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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익힌다’가 아닌 ‘응고시킨다’?

● 달걀을 완벽하게 삶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삶은 달걀은 분자요리의 방식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요리다. 물론 달걀을 완벽하게 삶는 방법은 간단하다 못해 싱겁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달걀을 제대로 삶는 법을 알면 알부민과 단백질에 대해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내가 ‘완벽하다’고 말하는 삶은 달걀이 여러분이 보기에는 이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데빌드 에그를 만들기 위한 삶은 달걀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첫째, 달걀을 반으로 잘랐을 때 노른자가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해야 한다. 실제로 삶은 달걀을 보면 노른자가 한쪽으로 몰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처럼 노른자가 가장자리로 몰린 부분은 흰자가 부서지기 쉽다. 삶은 달걀이 들어가는 샐러드에서 양상추 같은 채소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대목에서 확인된다. 양상추는 그런 달걀이 보이지 않도록 숨겨주고, 또 균형이 안 맞아서 한쪽으로 넘어지는 일을 막아주는 것이다.
· 둘째, 노른자가 퍽퍽하지 않아야 한다. 노른자가 퍽퍽한 것은 달걀을 너무 많이 익혔기 때문이다. 달걀 샌드위치를 먹다가 목이 막혀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지 않은가?
· 셋째, 흰자가 너무 단단하지 않아야 한다. 노른자가 너무 많이 익었다면 흰자도 너무 많이 익었다는 얘기다. 삶은 달걀이 식탁에서 통통 튀면 재밌을 수도 있겠지만 입안에서는 고무 씹는 기분이 들 수 있다.
· 넷째, 노른자 표면이 푸르스름해지지 않아야 한다.
· 다섯째, 삶은 달걀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없어야 한다. 집에 온 손님을 맞이할 만한 향기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 끝으로 여섯째, 흰자에 손톱자국이 없어야 한다. 껍질을 까면서 달걀과 씨름하느라 생긴 흔적 말이다!

고작 달걀 하나 삶는 데 기준이 여섯 가지라니!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요즘 사람들은 화성 탐사 로봇은 정확히 조종할 줄 안다. 다시 말해 지구에서 5,000만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에 위치한 화성에 착륙한 다음, 태양에너지로 움직이면서 암석을 채취해 분석하고, 또 그 자료를 지구에 보내주는 로봇의 궤도는 온도와 압력을 포함한 모든 변수를 고려해 정확히 조절해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그저 수분과 단백질, 약간의 지질로 이루어진 달걀은 제대로 삶은 줄 모른다. 그것도 지구에 있는 대기압 상태의 자기 집에서! 달걀 하나도 못 삶으면서 뭘 하겠다는 말인가?
미식가로 유명한 18세기 프랑스 법관이었던 장 앙텔 브리야사바랭은 『미각의 생리학』에서 “새로운 요리의 발견이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나는 우주를 정복하는 일도, 삶은 달걀을 정복하는 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구에서 수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일에 대해서는 온갖 변수를 세밀하게 신경 쓰면서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는 눈치로 대충 한다면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

● 달걀은 왜 익고 어떻게 익는 걸까

자, 그럼 이제 달걀을 한번 삶아보자.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달걀을 끓는 물에 넣고 10분 정도 딴 일을 하다가 불을 끄는 식으로 달걀을 삶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100℃가 달걀을 삶기에 적절한 온도인지, 그리고 10분 동안 삶는 게 최상인지 말이다. 9분만 삶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아니면 8분? 7분? 물 온도는 95℃가 더 좋은 건 아닐까? 아니면 90℃ 찬물에서부터 삶아야 할까? 아니면 더운 물에서부터? 참, 소금이나 식초를 약간 넣고 삶으라는 사람도 있던데 그렇게 삶으면 정말 좋은 점이 있을까? 게다가 달걀이 끓는 물에서 제멋대로 돌아다니게 놔두는 게 좋을까, 아니면 삶아지는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게 좋을까?
요컨대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다음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달걀은 왜 익고 어떻게 익는 것일까? 바로 이런 것, 즉 요리를 더 잘하기 위해 요리할 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분자요리의 방식이다. 요리를 방정식으로 만들거나 달걀 삶기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따라는 게 아니라 그저 요리를 좀 더 잘하기 위해, 그리고 남들이 알려주거나 요리책에서 일러주는 것에만 의지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지식을 알아두자는 얘기다. 그렇게 요리에 대해 알고 나면 요리를 하는 즐거움도 더 커지고 요리를 먹는 즐거움도 더 커진다. 창조와 혁신을 위한 열쇠를 갖게 되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달걀을 100℃ 물에 10분간 삶았을 때 종종 접하게 되는 참혹한 결과로 미루어 볼 때, 그 방법이 달걀을 삶는 묘법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왜 계속 그런 식으로 삶는 가? 더 잘 삶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우리가 던져봐야 할 질문은 달걀이 ‘실재로’ 몇 도에서 익는가 하는 것이다. 달걀을 적절한 온도에서 익히면 노른자 표면의 푸르스름한 색깔과 퍽퍽한 노른자, 고무 같은 흰자, 고약한 달걀 냄새를 모두 피할 수 있다. 이처럼 조리 온도는 많은 요리에서 키포인트의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선이든 육류든 채소든 상관없이 너무 높은 온도에서 조리한다. 그 이유는 역사적인 측면과 실용적인 측면에서 동시에 찾아볼 수 있는데, 우선 역사적인 측면에서는 과거 식재료의 위생 상태와 관계가 있다. 그 옛날에는 식재료가 그다지 위생적이지 않았고, 그래서 오랫동안 끓이고 익히는 방법으로 세균을 없앤 것이다. 그리고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물이 끓으면 그 온도가 100℃라는 것을 우리가 바로 알 수 있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정확히 72℃에서 익히려면 보통 사람들이 가진 도구로는 아무래도 어려우니까!
하지만 요즘에는 재료의 위생 상태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유통경로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요리의 위생을 위해 그렇게까지 오래 가열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조리 온도도 온도계가 달린 조리기만 있으면 정확하게 맞출 수 있으며, 실제로 일부 요리사들은 온도 조절을 위해 화학 실험실에서 쓰는 정밀한 장비를 요리에 동원한다. 문제는 온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조리기를 거의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조리기라면 요리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누구에게나 큰 도움이 될 텐데! 가전제품 회사는 그렇게 꼭 필요한 제품은 안 내놓고 뭘 하는 걸까?

● 상온에서도 달걀을 읽힐 수 있을까

달걀흰자는 반투명하면서 노르스름한 색을 띠는 액체다. 하지만 익히면 불투명하면서 흰색을 띠는 고체가 된다. 이처럼 거시적 특징들이 달라졌다는 것은 물질이 내부 구조 안에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표시다. 그런데 달걀흰자에 그러한 반응이 일어나게 하려면 반드시 가열을 해야 할까?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실험을 해보자. 약국에서 파는 알코올을 날달걀의 흰자나 노른자에 붓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실험이다. 결과를 먼저 말하면 문제의 흰자나 노른자는 ‘익게’된다. 물론 흰자나 노른자가 담긴 용기는 차가운 상태며, 따라서 열 같은 것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용기 안의 달걀이 익은 것이다. 상온에서, 그것도 몇 초만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100℃ 물에 10분간 삶은 게 아니다. 그렇게 익힌 노른자는 보통 방식으로 삶은 달걀의 노른자와 비슷한 질감을 보여준다. 끓는 물에 삶은 것으로 오해할 정도로 이 실험은 간단하지만 흥미로우며, 그만큼 많은 의문들이 생긴다. 익힌 다는 것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할까? ‘익힌다’와 ‘가열한다’를 동일시하는 잘못된 공식은 이제 그만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달걀을 상온에서 익히는 기술이 장래성이 있을까? 사실 이 기술은 이미 요리에 쓰이고 있다. 내가 실험을 티에리 막스에게 보여주자 그가 곧바로 떠올린 ‘포트플립’이라는 칵테일이 그 예다. 포트플립은 1950년대에 유행한 리큐어 칵테일로, 포트와인과 코냑, 달걀노른자가 들어간다. 이 재료들을 섞고 흔들어주면 칵테일이 완성되는데, 완성된 포트플립은 약간 걸쭉한 질감을 띤다. 달걀노른자가 알코올 때문에 응고 반응을 일으키면서 칵테일을 걸쭉하게 만드는 탓이다. 커스터드 소스와 질감이 비슷한데, 이 소스 역시 달걀노른자를 적절히 응고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노른자가 응고되지 않아 소스가 너무 묽게 나오고, 온도가 82℃보다 높으면 노른자가 알갱이로 변해서 소스를 망치게 된다.
티에리 막스는 바로 그 포트플립을 재해석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래서 우리는 포트와인과 코냑을 증류해 알코올의 농도가 높으면서도 향도 좋은 증기를 뽑아내는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여기서 향은 향수에서 ‘톱 노트’라고 불리는 것을 말한다. 톱 노트에 해당하는 향은 불안정한 성질을 지닌 유기분자들로, 공기 중에 빨리 퍼지고 열에도 아주 민감하다. 따라서 음식물을 가열했을 때 제일 먼저 날아가는 것도 톱 노트의 향이다. 더 무거운 다른 향들은 더 나중까지 남아있으면서 각각 ‘미들 노트’와 ‘베이스 노트’를 이룬다.
향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플람베에 대해 한마디 하고 넘어가자. 플람베를 할 때 알코올을 너무 많이 태워 날리는 것은 좋지 않다. 비싼 알코올 음료를 태워 날리는 것은 결국 돈을 태워 날리는 거니까. 게다가 알코올 음료를 많이 태워 날리면 좋은 냄새는 나겠지만 알고 보면 그게 바로 비극이다. 그 향기로운 분자들을 입에 넣어보지도 못하고 다 날려보냈다는 뜻이므로!
그럼 그 분자들을 ‘다시 잡아와서’요리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증류 기술을 이용하면 된다. 증류기가 없으면 밀폐 뚜껑을 이용해 증기를 모아서 다시 액체로 만드는 방법을 써도 좋다. 예를 들어 포트와인과 코냑을 증류하면 에탄올이 충분히 함유되어 있어 달걀을 거의 순간적으로 응고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음료들의 섬세한 풍미도 그대로 지닌 용액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용액만 있으면 요리사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즉석으로 새로운 요리를 연출할 수도 있다. 가령 달걀노른자를 불 없이 테이블 위에서 ‘익혀’ 스크램블 에그를 만든 다음, 버터를 바른 토스트에 올린 뒤 약간의 소금과 허브나 어린잎 채소를 곁들여 내놓으면 된다.
상온에서 익힌 스크램블 에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오믈렛, 달걀 완숙, 달걀 반숙, 수란, 달걀프라이 등과는 다른 새로운 질감을 선사한다. 익힌 달걀의 질감을 가진 날달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요리는 실험실 한쪽 구석에서 이루어진 따분한 실험이 어떻게 고급 레스토랑 메뉴에 오를 만한 독창적인 미식 요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많은 사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서 제일 중요한 조건은 과학자와 요리사가 힘을 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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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이 알코올이나 레몬즙을 만났을 때

달걀흰자의 젤화 현상은 온도가 올라갔을 때, 즉 열이라는 에너지가 가해졌을 때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접혀 있던 단백질을 펼쳐지게 함으로써 응고를 유도하는 특별한 화학적 조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에탄올이 바로 그러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매질에 해당하며, 산성 매질도 마찬가지다. 날 생선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 레몬즙이나 신맛이 나는 마리네이드를 뿌려두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생선은 반투명하면서 무른 상태지만, 레몬즙이나 마리네이드가 많이 뿌려진 곳의 표면은 불투명하면서 단단한 상태로 변한다. 달걀이 알코올을 만났을 때와 같은 원리로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요컨대 익히는 일은 열로만 가능한 게 아니라 알코올이나 산으로도 가능하다. ‘익힌다’라는 용어를 좀 더 넓은 의미로 본다면 말이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을 쓰는 게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응고는 몇 도에서 이루어질까? 우리 연구에 따르면 달걀흰자는 62℃에서 응고하고, 노른자는 68℃에서 응고한다. 이 수치들은 온도를 0.1℃ 단위로 조절할 수 있는 중탕기와 코플러 벤치라는 발열기를 이용해서 얻은 값이다. 코플러 벤치에는 온도가 50℃에서 250℃까지 눈금자처럼 연속으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 도구를 쓰면 달걀흰자가 흰색으로 변하면서 굳는 온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코플러 벤치는 다른 용도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스테이크가 익은 정도를 나타내는 블루레어, 레어, 미디엄, 웰던 등의 상태를 수치로 표시하거나, 설탕의 녹는점과 캐러멜화 온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 아무튼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결론은 달걀을 100℃에서 익히지 말라는 것이다! 이 경우 응고가 지나치게 많이 진행되고, 그 결과 단백질의 그물 구조가 너무 촘촘해진다. 달걀흰자가 탄성이 생겨서 고무 씹는 것 같은 질감이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물이 100℃에서 증발한다는 사실과 달걀흰자에 수분이 많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도 있듯이. 달걀은 끓는 물에 너무 오래 삶으면 흰자의 수분도 증발하게 된다. 그런데 달걀은 껍데기 바로 안쪽의 수분이 극히 소량만 수증기로 바뀌어도 내부 압력이 증가한다. 껍데기가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면 달걀은 결국 깨지는 것이다. 소금이나 식초, 혹은 그 밖의 묘약을 약간 넣어 삶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물 1그램이 약 1리터의 수증기로 변하는 조건은 마찬가지니까. 달걀 하나에서 수분이 약 35그램 들어 있고, 따라서 약 35리터의 수증기를 내놓을 수 있다. 그것은 고무풍선을 35개 정도 불 수 있는 양이다! 달걀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폭탄처럼 터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발생한 수증기가 달걀 내부의 압력을 높여서 갑자기 펑 소리를 내며 터지는 것이다. 달걀도 알고 보면 위험한 물건이다!
그러므로 달걀을 삶을 때는 노른자의 응고 온도를 넘기되 흰자는 반숙으로 삶을 때는 물 같은 노른자가 좋은 지, 죽 같은 노른자가 좋은지에 다라 62℃와 68℃ 사이에서 삶으면 된다.
따라서 와인과 미네랄워터, 커피, 빵을 설명해둔 메뉴처럼 삶은 달걀을 위한 메뉴판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 여러분은 어떤 달걀이 좋은가? 온도를 1℃씩 차이를 두면 그 사이사이의 중간 질감들도 모두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온도조절장치가 달린 중탕기나 오븐이 있다는 조건 하에!

조리시간과 조리온도는 서로 타협하는 관계

조리 시간도 재료의 최종 상태를 바꾸어놓는데, 열역학에서 알려주는 바에 따르면 이때 시간은 온도와 서로 타협하는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실험을 해보면 어떤 재료를 62℃에서 90분 익힐 때나 64℃에서 45분 익힐 때, 혹은 66℃에서 30분 익힐 때 모두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재료의 조리 결과는 온도와 조리 시간을 각각 행과 열로 하는 행렬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완벽한 데빌드 에그를 만들기 위해 이제 남은 일은 달걀노른자를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시키는 작업이다. 달걀을 삶았을 때 노른자가 가운데에 있게 하려면 문제의 노른자가 날달걀 상태에서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만약 노른자가 이미 가운데에 있다면 달걀이 물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익을 수 있는 방법을 쓰면 될 것이다. 달걀을 금속으로 된 용기에 담고, 이 용기를 냄비에 넣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다. 노른자가 흰자보다 무거워서 아래에 가라앉아 있거나, 아니면 흰자보다 가벼워서 위에 떠 있거나. 사람들이 간혹 제기하는 세 번째 가능성, 즉 ‘노른자가 그때그때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달려있다’고 보는 가정은 무시하자. 외부의 힘이 달걀에 작용하지 않는 한 달걀 속 노른자가 혼자 움직일 일은 없다.
노른자의 위치에 대한 질문에 답하자면 간단한 실험을 해보면 된다. 칼끝으로 달걀껍데기 윗부분을 떼어내서 노른자가 어디에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혹은 달걀 여러 개를 깨뜨려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좁은 용기에 흰자는 여러 개 넣고 노른자는 하나만 넣은 뒤, 노른자가 흰자 속에서 뜨는지 가라앉는지 돌아다니는지 관찰하면 된다.
사실 답은 뻔하다. 노른자는 뜨게 되어 있다. 어떻게 그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냐고?흰자는 90% 수분인 반면, 노른자는 수분이 약 50%밖에 안 되고 나머지 50%는 레시틴을 포함한 인지질과 지방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름이 물에 뜨는 것처럼 노른자는 흰자에 뜰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은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째, 노른자의 여러 성분들, 즉 인지질, 다양한 분자량을 지닌 단백질 등을 고려해볼 때 노른자의 밀도는 흰자와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둘째, 아주 신선한 달걀로 실험했을 때는 결과가 1이라면 흰자의 밀도는 1.1 노른자의 밀도는 1.05 정도로 측정되며, 그래서 노른자는 흰자에서는 뜨지만 물에서는 가라앉는 성질을 보인다.
문제에 대한 완벽한 답을 얻으려면 좀 더 자세히 들어갈 필요가 있다. 과학에서 말하는 이차 추론을 해보자는 얘기다. 신선한 달걀의 경우는 스프링처럼 생긴 섬유 조직, 즉 알끈이 노른자를 흰자 가운데에 있도록 고정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흰자에 있던 효소의 작용으로 알끈이 끊어지고, 풀려난 노른자는 밀도 때문에 위로 떠오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달걀의 공기 주머니도 점점 커지는데, 달걀 속 수분이 껍데기를 통해 증발하면서 공기가 그 자리를 대신 채우기 때문이다. 그런 달걀은 역시나 밀도 때문에 물에 뜨게 되며, 따라서 달걀이 물에 뜨면 신선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달걀이 익는 동안에 노른자가 가운데에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달걀을 굴려주면 된다. 달걀을 굴릴 때마다 노른자는 다시 위로 떠오르면서 가운데 위치를 지나가는데, 이때 흰자가 열의 도움으로 응고해버리면 지나가던 노른자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흰자가 껍데기 둘레를 따라 고르게 응고하면서 노른자를 가운데에 가둘 수 있게 하려면 달걀을 삶는 처음 몇 분이 가장 중요하다.
이 방법이 정말 통할지는 여러분이 직접 실험해보면 된다. 같은 달걀판에서 꺼낸 달걀들을 두 냄비에 나누어 삶는 실험이다. 이때 첫 번째 냄비의 달걀을 물속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두고, 두 번째 냄비의 달걀은 나무 숟가락 두 개를 이용해 처음 5분간은 계속 굴려준다. 달걀들이 다 삶아지면 찬물에 식힌 뒤에 껍데기를 까서 반으로 잘라보자. 결과는 여러분 눈으로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