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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 ........


식품지방불량지식

안셀 키즈 : 식이지방의 공포가 시작되다

지방에 대한 오해, 포화지방에 대한 오해
- 트랜스 지방에 대한 과장된 걱정
- 버터에 대한 오해
- 왜 고기 잔뜩 먹는 황제 다이어트가 가장 살이 잘 빠질까?

불포화 지방의 독성 : 빠른 산패
- 불포화 지방에 대한 지나친 기대
- 프로스타그란딘 -> 아라키돈산 : 혈액응고
- 리놀렌산 : 식물성(대두유, 옥수수유, 카놀라유), 공액리놀렌산
- DHA,  EPA

안셀 키즈 : 식이지방의 공포가 시작되다

  

Time (1961): Saturated fats in the diet clogged arteries and caused heart disease.
Time (1984): Cholesterol from saturated fats is the main cause of heart disease.
Time (2014): After all saturated fats don’t cause heart disease

미국의 중산층을 두려움에 떨게 한 식이지방 공포는 1950년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그 위세를 떨치고 있으니 말이다. 먹거리에 대한 다른 많은 공포와 마찬가지로 식이지방 공포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유행성 질환인 관상 동맥 심장 질환에 대한 경고에서부터 시작됐다. 심장 질환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잇다는 생각은 묘하게도 20세기 전반,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영유아의 사망률이 낮아지고, 서인들의 평균 수명은 증가하던 시기에 처음 등장했다. 영유아 사망률이 급격히 낮아지자 중장년의 목숨을 쉽게 앗아가는 심장 질환, 암, 뇌졸증 등 만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1940년대부터는 사망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사망 진단서를 기준으로 사망률을 측정했는데 이때부터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급증했다. 이를 우려한 의학 전문가들은 1940년대 말까지 유행한 유행성 심장 질환에 대한 경고를 내보냈고, 1960년대에 심장 질환의 주범으로 식이지방을 지목했다.
이 이론의 대표주자는 미네소타 대학 공중 보건학부 생리학자인 안셀 키즈박사였다. 전후 생산성 향상으로 먹거리가 풍부해지자 많은 과학자들은 과잉 섭취로 인한 위험성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키즈도 연구 방향을 전환했다. 키즈박사의 연구에 전환점을 준 계기는 지역 신문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짤막한 뉴스였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사업가들이 갑작스레 심장병으로 사망했다’는 단신 기사가 그의 관심을 끈 것이다. 그는 즉시 미네아폴리스에 거주하는 중년의 사업가 286명을 설득해 매년 건강 검진을 받도록 하고 라이프 스타일과 식습관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로부터 40년 후에야 당시 중년 남성들을 심장병으로 내몬 주범이 흡연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당시 키즈 박사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흡연이 아니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의 혈압을 측정하면서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노란색의 점착성 물질인 콜레스테롤이 동맥벽에 침착돼 두꺼운 플라크가 생성되면 심장으로 향하는 혈류의 속도가 늦춰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었다. 이렇게 생성된 플라크가 혈류를 완전히 혈류를 차단할 정도로 두꺼워지면 관상 동맥 혈전이 발생하고, 종종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키즈 박사는 이렇게 생성된 플라크가 기업들의 심장병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라고 결론지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콜레스테롤을 생성하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찾을 차례였다.
1951년, 그는 생화학자인 아내 마거릿과 함께 영국의 옥스퍼드에서 안식기간을 보냈다. 당시 영국은 전후 식량과 연료 부족 문제로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곳에서 겨울을 보낸 그는 나중에 "어둡고 추웠다. 단열도 안 되고 외풍도 심한 집에서 아내와 덜덜 떨면서 지냈다."고 회고했다. 영국에서 지내던 중 우연한 기회에 로마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이탈리아 의사가 네팔에서는 심장 질환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에게 직접 가 볼 것을 권했다. 네팔은 키즈 자신도 한때 원정 탐험을 다녀온 적이 있던 곳이다. 1952년 2월, 그는 아내와 함께 몇 가지 실험 도구를 챙겨 네팔로 향했다.
유토피아를 발견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들은 대개 엄청난 폭풍 속에서도 어려움을 둟고 살아남아 마침내 그곳에 당도했다는 식의 샹그릴라 스토리 전개 방식을 띤다. 키즈 부부도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접점인 알프스 아래 터널의 안전지대에 도착하기까지 매서운 눈보라와 싸워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탈리아의 눈부신 햇살이 모습을 드러내자 부부는 행군을 멈추고 야외 카페에서 며칠 만에 달콤한 카푸치노를 음미했다. 카즈 박사는 후에 "온화한 대기, 화사한 꽃들, 노래하는 새들. 말할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강렬한 태양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도 더없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네팔에 도착한 그는 네팔의 관상 동맥 환자는 시내 사립 병원에 입원해 있는 부유층 남성들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당시 그에게 남부 지방에 거주하는 더 가난한 이탈리아인들은 ‘병원에 들어갔다 살아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으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을 말해 준 이는 아무도 없었던 듯하다. 키즈는 한 젊은 의사를 설득해 근처 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들의 혈압을 체크하고 혈액 샘플을 채취한 후 식습관에 대해서도 몇 가지 질문을 하도록 했다. 그해 말에는 마드리드 시내에서 심장병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노동계층 거주지에서 일부 남성의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마찬가지 방법으로 현지의 유명한 스페인 의사가 치료 중이던 부유층 환자 50명의 혈액샘플도 채취했다. 연구 결과가 나오자 그는 깨달음을 얻은 듯 ‘아하~’하며 무릎을 쳤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교한 결과, 네팔의 소방관과 마드리드 노동자들의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부유층 남성들에 비해 훨씬 더 낮았고, 부유층 남성들의 수치는 미네소타 기업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온 것이다. 식습관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설문 조사 없이 간단한 검사와 몇 가지 질문만을 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유한 나폴리 인들과 스페인 인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지방을 섭취하고 있다고 쉽게 생각해 버렸다. 미국인들의 지방 섭취도 유럽의 부유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키즈는 고지방 식단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장병에 이르게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폴 더들리 화이트
지방 악마의 화신

그러나 그의 연구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주요 포럼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빈약한 증거들을 이리저리 꿰맞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건강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주장들이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키즈 박사의 주장에도 상식적인 측면에서의 호소력은 있었다. 그의 이론에 관심을 기울인 인물이 미국 최고의 심장병 전문의 폴 더들리 화이트 박사였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했다.
화이트 박사는 당시 키즈와 마찬가지로 남부 이탈리아 인들의 삶의 질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이탈리아 사랑은 목가적인 섬 카프리에 4개월간 머물면서 심장병에 관한 ‘바이블’로 통하는 교재를 집필하던 192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재 집필이 끝나고 3년 후 아내와 함게 프랑스 남부의 도르도뉴 계곡을 따라 자전거 투어에 나섰는데 그때 만났던 단순하면서도 간소한 지역 음식에 홀딱 반한 것이다. 1954년 봄에는 네팔의 키즈 부부를 방문해 인근 야산을 산책하고, 빵, 치즈, 신선한 과일과 와인을 곁들인 피크닉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화이트 박사가 원주민들의 간소한 식사가 심장병이라는 전염병을 예방하는 면역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화이트는 구제 심장병 학회 회장을 맡고 있었고, 이는 키즈 박사의 이론을 전파하는 데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해 9월 화이트는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의 성격을 연구 포럼으로 바꿔 진행했고, 키즈 박사의 이론을 주제로 내세웠다. 포럼이 열린 컨퍼런스홀은 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1200명이나 되는 의사들이 참석했고, 화이트와 키즈 박사는 개회세션을 통해 자신들의 이론을 소개했다. 발표 내용은 "고지방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 남부 이탈리아 병원에서 관상 동맥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2%에 불과한 반면, 화이트가 진료 중인 보스턴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는 같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무려 20%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키즈는 또 다른 보고서를 통해 유행성 심장병의 원인이 과체중 때문이다 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체중 감소를 위한 식이 요법은 심장병의 위험을 줄여 주지 않는다. ‘고도 비만’은 저지방 식습관을 유지하는 나라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며, 이들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은 고지방 식습관을 유지하는 사람들에 비해 적다."는 주장이었다. <타임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는 "과체중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건강과 관련해 별다른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과체중을 걱정하느라 그보다 더 중요한 핵심, 즉 높은 혈청 콜레스테롤로 인해 발생하는 심장과 동맥 관련 질환을 놓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류 언론 매체들은 키즈와 화이트의 연구발표를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 전문가들이 부유한 나라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고지방 식습관이 서구 문명사회의 재앙으로 돌변할 수 있따는 데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식습관은 동맥 경화와 관련이 있다." 고 보도했다. <뉴스워크>의 보도는 이보다 더 직접적이었다. 헤드라인에 ‘우리의 몸이 문제가 아니라 식이지방이 문제’라는 의미에서 ‘지방, 악마의 화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1955년에는 화이트와 카즈에게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해 9월24일 이름 아침, 당시 64세이던 드와이트 하이젠하워 대통령이 콜로라도 주 덴버에 위치한 처가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심근 경색으로 쓰러진 것이다. 공군은 보스턴의 화이트 박사를 방문해 덴버의 대통령 침상으로 데려갔고, 인기 있는 대통령이었던 만큼 세간의 관심도 집중됐다. 매일 2회 기자들에 대한 브리핑이 진행됐는데 화이트 박사는 처음에는 ‘대통령의 장 운동이 정상적’이라고 밝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사람들은 장과 관련된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 계속 집중되자 화이트는 정례 브리핑에서 ‘위대한 미국인들에게 찾아온 전염병’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온 후 화이트는 전국적으로 배포되던 한 신문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심장병에 대한 소견’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에서는 ‘대통령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위치에 있지만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동맥 경화는 스트레스와 거의 관계가 없고, 과체중과도 관계가 없다. 내 소견으로는 대통령의 심장병이 지나친 지방 섭취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안셀 키즈박사와 같은 훌륭한 과학자들이 연구실에서도 지방을 관상 동맥 혈전의 주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래서 나는 햄버거 마니아인 대통령에게 저지방 식단을 권했다."고 밝혔다. 당시 화이트는 금연에 대한 권고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듯하다.
화이트의 칼럼이 게재된 다음날 <타임매거진>은 ‘매국인 사망 원인 1위 심장병’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키즈 박사에 대한 커버스토리를 실었다. 커버스토리의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아테롬성 동맥 경화는 평상시와는 다른 빈도로 관상 동맥을 공격하는 ‘진짜 골칫덩이’다. 미국과 북유럽에서 이러한 질환이 특히 많은 이유는 과거에도 지적된 것처럼 민족성, 체질, 흡연 습관, 운동량등과 관련이 있으며, 스트레스와 긴장도 중요한 요인이다. 키즈 박사에 따르면 관상 동맥 환자들은 과식과 운동 부족으로 살이 찌고, 스트레스로 인해 술과 담배를 지나치게 즐기는 건강한 비즈니스맨들이다. 관상동맥을 용케 피해 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유전이나 인종은 전혀 관계가 없다. 아프리카와 이탈리아 원주민들에게는 이런 질병이 드물지만 흑인계와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을 보면 심장병 유병률이 다른 미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키즈 박사는 흡연에 대해서는 ‘농민들의 흡연율이 매우 높은 편이며, 1인치 정도 되는 타르 부분까지 피우는 농민도 많다. 하지만 이 때문에 심장병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키즈 박사에 따르면 이를 가장 잘 입증해 주는 사례는 예멘의 유대인들이다. 예멘에는 관상 동맥 심장 질환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나 이스라엘로 이주한 후 고지방 식습관에 적응하면서 이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타임매거진>은 심장병의 ‘주범’이 실제로 콜레스테롤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고 덧붙였으나 커버스토리의 전반적인 내용으로 봐서는 키즈와 화이트 박사가 이미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화이트나 키즈는 다른 나라로 연구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 자금 유치에 나섰고, 큰 어려움 없이 자금을 지원 받았다. 두 사람은 푸로젝트명을 ‘리서치 어드벤처’로 정하고 이탈리아로 두 차례 여행을 떠났으며, 일본과 그리스도 방문했다. 이번 연구에는 다른 과학자들이 추진 중이던 포화 지방과 불포화 지방의 분명한 차이를 밝히는 것도 추가됐다. 당시 동물성 지방인 포화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지만 불포화지방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온 후 두 사람은 "지방의 대부분을 올리브유를 통해 섭취하는 크레타 섬 지역의 45~65세 사이 인구 657명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중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단 두 명뿐이었다. 동일한 조건으로 많은 양의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고 있는 미국인 남성을 조사한 결과 심장병 환자는 60명에 달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키즈 박사는 후속 연구를 위해 남아프리카, 핀란드, 스웨덴, 유고슬라비아도 방문했다. 공동 연구자들을 활용해 혈액 샘플과 식습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취합한 결과 관동맥성 심장병이 고지방 식단 및 높은 수준의 혈청 콜레스테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듯 했다. 심장병 발병률이 상당히 높았던 동부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는 두꺼운 치즈 슬라이스에 버터를 발라먹는 습관을 없애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 현지 공중 보건 관계자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키즈의 증거들이 산발적이고 실체가 없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과학자들은 여전히 많았다. 1957년, 키즈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7개국에서 취합된 WTO의 통계를 인용하자 이들은 "7개국뿐 아니라 현재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자료인 다른 16개국에 대한 WHO의 데이터를 모두 활용했다면 결론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년 후인 1977년, 선도적인 과학자가 키즈 박사의 분석 보고서를 봤다면 ‘문제의 원인을 그처럼 단순하게 해석하는 것은 교실에서나 할 법한 시범 수업의 수준’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고지방 식습관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키즈의 주장에 동의하던 과학자들조차도 콜레스테롤이 정확히 아테롬성 동맥 경화증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쉽게 확신하지 못했다. 또 콜레스테롤이 이테롬성 동맥 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 수긍하던 과학자들도 그 원인이 ‘체내에서 생산되는 엄청난 양의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식이성 콜레스테롤’이라는 데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과학 컨퍼런스에 참여해 논쟁을 지켜본 과학자들은 아직 확실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는 찜찜한 생각을 안고 회의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잘 먹고 잘사는 법 ?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즈는 화이트의 든든한 후원에 힘입어 정부 자금을 지원 받아 반대자의 이론을 반박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키즈의 자금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부유한 자선 사업가인 메리 래스커였다. 그녀는 1948년부터 암과 심장병 정복을 목표로 연방 정부 기금을 모으는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이를 위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국립보건원을 부활시키고 , NH 내에 암과 심장 질환을 각각 연구하는 전문 연구 기관 2개를 신설하자고 의회의 핵심 의원들을 설득했다. 래스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고 신설된 국립 심장 센터의 센터장으로는 화이트 박사가 추대됐다. 화이트는 이후 10년 동안 래스커와 함께 의원들을 설득해 ‘유행성’ 심장 질환에 관한 NH의 연구예산을 조금씩 늘려갔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심근 경색 사건은 백악관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졌고 원활한 예산확보의 기폭제가 되어 주었다.
<타임 매거진>에 따르면 화이트는 키즈 박사의 ‘기금 모금 책임자’의 역할도 담당했다. 키즈의 생애 최고 걸작인 ‘7개국 연구’가 1959년 국립 심장 센터의 막대한 후원 하에 시작될 수 있었던 것도 화이트의 지원 덕분이었다. ‘7개국 연구’는 국립 심장 센터의 초기 후원에 더해 이후에도 매년 20만 달러라는 거금이 투자된 대규모 프로젝트로 미국, 이탈리아, 핀란드, 유고슬라비아, 그리스, 네덜란드, 일본 등 7개국에서 40~59세 사이의 남성 1만 2000여 명 이상을 대상으로 혈청 콜레스테롤 수준, 식습관, 관상 동맥 심장 질환 발병률과 사망률을 비교 연구하는 것이었다. 화이트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던 미국 심장 협회도 추가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7개국 연구’는 무려 25년 동안이나 진행됐고, 연구가 완료됐을 때 키즈 박사의 나이는 55세였다. 그렇다고 해서 25년이라는 연구 기간 동안 키즈 박사가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와 크레타 섬에 대한 직접 조사와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한 다른 나라들의 조사 자료를 인용해 식이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경고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는 키즈 박사 스스로도 연구 과정상의 ‘오류’를 인정했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연구와 함께 《잘 먹고 잘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건강 관련 서적도 집필했다. 미국인들이 콜레스테롤 섭취를 낮출 수 있도록 지중해 사람들이 즐기는 건강한 음식을 네팔 식으로 조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폴 더들리 화이트의 추천사를 보면 앞으로 미국에서 전개될 엄청난 식습관의 변화를 예고하는 듯하다. 추천사에서는 "이 책으로 보면 우리가 습관적으로 섭취해 온 45%의 칼로리를 20% 정도로까지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먹고 살기도 힘든 이탈리아의 섬 사르디니아에서 얼마나 풍성한 식사를 즐겼는지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칼로리의 30%를 지방에서 섭취하면서 식습관을 서서히 변화시키라는 것이었다
키즈에 따르면 이 책의 발간 목적은 콜레스테롤에 대한 전쟁 선포였다. 책의 앞부분에 지방과 관련해 최근 발견된 차이점을 간단히 소개하는 내용을 배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소개를 보면 "버터, 라드, 치즈를 기반으로 하는 마가린 등의 고체형 지방은 ‘포화’지방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며, 관상 동맥에 축적될 수 있다. 그러나 옥수수유, 면실유 등 상온에서 액체 형태를 띠는 지방은 ‘불포화 지방’으로 인체에 유익하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미 당시에도 개념이 정립되기 위 시작한 두 개의 포화 지방, 즉 HDL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HDL 콜레스테롤은 심장병의 원인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고밀도 콜레스테롤 분자의 생성을 촉진하고, LDL콜레스테롤은 치명적인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방형의 늘어진’ 분자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즈 박사의 지방 분류는 ‘포화 지방과 불포화 지방’으로 단순했기 때문에 책에 제시된 식단을 따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레시피의 대부분은 일반 우유를 무지방 우유로 대체하거나 버터와 라드를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하는 식이었다. 달걀과 내장육에 이미 ‘존재하는’콜레스테롤은 혈액에 흡수되지 않으므로 하루에 3~4개의 달걀을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고, 지방이 많은 붉은색 육류의 섭취를 제한하라는 조언도 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송아지 간 요리와 베이컨을 잔뜩 넣은 라운드 스테이크 레시피도 소개했다. 후에 비만 공포증의 포로가 된 사람들에게 공포와 혐오의 대항이 된 닭다리와 닭 껍질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오히려 닭을 껍질째 사용하라고 주문한 스페인 요리 ‘아로스 콘 폴로’와 폴란드식 소시지 레시피를 추천 요리로 소개했다. 해외 요리에 대한 다양한 레시피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정 요리에 대한 레시피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만, 《잘 먹고 잘사는 법》의 지중해 요리법과 먹는 법 소개는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단했다. 일례로 파스타 레시피는 딱 두가지가 소개돼 있는데 그 내용은 마거릿 키즈가 남부 이탈리아식 파스타를 준비하는 과정이 전부였고,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요리 레시피의 명칭을 보면 오리지널 레시피를 어쩌다 알게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림을 얹은’프랑스 바샤멜 소스 레시피의 경우 밀가루와 MSG를 준비해 기름에서 재빨리 볶아낸 후 육수와 우유를 넣고 섞으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 책은 식습관이나 요리의 개념을 파격적으로 바꾼 것이 아니었기에 출판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출판사인 더블데이는 ‘올해 자살할 예정이십니까?’라는 볼드체의 카피로 시작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광고 보드체 커피 아래에는 "약 50만 명의 미국인이 자신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자살로 내몰리고 있으며, 여러분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라는 문구가 이어졌다. <타임 매거진>의 의학 섹션에도 책을 극찬하는 서평이 실렸다. "고지방 식습관과 관상 동맥 심장 질환으로 인한 미국인의 높은 사망률 간 관계는 우리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가 밝혀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지방 섭취를 줄이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전문가가 점점 늘고 있다. 이 책은 주부들에게 의사의 조언에 따라 버터와 라드를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평범한 가정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습관 실천 방법이다."
더블데이는 타임지의 기사가 나오자마자 ‘좋은 건강과 좋은 식습관 간의 필수불가결한 관계를 명화가게 설명해 주는 <타임 매거진>의 의학 섹션에서 여러분이 읽은 바로 그 책이 여기에 있다’라는 내용의 후속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에서 ‘영양의 과학적 측면과 과잉 영양의 위험성 그리고 식탁에서의 즐거움을 유쾌하게 버무렸다’고 언급한 폴 더들리 화이트의 코멘트도 인용했다. 《잘 먹고 잘사는 법》은 출간 2주 만에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톱 10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6개월 후에도 책은 여전히 잘 팔렸고, 더블데이는 ‘이렇게나 많은 의사들이 성원을 보낸 식습관 관련 서적은 지금까지 없었다!’라는 문구와 함께 전 세계 의사들로부터 받은 격려 메시지로 디자인 전면 광고까지 게재했다. 서적 판매로 상당한 수익을 챙긴 키즈 부부는 마침내 지중해의 꿈 하나를 이루었다. 네팔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두 번째 집을 장만한 것이다.
1960년대 12월 말 키즈는 또 하나의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미구 심장 협회가 식단에서 포화 지방의 양을 줄이면 ‘아테롬성 동맥 경화증을 예방하고,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으로 주제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협회는 키즈에게 유제품과 육류 등 포화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대신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지 않는, 포화 지방은 적고 다가 불포화 지방은 많은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할 것을 추천하는 내용으로 발표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키즈는 이를 수용해 저지방 식단과 혈청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은 나라의 국민들이 미국인들보다 심장병 발병률이 적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협회는 둘 간의 인과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는 내용을 반드시 추가해 달라고 요구했고 키즈도 이에 따랐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의사 10명 중 9명이 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하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만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언급한 미국 심장 협회 전 회장의 코멘트만 인용했다.
언론 보도가 나오자 식품업체들과 협회, 단체 등 상업적 이해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식물성 기름 생산 업체들은 자사 제품이 심장병 예방에 더 효과가 있다며 무차별 광고 공세를 시작했다. 웨손 오일은 전면광고를 통해 ‘다가 불포화 지방을 포화 지방으로 바꾸면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여 심장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가 불포화 지방이 함유된 웨손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는 가장 선도적인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낙농 협회는 ‘포화 지방을 불포화 지방으로 대체하면 심장병 발병률이 줄어든다는 이론은 아직 명확히 입증된 것이 아니며, 이는 건강에 위험할 수도 있다’며 즉각적인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윌스트리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마졸라오일 생산 업체인 콘프러덕츠의 주가가 5%정도 하락했을 뿐이었다.
미국 심장 협회의 발표가 있은 후 1주일 만에 지방 공포증 진영은 또 한 번 쾌재를 불렀다. <타임 매거진>이 ‘편안한 삶’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키즈 박사의 커버스토리를 게재한 것이다. 커버스토리 속의 키즈는 ‘식습관과 건강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선 인물’이었다. 기사에서는 "그는 매년 20만 달러를 식습관 연구에 투자하고 있으며, 연구 대상 국가도 7개국에 달한다. 이미 50만 마일을 비행할 정도로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말할 수도 없이 힘든 소화 불량까지 겪고 있다. 그러면서 반투의 원주민부터 이탈리아 농부에 이르기까지 1만 명의 건강 및 식습관과 관련된 생리학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미국인 사망 원인 1위인 관상 동맥 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이는 식탁의 포화 지방이다. 그는 이로써 콜레스테롤과 심장질환간의 인과 관계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는 달걀 등 심장병을 유발하는 수많은 식품 목록도 함께 소개됐다. 유해 식품 목록 중에서도 특히 해롭다고 명시된 식품은 키즈 박사가 ‘썰어놓은 고기’이라고 칭한 스테이크, 촙스, 로스트 등이었다. 그러나 이는 그가 집필한 건강 서적에 소개된 추천 식단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었다. 책에서 그는 "아내와 함께 1주일에 세 번 육류를 즐기고, 무지방 우유 대신 지방 함량을 2%낮춘 우유를 마셨다. 지방이 적은 육류를 섭취하고 달걀과 유제품의 섭취를 줄이라, 신선한 과일, 채소, 캐서롤이 보충될 수 있도록 닭, 송아지 간, 캐나다 베이컨, 이탈리아 음식, 중국 음식을 더 많이 즐겨라."고 조언했다. 특히 즐겁게 먹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자신은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 전에 칵테일을 마시고,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며 촛불로 장식된 식탁에서 천천히 식사를 즐겼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키즈는 자신의 이론의 정확성을 비판하는 데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 미국 심장 협회 주제 발표에서는 "내 이론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주장은 나의 의지에 대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키즈 자신은 식단의 포화 지방이 심장 질환의 원인이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키즈가 놓친 ‘결정적인 증거’는 다른 방식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미래’ 질병학 연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은 질병과 특정 ‘위험 인자’간의 높은 연관성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당시 키즈의 주장에 동의했던 전문가들조차 이 이론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주의 사항을 반드시 추가했다. 그러나 키즈의 주장을 완전히 확신하지 못했던 과학자들과 달리 일반 대중들은 과학이 포화 지방에 대해 100%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쉽게 믿어 버렸다. 그 결과 1959년부터 1961년 사이에 1인당 우유와 유제품 소비는 10%이상, 버터는 20%이상 줄었다. 1962년 메디슨 에비뉴의 한 연구원이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에 대한 믿음은 대중들의 인식 속에 이미 완전히 뿌리내렸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는 낙농업계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한때 유제품을 건강과 활력의 표상으로 여겼던 사람들인 이제 유제품에서 콜레스테롤과 심장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있다. ‘기적의 식품’우유가 일급 살인마로 위치가 뒤바뀐 것이다.

풍요의 질병, 심장병, 키즈 이론을 둘러싼 이익단체들의 대전

그런데 키즈의 메시지가 미국의 중산층에 그처럼 쉽게 먹혔던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아마도 키즈가 심장병을 미국의 경제 성장에 수반된 부작용의 결과로 묘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19세기 말 미국의 부유층은 대부분 소화 불량과 신경쇠약을 성공적인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산물로 여겼다. 그리고 당시 미국-소비에트 연방 냉전 체제하에서도 미국이 성공적인 산업화를 이룬 것은 미국 국가 시스템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사회학자들은 미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을 풍요의 산물로 바라보았으며, 여기에는 부정적인 내용들도 몇 가지 포함돼 있었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1958년 발표한 《풍요로운 사회》에서 "사적 풍요는 약간의 ‘빈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것을 감춰 버렸지만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는 여전히 빈곤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갤브레이스를 존경했던 키즈는 그에게서 비슷한 콘셉트를 빌려 왔다. 심장병을 ‘미국 경제의 성공이 가져온 안타까운 부작용’, 즉 ‘풍요의 질병’으로 묘사한 것이다. 키즈는 "다른 나라의 경우 심장병은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여유가 있는 부유층 남성들이 주로 걸린다. 심장병은 미국에서 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데 이는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부유층의 식습관을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키즈의 이론이 소개될 즈음, 관상 동맥 전염병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를 내보내고 있던 사람들은 ‘심장 질환이 성공한 남성의 질병’이라는 그의 주장을 적절히 이용했다. 1947년 미국 심장 학회는 ‘관상 동맥 혈전이 의사, 변호사, 기업가들을 육체 노동자의 농사들보다 더 젊은 나이에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호소하며 전국적인 규모의 첫 기금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유명 언론 매체의 의학 칼럼리스트이자 심장병 관련 서적을 집필하기도 한 피터 슈타인크론 박사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남성들은 동세대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이 희생한 성공적인 실패자들이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벌처럼 이들은 벌집에 남아 있는 다른 벌들보다 더 빠르게 하나씩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향후 10년 동안 끊임없이 반복됐고, 1955년 <타임매거진>의 키즈 박사 관련 커버스토리에서 절정에 달했다. 기사에서 키즈는 "심장병은 성공적인 문명화와 높아진 삶의 질이 가져온 질병이다. 나이 50에 돈,, 성공, 요트, 관상 동맥 혈전을 갖고 있는 거물의 이미지는 이제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됐다."고 언급했다. ‘관상 동맥 전염병’의 원인으로 미국의 풍요로운 경제 성장이 가져다 준 산물, 즉 스트레스, 비만, 설탕 그리고 무엇보다 흡연을 꼽는 사람들도 있었다. 키즈가 한 것이라고는 성공적인 기업가들이 일찍 사망하는 원인을 ‘스트레스’에서 ‘부유한 남성의 식습관’으로 바꿔치기한 것뿐이었다. 이는 영양학자들의 생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영양학자들이 이제 ‘지나친 것이 부족한 것보다 낫다’는 자신들의 조언이 상류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비만, 아테롬성 동맥 경화증, 당뇨병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과잉 섭취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미국 내 식품 공급이 충분히 소비하고도 남아돌 정도로 풍부해졌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1950년대 중반, 미국의 농민들은 수확량이 넘처나 생산을 중단하려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1961년 미국 정부는 1억 톤의 잉여 농산물 처리를 위한 해법을 고심하고 있었다. 슈퍼마켓 진열장은 일반인들이 전에는 살 수도 없고, 살 여력도 없었던 식품들로 넘쳐났다. 키즈박사에 대한 반대 이론들 중 눈길을 끌었던 것은 유행성 심장병의 원인으로 과체중을 지목한 것으로, 이들은 넘쳐날 정도로 풍부한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키즈도 ‘뚱뚱한 사람들이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만 과체중이 심장 질환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즈는 "풍요와 번영은 미국인들에게 10대 때부터 지방 덩어리 스테이크, 프렌치프라이, 3단 아이스크림 등 가히 모든 종류의 음식 천국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주장했다. 키즈는 1975년 자신의 주장을 책으로 엮은 《지중해식 식습관》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절제와 간소라는 의미로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키즈의 이론은 승리했다. 식품업체들이 키즈의 이론을 기반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먹거리가 풍부하던 1950년대, 식품업체들은 ‘사람의 위는 그 크기가 일정해 음식이 아무리 남아돌아도 지금보다 더 많이 먹을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일부 업체는 가공 처리와 포장 방식에 변화를 주는 등 부가가치를 추가해 수익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모색했고, 다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는 전략을 택한 업체들도 있었다. 시장 점유율 뺏기에 나섰던 업체들 중에서는 포화 지방 공포를 최대한 활용해 식물성 기름을 ‘버터와 라드의 대체 식품’이라고 홍보한 식물 성 기름 생산 업체들이 가장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마가린 생산 업체들의 경우 가공식품에 사용하던 라드를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할 방법을 찾아내자마자 새로운 문제에 무딪쳤다. 기름을 굳히는 수소 첨가 과정에서 불포화 지방이 공포의 대상인 포화 지방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마가린의 콜레스테롤 함량은 버터 수준으로까지 높아진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대응은 신속했고, 1960년대 말 마가린에 액체 기름을 이부 섞어 버터에 비해 포화 지방 함량을 대폭 낮춘 ‘부분적 수소 첨가’ 제품을 생산했다. 이때부터 버터 업체들은 시장에서 밀려났고, 마가린은 건강에 좋은 심장 도우미 식품으로 입지를 굳혔다. 일부 과학자들이 식품 처리 과정에서 생산되는 트랜스 지방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키즈는 근거 없다는 한 마디로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1961년 말 키즈는 실제로 상당히 높은 위치에까지 올랐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품이 위험하다는 그의 기본 개념은 이제 일반 상식이 됐고, 언론매체는 그를 식품과 건강에 관한 미국 최고의 전문가로 추켜세웠다. 미네소타대학도 스타 연구자라는 칭호를 붙이며 극찬했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수집해 현지 관료들에게 조언을 해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은 그의 이론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여기에는 키즈의 이론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했던 과학자들도 포함돼 잇다. 이들 중 한 과학자는 "키즈는 정말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다. ‘우정상’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론을 확산시킨 강력한 이익 단체들도 수없이 많았지만 한편에서는 그에게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민 이들도 있었다. 이후 10년 동안 과학, 상업, 자선, 정칙, 전문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수많은 이익 단체들이 키즈의 이론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