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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산업 : 기업

 

유통업계 최강자 롯데가 외식업계에선 영 체면을 구기고 있다.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이스(TGIF)’가 1위 브랜드였던 과거가 무색하게 매장 수 기준 ‘Big(빅)4’에서조차 밀려났기 때문이다.

22일 카페베네 계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블랙스미스’가 매장 수 41개를 기록하며 TGIF(39개)를 밀어내고 빅4 자리를 차지했다. 이날 매장 수 기준으로는 이랜드 계열 애슐리가 116개, 아웃백이 106개, CJ계열 빕스가 83개로 빅3를 형성하고 있다. 블랙스미스의 경우 이달 말까지 4개 매장을 추가로 더 열 예정이어서 TGIF와의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아웃백을 제외하고 외식 프랜차이즈 ‘빅4’ 자리를 토종 레스토랑이 모두 차지하게 됐다.

TGIF는 2000년대 초반까지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브랜드. 2002년 롯데그룹이 TGIF를 운영하는 푸드스타로부터 지분 70%를 501억원에 인수하면서 외식업계를 놀라게 했었다. 당시 TGIF는 매장 수 20개로 매출 790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달성하는 등 ‘알짜 기업’으로 명성이 높았다. 외식업계 1위 기업을 유통업계 1위 롯데가 인수함으로써 롯데의 풍부한 자금력과 유통망까지 투입되면 매장 수나 매출 면에서 큰 격차를 유지하며 ‘독주’할 것으로 예상됐다.

TGIF는 2000년대 중반 점포수를 60개까지 늘리며 외형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적자가 쌓였고, 2007년엔 914억원 매출에 122억원 당기 순손실을 냈다. 결국 TGIF를 운영해왔던 푸드스타는 그 해 롯데에 100% 흡수합병됐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점포수를 절반 이상 줄이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이러한 ‘뼈를 깎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토종 브랜드의 상승세에 다시 휘청대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1위를 다투는 빕스와 아웃백의 경우 추정 매출이 3000억원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빕스는 지난해 반포점·불광점·등촌점 등을 리뉴얼해 각 매장당 매출이 40~60%까지 증가했다. 2010년 추정 매출액 3000억원을 기록했다.

아웃백 역시 조인성을 모델로 내세워 '조인성 스테이크'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주효해 2011년 말 매출 기준으로 전년 대비 17% 상승했다. 2010년 추정 매출액은 2850억으로, 지난해엔 약 3334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매장 수 기준 1위 브랜드인 애슐리의 경우 지난해 매출 2400억원을 달성, 2010년 대비 60% 성장했다. 또 전년대비 25% 추가 성장해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상위 1개 브랜드만 합쳐도 1조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TGIF의 매출액은 2010년 기준 600억원 정도 수준으로 이들에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후발주자인 블랙스미스는 론칭 8개월 만에 시장에 안착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불황에도 지난 8월 기준 전국 매장의 매출이 꾸준히 상승해 전월 대비 153.5% 상승했다.

롯데의 경우 국내 햄버거 시장 50%를 점유하며 패스트푸드 1위 브랜드로 올라선 롯데리아의 상승세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롯데나뚜르를 합병하면서 규모는 키웠지만 실속은 없다는 평가다. 2011년말 기준 롯데리아의 매출액은 7270억1500만원, 당기순이익은 395억4100만원으로 전년대비 매출은 1600억원, 당기순이익은 130억원 정도 늘었지만 합병한 롯데나뚜르가 2010년말 기준 매출액 5674억3100만원, 당기순이익은 139억20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합병 효과가 거의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롯데가 운영하는 커피브랜드 엔제리너스도 매장수는 카페베네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경영 면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제리너스는 지난해 매출 1055억원을 기록하며 스타벅스(2891억원), 카페베네(1679억원), 커피빈(1337억원)보다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백화점 마트 등 탁월한 유통망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외식업계에선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커피 시장도 포화상태고, 웰빙이 강조되면서 패스트 푸드 시장도 지고 있는데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영업에 대한 공정위의 압박도 강해지고 있어 시련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