전 후추를 뿌리게 되면, 후추가 타게 된다.

11. 고기에 마블링이 부족할 경우, 버터나 올리브유를 고기에 뿌려주거나, 팬에서 뿌려주면 육즙이 보충된다.


이제 실생활에 적용해보자. 스테이크는 위에 나온 예시대로 구우면 문제 없다. 절대적으로 육즙이 가득찬 스테이크를 원한다면 진공포장해서 60도 부근에서 24시간 저온 조리를 하고 그걸 다시 팬에 굽고… 하면 되지만 업장이 아니라 가정집이라면 예시로도 충분하다. 아! 두꺼운 팬을 잊지 마시라. 알루미늄 호일처럼 얇은 팬은 비열이 낮아 두꺼운 스테이크를 올리면 온도가 바로 떨어진다. 그럼 제대로 된 색이 나지 않는다. 두꺼운 무쇠팬이 최고다. 고르는 방법은? 온라인 상품평에 '너무 무거워서 쓰기 힘들어요'라는 평이 보이면 제대로다. 그럼 삼겹살은? 팬이 뜨거워야 하는 것은 같다. 급한 마음에 판이 뜨거워지기도 전에 고기를 올리면 고기의 표면이 갈색이 되기 보다는 흰색에 가까워진다. 이때 고기는 구어지는 게 아니다. 내부의 수분으로 '삶아'지는 거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올리게 되면 불판의 온도가 낮아져 역시 제대로 된 색깔이 나오지 않는다. 여러 번 뒤집는 팁의 경우 사실 삼겹살의 두께가 놀라울 정도가 아니라면 그다지 실용적이진 않다. 어차피 두께가 얇아서 충분한 열만 있다면 몇 번 뒤집지 않아도 익게 된다. 중요한 것은 열이다. 열의 느낌은 무엇인가 하니, 고기를 올렸을 때 소나기가 미친 듯이 내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야 한다. 시각적으로는 팬에서 연기가 올라올 정도다.

친절한 마지막 정리다. 가끔 먹는 스테이크가 아닌 삼겹살, 당신이 즐겨먹고 당신의 상사와 후배도 즐겨 먹는 삼겹살을 구울 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뒤집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팬이 얼마나 뜨거운가, 충분히 색깔이 나왔는가, 이다. 성격 급한 것은 고기 굽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안 된다.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고기를 올리고 싶어할 것이 십중팔구. 그리고 열심히 뒤집겠지. 성격이 사려 깊은 우리는 팬이 뜨거워질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자. 비열 높은 사랑은 천천히 달아오르지만 오래 뜨겁듯, 팬의 비열이 올라갈 때까지의 차분한 기다림은 맛있는 고기를 내어줄 테니까.


스테이크에 얽힌 오해
- 이용재 자유기고가

스테이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일단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스테이크의 겉면을 지지는(searing) 것이 육즙을 가두기 위해서라는 오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오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지 80년이 넘었다. 이 스테이크와 육즙 가두기의 관계는 1850년대,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 (Justus von Liebig)가 처음 제시한 가설이다. 19세기 초 무기화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유기화학을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공헌한 리비히는 고기를 끓는 물에 삶았을 경우 단백질인 알부민 이 겉면에서 속으로 굳으면서 껍데기(crust)을 형성해 수분이 침투하지 못하므로 같은 이치로 내부의 육즙 또한 밖으로 스며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요리사나 요리책 필자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갔으니 현대 프랑스 요리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대가 셰프 에스코피에 (Auguste Escoffier)마저 수긍했을 정도다.
고기의 겉면을 지지는 것은 육즙을 가두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30년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신화가 깨진 것이다. 이 육즙 신화의 핵심은 단백질을 열로 지졌을 경우 방수가 되느냐의 여부다. 물론 답은 ‘아니다’이며, 여러 반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스테이크를 구울 때 들을 수 있는 지글거리는 소리다. 이는 고기 안쪽의 육즙이 빠져나오면서 뜨거운 팬에 닿아 수증기로 변하며 나는 소리인데, 만일 겉면을 지져 완벽하게 방수가 되었다면 육즙이 빠져나오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지글거리는 소리 또한 나지 않을 것이다. 한편 회식자리에서 삼겹살을 구워도 고기 표면 위로 빨간 육즙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스테이크를 구워 접시에 담은 다음에도 바닥에 물이 고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또한 당연히 고기에서 새어 나온 것이다. 만일 유스투스의 주장대로 고기의 표면이 방수처리 되었다면 당연히 스며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는 벌써 80년 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가설이니, 스테이크 전문점이나 요리 프로그램 등에서 ‘육즙 가두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말하는 사람의 전문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육즙을 가두기 위함이 아니라면, 고기의 겉면을 지질 필요가 있는 것일까? 물론 당연히 있다. 음식의 핵심인 맛 때문이다. 열을 통해 탄수화물이나 아미노산이 반응하여 색이 변하는 한편 복잡한 맛의 화합물이 생긴다. 이를 또 다른 화학자인 프랑스의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le Maillard)의 이름을 빌어 ‘마이야르 반응 ’이라 일컫는다. 고기, 커피, 초콜릿, 빵 등의 색이 변한 부분은 전부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물인데 오로지 당류만 반응하는 ‘카라멜화(caramelization)’와는 구분된다. 잘 지져 바삭하면서도 복잡한 맛을 지닌 껍데기(crust)는 스테이크의 핵심이므로 스테이크 하우스의 굽는 솜씨를 파악하고 싶다면 일단 겉을 얼마나 잘 지졌는지 확인하면 된다. 종종 ‘손님이 스테이크가 탄 것 같다는 우려를 해서 겉을 원하는 만큼 지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마이야르 반응은 탄 것과는 구분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테이크의 정의와 역사

스테이크라는 말은 ‘구이(roast)’를 의미하는 노르웨이 고어 ‘스테이크(steik)’에서 유래되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스테이크는 고기를 자른 방식을 의미한다. 큰 덩어리에서 고기, 즉 근섬유의 반대 방향으로 써는데 적어도 2~2.5cm의 두께를 지녀야 한다. 겉을 지져 마이야르 반응으로 인한 맛을 얻어내는 한편 속은 미디엄 이상으로 익지 않아 겉의 바삭한 크러스트와 대조를 이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돼지고기며 생선 또한 훌륭한 스테이크 후보군이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테이크=쇠고기’로 통한다. 웬만한 책보다도 두껍게 썰어 구운 스테이크는 인류의 동물적 육식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야성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와 동시에 ‘쇠고기=가장 비싼 고기’라는 인식과 맞물려 스테이크는 가장 고급스러운 식사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래서 18세기 런던을 필두로 종종 ‘비프스테이크 클럽(Beefsteak Club)’이라는 이름으로 남성 사교 모임이 생기기도 했다. 스테이크가 고급스럽기도 하지만 지극히 남성스러운 음식이라는 인식도 한 몫 거든 것이다. 그러한 인식 때문인지 현재 스테이크의 메카처럼 인식되고 있는 뉴욕의 역사 깊은 스테이크하우스들도, 정장은 물론 중절모까지 갖춰 쓴 하드코어 신사들이 시가 연기를 뿜어내며 위스키를 마셔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수렵 및 채집 시절부터 잡은 동물을 통으로 불에 구워 먹었음을 감안한다면 스테이크는 요리의 시작과 더불어 인류와 함께한 음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로마 시대에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고기를 구워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즐기는 방식의 스테이크는 위에서 언급한 비프스테이크 클럽이 등장한 것처럼 18세기에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스테이크하우스는 1760년대, 가장 돈이 많은 도시인 뉴욕에서 생겼는데 이 또한 냉장기술의 발달로 목축업의 중심지였던 미주리 등의 중서부에서 고기의 철도 수송이 가능해진 이후였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스테이크=고기를 자른 방식’이지만 조리방법 또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스테이크는 직화를 통해 조리한다. 석탄이나 숯, 가스불을 피우고 그 위에 고기를 올려 복사열로 익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조리방법은 ‘그릴링(grilling)’과 ‘브로일링(broiling)’으로 그릴링은 재료를 불 위에 올려 익히고 브로일링은 불 아래에서 익힌다는 차이점이 있다. 아주 두꺼운 스테이크의 경우 속까지 열기가 닿지 않을 수 있으므로 겉을 순간적으로 지진 후 마무리는 오븐에서 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종종 섭씨 1,000도를 넘는 고온에서 가급적 짧은 시간에 조리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바비큐는 서인도제도의 원주민인 타이노(Taino)족이 꼬챙이에 꿴 생선을 모닥불 주변에 꽂아 조리하던 ‘바르바코아(barbacoa)’에서 유래한 조리 방식이다.<출처:Wikipedia>

굳이 그릴링이나 브로일링을 언급하는 이유는 스테이크를 위한 이 두 가지 조리 방법을 ‘바비큐(Barbeque)’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직화에 굽는 고기를 ‘바비큐’라 일컫는 경향이 있는데,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비큐는 다른 조리방식이다. 가장 유력한 설에 의하면 바비큐는 서인도제도의 원주민인 타이노(Taino)족이 꼬챙이에 꿴 생선을 모닥불 주변에 꽂아 조리하던 ‘바르바코아(barbacoa)’에서 유래한 조리 방식이다. 구덩이(pit)라 불리는, 거대한 오븐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아궁이처럼 불을 피우면 공간 전체가 데워지면서 그 열로 인해 고기가 익는다. 조리온도가 낮아 물의 끓는점인 100도 안팎이니 재료 또한 몇 시간에서 하루에 이를 정도로 천천히 익고, 복사열을 사용하는 그릴링이나 브로일링과는 달리 대류열로 조리한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으므로 스테이크를 위해 주로 쓰는 마블링 넘치는 정육 부위보다는 돼지 어깨 등, 정육과 지방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오랫동안 익혀야만 부드러워지는 부위를 많이 쓴다. 전통적으로 장작불을 오래 때는 덕에 스모크, 즉 훈연향이 깊게 배는 것 또한 그릴링이나 브로일링과 구분되는 바비큐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스테이크에 적합한 부위

바비큐에 적합한 부위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짧은 시간 조리하는 스테이크에도 당연히 적합한 부위가 있다. 기본적으로 스테이크에는 질기지 않으며 ‘마블링(marbling)’이라 우리가 알고 있는 지방의 결이 정육 사이사이로 속속들이 배어있는 부위가 좋다. 조리하는 과정에서 지방이 녹아 배어 나와 부드러움과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해주는 부위가 바로 ‘립아이(Rib eye)’다. 미국식으로 분류한다면 소의 몸통 윗부분을 4등분해 ‘brisket-rib-loin-round’라고 각각 일컫는데 립아이는 그 두 번째 부분인 ‘립(rib)’, 즉 보통 6~12번 갈비뼈에 붙어 있는 중심 부분 살(eye)로 우리나라로 친다면 등심이다. 흔히 ‘뉴욕 스트립(New York Strip)’이라고 불리는 부위는 립의 뒷부분인 ‘로인’에서 나오는 부위로 우리나라에서는 채끝이라 부른다. 큰 살덩어리가 뭉쳐 있으므로 스테이크로 잘라내지 좋은 부위지만 운동을 많이 하지는 않는 부위이므로 립아이보다는 맛이 떨어지고 텐더로인보다는 부드러움이 떨어진다.
식육의 경우 각 부위의 운동 여부는 고기의 식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고기=근육’ 이므로 운동을 많이 하는 부위일수록 질기고, 따라서 스테이크로 썰어 직화로 구워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 운동을 아예 하지 않는 부위는 부드러운 대신 두드러지는 맛이 아예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텐더로인’이다. 보통 성인 팔뚝만한 길이의 근육을 10cm 안팎으로 잘라 구워 내는 텐더로인은 아예 운동을 하지 않는 부위로, 그 부드러움이 소의 여느 부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립아이나 뉴욕 스트립처럼 진한 쇠고기의 맛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프랑스에서는 자신의 전속 셰프로 하여금 처음 이 부위를 조리하도록 시켰던 극작가이자 정치인인 프랑수아-르네 드 샤토브리앙(Francois-Rene de Chateaubriand)의 이름을 따 ‘샤토브리앙 스테이크’라 불리기도 하는 텐더로인은 부드러움에,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워낙 적은 탓에 희귀함마저 겹쳐 가장 비싼 스테이크이기도 하다.
한편 ‘티본(T-bone)’이나 포터하우스(Porterhouse)’는 이름 그대로 T자형의 뼈를 사이에 두고 텐더로인과 뉴욕 스트립이 나란히 붙어 있어 두 가지 고기의 맛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스테이크다. 대개 텐더로인이 많이 붙은 걸 티본, 반대로 스트립이 많은 경우를 포터하우스라 일컫는다. 두 가지 부위의 장점을 한꺼번에 담기 위해 두껍게 썰 경우 단일 메뉴로는 스테이크 하우스 최고가로 팔리며, 그만큼 양도 많아 2인분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푸주한의 스테이크(Butcher’s steak, 또는 Butcher’s cut)’라 불리는 ‘행어 스테이크(Hanger Steak, 프랑스어로는 onglet)’도 있다. 소의 횡격막에 매달려 있어 행어 스테이크라는 이름을 얻은 이 부위는 소 한 마리에서 500g 안팎의 한 덩어리 밖에 나오지 않을 만큼 귀하므로, 푸주한이 팔기보다 자신이 먹으려고 숨겨둔다고 하여 ‘Butcher’s Steak’라는 별명이 붙었다.


꽃등심의 단면과 덩어리 모습

쇠고기의 숙성

‘갓 잡은 쇠고기를 먹는 맛’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글을 종종 보는데, 안타깝게도 갓 잡은 쇠고기는 싱싱함 말고 내세울 것이 없다. 일단 도축하자마자 사후 강직 상태일 것이므로 고기가 부드럽지도 않을 것이며, 적절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깊은 맛 또한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육류가 숙성을 통해 맛을 발달시키는 가운데, 쇠고기만큼 숙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기도 없다. 고기의 숙성은 근육에 있는 효소의 작용 때문이다. 동물이 도살되면 세포가 기능을 멈추는데, 효소가 다른 세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무미의 큰 분자를 맛을 지닌 작은 분자로 변환시킨다. 그리하여 단백질은 감칠맛(savory)이 나는 아미노산으로, 글리코겐을 단맛이 나는 포도당으로, 그리고 ATP를 역시 감칠맛이 나는 IMP(Inosine Monophosphate, 이노신산)으로 분해한다. 또한 지방은 향이 풍부한 지방산으로 분해한다. 조리 과정에서 이 분해된 성분들이 열로 인해 서로 반응해서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 내고, 이는 고기의 향을 한층 더 강화시킨다.
한편 육질의 측면에서는 칼페인이라는 효소가 근섬유를 지지하는 단백질을 약화시키는 한편, 카뎁신이 같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동시에 근섬유에 있는 콜라겐의 연결 고리를 끊는다. 이는 고기를 조리할 때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칼페인은 섭씨 40도, 카뎁신은 50도에서 활동을 멈추는데 이보다 낮은 온도 범위에서는 높을수록 활발하게 숙성과정을 진행시킨다. 보통 도살 후 1주일까지는 숙성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으며, 2주는 지나야 고기의 맛이 들기 시작해 21일에서 25일 사이에 그 절정을 이루고 그 이후로 급격히 떨어진다고 한다. 요즘 들어 온도가 쇠 최근 들어 ‘건식 숙성(Dry Aging)’이니 ‘습식 숙성(Wet Aging)’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쓰이면서 건식 숙성이 습식 숙성보다 우월한 방식인 것처럼 홍보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숙성이라는 최종 목표 지점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두 가지 모두 그 지점에 다다르는 방법론일 뿐, 특별히 어느 한 쪽이 더 우세하다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다.
건식 숙성 고기만을 취급한다는 스테이크하우스들이 등장하면서 건식이 습식보다 우월한 방법처럼 홍보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러한 주장이 50점짜리 설득력 밖에 지니지 못하는 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우리 속담처럼 건식이든 습식이든, 한 가지 방법만을 써서 고기를 숙성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금으로 기본 간한 스테이크

우리 민족은 발효식품을 즐겨 먹으므로 숙성된 식품 자체에 익숙하다. 김치의 예를 들어 숙성에 대해 설명해보자. 물론 김치 숙성 및 유지에 가장 적합한 온도를 제공하는 김치 냉장고가 나오면서 방법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한 번에 기껏해야 배추든 무든 한 포기 정도를 담가 먹는 필자 같은 경우는 큰 김치 냉장고를 둘 필요가 없으므로 아직도 고전적(?)인 방법으로 김치를 익혀 먹는다. 담근 직후 계절, 즉 기온에 따라 상태를 보아가며 김치를 하룻밤(8시간)에서 24시간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완전히 익기 직전에 냉장실에 넣는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높은 온도에서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다음 낮은 온도에서 억제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이렇게 간단한 원리를 스테이크의 숙성에도 적용할 수 있다. 건식과 습식 숙성의 가장 큰 차이는 스테이크의 외기 노출로 인한 수분의 손실이다. 숙성 온도는 섭씨 0~4도로 비슷하지만 습식 숙성을 위해서는 스테이크를 진공포장해서 보관한다. 건식 숙성은 그 반대이니 고기를 그대로 외기에 노출시킨다. 덕분에 온도는 물론 습도의 영향까지 받아 효소의 활동이 훨씬 왕성해 적극적인 숙성 과정이 일어나므로, 고기가 한결 더 부드럽고 맛 또한 진하다. 대신 수분의 손실이 많아 무게가 줄고 외기에 노출된 탓에 말라버린 겉면 또한 벗겨내야만 하므로 손실이 크고 관리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고기가 진공포장 덕분에 소극적인 습식 숙성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가지 숙성 방식이 이렇게 다르므로, 일정 기간 동안 건식숙성을 통해 고기의 숙성도를 높인 다음 상태를 보아가며 진공 포장해 습식으로 숙성하면서 보존기간을 높이는 것이 김치를 익혀 먹는 경우처럼 가능하다. 숙성을 통해 고기의 잠재적인 맛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으니 이는 당연히 장인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저온조리 및 냉동 보관을 위해 진공포장한 스테이크

스테이크의 숙성이라는 것이 온도와 습도의 조건을 맞춰줘 효소의 활동을 조절하는 과정이므로, 이론적으로는 집에서도 습식은 물론 건식 숙성이 가능하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가정용 냉장고를 이용해 건식 숙성하는 방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통풍을 위한 공간 확보 및 장기간 동안의 지속적인 점검(건식 숙성은 최소 14일에서 21일, 28일을 넘어 35일까지도 가능하다. 다만 14일 이상 숙성된 고기의 맛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더 크게는 식품 안전 등을 감안할 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백화점이나 인터넷 등에서 전문적으로 숙성한 한우를 구할 수 있으니 그 맛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시식해볼 것을 권한다.
숙성은 기본적으로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이므로 여기까지 거친 스테이크라면 정말 잘 조리해야 한다. 스테이크의 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 기본적으로 두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단계는 센 불을 통해 겉을 지져(searing),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맛을 이끌어내고 바삭한 ‘크러스트’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를 통해 약한 불을 통해 속을 익혀, ‘레어’니, ‘미디엄’이니 하는 익은 정도(doneness)를 얻어낸다. 훨씬 더 화력이 좋은 전문장비로 굽는 스테이크하우스만큼은 못하더라도 집에서 또한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스테이크를 구워 먹을 수 있다. 다만, 스테이크 굽기가 굉장히 과격한 조리법이라는 사실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스테이크를 굽는데 가장 중요한 사항을 꼽자면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고기를 굽지 않는다’이다. 뜨겁게 달군 팬에 냉장고에서 꺼내 여전히 차가운 고기를 바로 올리면 열을 너무 많이 빼앗기므로 겉면을 잘 지질 수 없을뿐더러 조리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므로 적어도 20~30분 전에는 스테이크를 꺼내 상온에 두고, 굽기 전 만져서 차갑기 않은지 확인한다.
한편 모든 음식에 그러하지만 두꺼운 고기 덩어리인 스테이크에는 소금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뉴욕에서 레스토랑 그룹 <모모푸쿠>로 성공을 거둔 한국계 셰프 데이비드 장의 동명 요리책에서는 스테이크를 구울 때 ‘겨울 뉴욕 길거리에 쌓인 눈만큼 소금을 뿌린다’라는 구절을 찾아볼 수 있다. 웬만큼 소금을 뿌리지 않으면 두꺼운 스테이크 내부로 침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소금을 뿌리는 타이밍 또한 중요하다. 미리 뿌릴 경우 굽기 최소 40분 전에는 뿌려야 한다. 삼투압을 통해 고기의 수분이 빠져 나와 소금과 섞여 표면으로 올라와 염지액(brine)이 되었다가 다시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40분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굽기 직전에 바로 뿌리는 편이 낫다. 스테이크를 사오자 마자 바로 구워 먹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으므로, 미리 소금을 뿌리는 등 손질해 냉장 보관했다가 상온에 꺼내 온도를 올린 뒤 굽는 게 가장 좋다. 그 결정의 크기나 모양으로 인해 표면에 잘 달라붙으므로 꽃소금 등 입자가 다소 굵은 천일염이 스테이크에는 더 좋은 선택이다.
스테이크를 집에서 구워 먹기 어려운 이유를 한 가지 더 꼽자면, 팬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많이 쓰는 논스틱 팬은 스테이크를 지지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바닥이 두꺼워 어느 정도 묵직한 스테인리스 팬이나 무쇠팬이 있다면 기름을 1큰술 정도 넉넉하다 싶게 두르고 센 불에서 연기가 올라올 때까지 달군 뒤 스테이크 표면의 물기를 닦아내고 팬에 올린다. 팬에서만 익힐 경우, 두께 2.5cm안팎의 스테이크라면 2~3분 정도 굽는다. 두께만으로도 굽는 시간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온도를 측정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며 따라서 실패의 확률 또한 적다. 찔러서 측정할 수 있는 1,2만원만 투자하면 살 수 있는 조리용 온도계를 고기의 옆면에 찔러 원하는 온도(레어-49도, 미디엄레어-52도, 미디엄-54도)에 이르렀는지 확인한다.
한편 하나씩 온도계를 꽂아 확인하기 어려운 스테이크하우스 등에서는 손으로 눌러 스테이크의 익은 정도를 확인한다. 손에 힘을 빼고 늘어뜨리고 엄지와 검지 사이의 살을 만지면 레어, 힘을 줘 손을 펼쳤을 때 같은 부위의 느낌이 미디엄 레어에서 미디엄, 주먹을 꽉 쥐고 엄지와 검지 사이를 찔렀을 때의 느낌이면 웰던이라고 한다. 프로에게는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온도계만큼 정확한 방법은 아니다. 다 구운 스테이크는 접시에 담아 은박지를 씌워 최소 5분 동안 둔다. 흔히 스테이크를 구운 뒤 휴지시키면 육즙이 재배치되어 썰었을 때 덜 흘러나온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은 조리된 단백질이 수분에 섞여 점도가 높아지므로 느리게 흘러나오는 것뿐이다. 설사 육즙의 유출과는 상관이 없다고 해도 온도가 먹기 좋은 상태로 내려가는 이점도 있으니 구운 다음 시간을 두고 먹을 것을 권한다.

만일 야외에서 숯불을 피워 ‘그릴링’을 하는 경우라면 그릴의 바닥을 반으로 나눠 한쪽에만 타는 조개탄의 무더기를 만들 것을 권한다. 이를 통해 그릴을 아주 뜨거운 구역과 덜 뜨거운 구역으로 나눌 수 있으니, 아주 뜨거운 구역에서 겉을 지지고 덜 뜨거운 구역으로 옮겨 속을 익히면 훨씬 효율적으로 스테이크를 구울 수 있다.


스테이크 조리의 최근 경향


오븐에서 저온으로 속을 먼저 익히기 위해 온도계를 꽂은 스테이크(좌)와 이 과정을 통해 오븐에서 속을 익힌 스테이크(우)

비싼 스테이크를 망치지 않고 잘 구워 먹기 위해 보다 더 과학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추세다. 한 가지는 오븐을 사용하는 방법이니 심지어 작은 토스터 오븐이라도 있으면 쉽게 시도할 수 있다. 아주 두꺼운 스테이크는 보통 아주 뜨겁게 달군 팬에서 겉만 지지고 속은 오븐에서 굽는 방법을 많이 쓰는데, 이 두 방법의 순서를 바꿔 먼저 낮은 온도의 오븐에서 스테이크의 온도를 천천히 올린 다음 팬에 지지는 것이다. 섭씨 135도로 예열한 오븐에 스테이크를 넣고, 미디엄 레어일 경우 스테이크의 중심부가 32~35도에 이르도록 익힌다. 이 과정을 통해 내부의 온도를 올리는 한편 고속의 건식 숙성 과정을 약식으로 거쳐 맛 또한 향상시킨다. 이 방법을 위해서는 정확한 온도 측정이 중요하므로 조리용 온도계, 또는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탐침형 온도계가 필요하다.
두 번째 방법은 흔히 저온조리라고 일컫는 ‘수비드(Sous Vide)’를 이용하는 것이다. 프랑스어로 ‘진공 포장(under vacuum)’이라는 뜻의 수비드는 명칭처럼 재료가 물에 가라앉으면서 골고루 접촉할 수 있도록 진공 포장해 재료가 도달하기를 원하는 온도로 데운 물에 넣어 조리하는 방법이다. 요즘은 물을 순환시키면서 데워주는 열탕기며 진공 포장기 등으로 인해 최첨단 요리 기술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이미 프랑스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가스레인지 등의 통상적인 조리 기구 등을 활용해 널리 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번 방영된 적 있는 일본의 1990년대 요리 프로그램 ‘철인요리왕’에서도 비닐포장한 재료를 가스레인지에 끓인 물에 올려 익히는 수비드 조리 장면을 볼 수 있다.


52도로 세 시간 저온조리한 스테이크

재료를 물속에 오랜 시간 넣어 완만하게 재료의 내부 온도를 올리는 방법이므로, 그 통제가 간단해 외국에서는 이미 밥통을 닮은 가정용 저온조리기도 선 보인지 몇 해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진공포장기와 청계천 등에서 파는 전열 온탕기, 심지어는 족욕기로도 저온 조리를 할 수 있다. 진공포장한 스테이크를 레어에서 미디엄 레어 사이의 온도인 48~52도 사이의 물에 담가 1~4시간 동안 익힌 후 포장에서 뜯은 뒤 물기를 닦아내고 팬에 겉을 1분 남짓 지지면 된다. 이러한 조리과정에서 근섬유가 천천히 파괴되므로 립아이나 스트립 등의 비싼 부위가 아닌, 전통적인 조리 방법을 통해서라면 스테이크로 먹을 수 없는 저렴한 부위 또한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오븐이나 가스레인지 등의 전통적인 조리 방법을 통해 익힌 고기와는 식감이 달라,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게 다가올 수도 있다.
원래 가장 훌륭한 재료는 소금만으로도 빛나므로 맛있는 스테이크에도 소금 외에는 별 다른 소스를 곁들일 필요가 없지만, 논스틱이 아닌 스테인리스 팬에 스테이크를 구웠다면 그걸 적극 활용해 팬 소스를 만들 수 있다. 스테이크를 지지고 나면 팬의 바닥에 거뭇거뭇한 자국이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는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맛이 농축된 물질이다. 프랑스 요리에서는 ‘퐁(fond)’이라 부르는데, 여기에 육수 등을 붓고 긁어내는 과정인 ‘디글레이즈(deglaze)’를 통해 팬소스를 얻는다. 적포도주, 샬롯, 파슬리 등의 허브, 버터 등을 더해 되직해 질 때까지 졸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