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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괴담 : 간청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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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505) 황당한 건강 괴담
간 청소 등 엉터리 정보 넘쳐,,, 의학적 근거 없고 건강 위협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디지털타임스 2015년 03월 16일자 15면 기사


기능이 떨어진 간을 청소해준다는 기막힌 엉터리 비법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양이다.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유혹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간을 깨끗하게 해주기는커녕 자칫하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무시되고 있다. 계면활성제라는 전문용어가 낯설다는 이유로 샴푸를 거부하는 '노푸'족도 있고, 치약보다 코코넛오일을 더 믿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건강은 근거 없는 소문에 맡겨버리기에는 너무 소중한 것이다.

간 청소의 실체는 황당하다. '엡솜염'을 물·레몬주스·올리브유에 넣어 마시는 것만으로 간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캐나다의 대체요법 치료사가 20여 년 전에 소개했던 엉터리 요법이 뒤늦게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현실은 정말 안타깝다.

엡솜염은 화학적으로 광물질로 분류되는 황산마그네슘을 말한다. 영국 남부의 서리 지역에 있는 엡솜(Epsom)이라는 작은 마을의 쓴맛 나는 우물물에서 처음 찾아낸 무기물이라서 그렇게 부른다. 두유에 녹아있는 단백질을 엉겨붙게 해주는 응고제나 습기를 제거하는 제습제로도 쓰고, 농작물에 필수 미네랄 성분인 마그네슘을 공급해주는 비료로도 사용된다.

설사·부정맥·천식·임신중독증 등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도 사용되지만, 신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면 피로·어지럼·구토·호흡곤란·부정맥·혈압상승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엉터리 간 청소 요법을 사용하면 녹색이나 붉은색의 덩어리들이 대변과 함께 배설되는 것은 사실이다. 흔히 '담석'이라고 잘못 소개되는 묘한 덩어리에는 담낭에서 만들어지는 진짜 담석의 주성분인 칼슘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 밀도가 작아서 물에 뜨고, 단단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진짜 담석과는 분명하게 구별이 된다. 더욱이 시간이 지나면 흐물흐물 녹아버린다. 좁은 담도를 빠져나오기에는 너무 큰 덩어리도 많다.

의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란셋'에 2007년 공개된 분석에 따르면 엉터리 담석은 75%가 올레산을 비롯한 지방산이라고 한다. 결국 엉터리 담석은 올리브유의 지방산이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리파아제)에 의해 분해돼 만들어진 올레산 등의 유기산이 레몬주스에 들어있는 유기포타슘(칼륨)염과 비누화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진 것이다. 완전히 굳지 않은 비누 덩어리라는 뜻이다. 화려한 색깔은 음식물에 들어있던 지용성 색소에 의한 것이다.그런 비누화 반응은 초등학교 실험실에서도 쉽게 만들어볼 수 있다. 폐식용유로 비누를 만드는 반응과 다르지 않다. 소중한 우리 몸을 실험실로 만들어서 확인해야 할 만큼 별난 화학반응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엉터리 담석은 간이나 담낭 기능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애써 엡솜염을 먹지 않더라도 똑같은 결과가 얻어진다.

샴푸를 거부하는 노푸족의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가 머리를 감는 이유는 분명하다. 먼지와 엉겨 붙어서 머리카락을 뻣뻣하게 만들고 악취를 풍기고, 두피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피지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세척력이 약하거나 거의 없는 쌀뜨물·식초·창포물로는 물에 녹지 않는 유기물인 피지를 충분히 제거할 수 없다. 비누나 베이킹소다(탄산수소소듐)를 사용할 수 있지만 머리카락이 손상된다.

샴푸는 비누의 세척력을 유지하면서 머리카락과 두피의 손상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만든 중성세제다. 계면활성제는 세제를 뜻하는 전문용어일 뿐이다. 샴푸를 깨끗이 헹구기만 하면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어렵다. 그런 샴푸를 거부하고 건강에 해로운 피지를 그대로 남겨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치약 대신 코코넛오일이나 참기름에 의존하는 '오일풀링'도 구강과 폐의 건강을 위협하는 괴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