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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 후각 , Flavor

향료 역할 : 무의식적 영향

페로몬
- 동물도 향을 만든다 : 페르몬, 체취
- 인간도 페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 여자 눈물의 향기가 남자를 약하게 한다

후각의 생리적 특징 :  감정 영역과 연결
- 뇌는 후각세포의 진화체, 향은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 극미량도 기분등에 영향을 준다. 눈물의 냄새(?)에 남자는 약해진다
- Aromatheraphy, 아유르베다(Ayurveda)
- 삼림욕: 피톤치드
- Fragrance의 역할.  왜 향수를 쓸까 ?

최근의 냄새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본인이 결코 느끼지 못하는 냄새에 영향을 받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냄새보다 더 빈번하게, 더 강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으로 보건대, 우리가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의 대부분 동안 코는 미래에 맡게 될 새롭고 독특한 냄새를 기다리는 ‘대기’ 상태에 있다.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면 새로운 냄새를 감지한다. 하지만 일단 그 냄새에 익숙해지면 코는 휴식 상태가 된다. 항상 무언가를 듣고 보려 하는 귀나 눈과는 달리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 동안 우리는 냄새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를 보면, 의식적으로 냄새를 맡는 것은 우리의 코가 하는 일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코는 항상 냄새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냄새는 우리의 의식까지 와 닿지는 않는다. 생리학과 신경심리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들은 후각 시스템이 무의식의 영역, 즉 식역하(subliminal)의 정보의 입력과 처리에 특히 잘 맞는 구조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식역하’라는 말은 냄새가 너무 약해서 의식역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쉽게 말해, 냄새가 감지되지 않는 다는 뜻이다. 식역하라는 말 자체는 어떠한 종류의 강제나 조작을 의미하지 않는다.
느껴지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식역하의 냄새 역시 우리 코의 세포들을 긴장시키고, 주목, 기억, 감정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을 유도한다. 이러한 활동은 의식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냄새에 의해 유도되는 활동과 비슷하다. 어떤 냄새를 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중이라도 식역하의 냄새 역시 우리의 뇌는 그보다 0.5초 정도 앞서서 이미 그 냄새에 의해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후각의 시간 지연은 다른 감각에 비해 상당히 긴 편이다. 냄새가 의식에 도달한 후라도, 무의식중에서 냄새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의 활동은 의식적인 냄새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의 활동과 평행을 이루며 계속된다.
이러한 새로운 증거들을 통해 많은 연구진들은 자극에 대한 후각의 정보 처리가 우리의 의식 영역에 결코 도달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다고 믿게 되었다. 이렇게 감추어진 후각의 세계는 우리의 생각과 선호 경향, 그리고 어느 정도는 행동에까지도 영향을 준다.
향기 산업과 연관지어 본다면, 공간과 그 공간의 냄새와의 연결은 잠재의식 속에서 일어난다는 증거가 있다. 어떤 사람이 한 방에 45분 간 머물면서 수학 문제와 창의성을 요구하는 과제를 수행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에게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 방에는 아주 소량의 라벤더 향이 분사되고 있다. 분사되는 향기의 양은 극소량이어서, 그 사람의 의식에서는 자각되지 않는다. 과제가 끝난 후, 그 사람을 다른 방으로 옮겨서 향기 디자이너인 아일린 케니의 작업과 비슷한 과제를 준다. 12개의 방과 12가지의 향기를 제시하고, 각 방에 어울리는 향기를 하나씩 고르도록 하는 것이다. 12개의 방 중 하나는 그 사람이 방금 전에 머물렀던 방이고, 12가지의 향기 중 하나는 그 방에 몰래 분사했던 것과 똑 같은 라벤더 향이다. 이 실험에서 피실험자가 자신이 방금 앉아 있었던 그 방에 가장 잘 어울리는 향기로 라벤더 향을 선택할 확률은 매우 높다. 처음 그 방에서 나던 향기를 피실험자는 의식적으로 감지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그 방과 라벤더 향의 연결은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식역하의 냄새는 매우 특정한 생각과 심지어는 행동에까지도 미묘하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있는 공간에 의식에 닿지 않을 정도로 소량의 세척제 냄새가 풍기게 해둔다면, 당신은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청소와 관계된 단어들 (‘위생’  ‘정리’ 등)을 훨씬 빨리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미미한 세척제 냄새는 아침에 하루 일과를 계획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세척제 냄새를 맡은 피실험자들은 하루 일과에 청소 (방 정리, 세차 등)와 관련된 일들을 집어넣을 확률이 높다. 또한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세척제 냄새는 실제로 피실험자가 더 깔끔하고 단정하게 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처음부터 미미한 세척제 냄새에 노출되었던 피실험자와 그렇지 않은 피실험자에게 똑같이 잘 부스러지는 크래커를 먹도록 권했을 경우, 전자는 후자보다 세 배나 더 많은 청소 동장(책상 위에 떨어지거나 입가에 뭍은 크래커 부스러기들 치우거나 닦는 동작)을 보여주었다.
냄새는 무의식중에 우리에게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의식이 없을 때도 영향을 준다. 잠을 자는 도중에 맡는 냄새는 그 사람의 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결과를 보면, 썩은 달걀 냄새에 노출되면 잠자던 사람은 감정적으로 보다 부정적인 내용의 꿈을 꾸고, 장미 향기에 노출된 사람은 감정적으로 훨씬 더 긍정적인 내용의 꿈을 꾼다. 수면 중에 맡은 냄새는 잠에서 깨자마자 생각나는 것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파(slow wave)수면 상태가 그날의 기억을 통합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만약 그 기억들(컴퓨터 과제)이 장미 향기와 함께 만들어진 것이라면, 나중에 서파 수면 상태에서 장미 향기에 노출되면 다음 날 아침 눈을 떳을 때 컴퓨터 과제에 대한 기억이 더 잘 떠오를 것이다.
요약하자면, 식역하의 냄새는 우리의 학습과 계획, 행동에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결과다. 또한 이러한 영향들은 우리가 잠을 잘 때도 일어난다. 물론 냄새의 종류에 따라 발생하는 영향도 달라진다. 또한 냄새의 여러 타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냄새다.





극미한 향기가 생각·행동 바꾼다

눈물 냄새 맡으면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 감소…공격성↓ 흥분↓

아무리 담대하고 냉철한 남자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면 바로 여자의 눈물일 것이다. 오죽하면 여자에게 눈물은 ‘최고의 무기’라는 말도 있을까.
그런데 최근 남자가 여자의 눈물에 약한 이유가 눈물의 화학작용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기술원 샤니 겔스테인 박사팀은 24~32세 남성 50명에게 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게 한 결과 여성의 눈물이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테스토스테론은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으로 공격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슬픈 영화를 본 여성이 흘린 눈물과 이것과 염도가 같은 소금물을 이용해 비교 실험을 했다. 실험자들에게 눈물과 소금물의 냄새를 각각 맡게 한 뒤 전기피부반응(GSR), 심박수, 체온 같은 생리적인 각성 정도와 체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초기에 혈액 1mL 당 151.96pg(1pg=1조 분의 1g)이던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눈물 냄새를 맡고난 뒤 132.66pg까지 낮아졌다. 반면 소금물 냄새를 맡았을 때는 154.8pg/mL에서 154.34pg/mL으로 농도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전기피부반응이나 심박수 같은 생리적인 각성 정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실험자들이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고 흥분을 가라앉힌 셈이다. 이런 변화는 뇌에서도 관찰됐다. 겔스테인 박사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해 실험자들의 뇌 활성도를 측정한 결과, 눈물 냄새를 맡은 직후에는 이성에게서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뇌 부위가 다른 때보다 활성화 되지 않았다”며 “체내 테스토스테론 농도 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남자의 눈물도 여자의 눈물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화학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며 추가 연구 계획을 밝혔다.  

미세한 꽃 향기가 있는 방에서 쓴 글에는 향기가 없는 방에서 쓴 글보다 ‘행복’과 관련된 단어가 약 3배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꽃 향기` 방의 학생들은 무언극 배우를 지도할 때도 가까이 다가가거나 신체접촉을 하는 등의 적극성을 보인 비율이 74%에 이르렀다. 반면 신선한 공기만 있던 방의 학생들은 15%만이 이같은 태도를 보였다. 하비랜드-존스 박사는 “미세한 꽃 향기의 존재가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라 살르 대학의 패트리시아 윌슨 박사는 “꽃 향기는 사람의 기분을 좌우 한다”며 “꽃 향기를 맡아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면 머리 속 기억 저장고에서 그 기분에 맞는 기억들을 떠올린다”고 설했다. 동국대학교일산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구병수 교수는 “어릴 적 행복했던 순간에 각인된 향기를 다시 맡게 되면 그때 당시 즐거웠던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자신에게 맞는 천연향을 이용한 향기요법은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 줘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커피향을 맡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 커피맛과 카페인을 싫어하거나 건강을 우려해 마시기를 꺼려하는 사람은 입 대신 코로 커피를 마셔도 뇌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가 완화된다.  냄새는 상대방에게 주는 첫 인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뉴욕 르모인 칼리지의 니콜 호비스와 테레사 화이트 박사는 65명의 여대생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는 그림자를 보여주면서 그 옆에 서서 작은 물약병의 냄새(양파, 레몬, 맹물)를 맡도록 했다. 그리고 해당 그림자의 성별과 성격 등을 상상해서 설문지에 기입하게 했다. 그 결과 양파 냄새를 맡은 학생들은 그림자가 남성일 것으로 보았고 레몬 냄새를 맡은 학샐들은 그림자의 주인을 깔끔하고 단정한 여성일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모넬 화학감각연구센터 조지 프레티 박사는 남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온 땀에서 페르몬으로 추정되는 성분을 추출한 뒤 여성들에게 냄새를 맡게 했다. 여성들은 남성의 땀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땀 냄새를 6시간 동안 맡은 여성들은 실험을 하기 전보다 기분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많이 풀렸다. 긴장이 풀어진 여성들은 남성과 관계를 맺기가 더 쉬우며 배란을 앞당겨 임신을 더 쉽게 하게 된다. 페로몬의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고 단정짓는 것도 섣부르다. 배란기나 겁에 질렸을 때 인간의 체취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런 체취 변화가 일어날 때 페로몬이 분비되지 않을까. 가령 공포 페로몬, 불안 페로몬 같은 것들이 있어서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퍼뜨리는 데 관여하지 않을까.


잊었던 감각을 찾아서
  
  지난 2002년 초, 과학 전문 저널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에 실린 마사 매클린톡(Matha K. McClintock) 박사의 논문에 의하면 사람들이 이성에게 끌리는 데는 후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동물의 경우에는 서로의 냄새에 취해서 짝을 찾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죠.  대부분의 동물들이 짝짓기 철이 되면 암컷들에게서는 독특한 냄새가 나서 수컷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애걸하게 만들곤 합니다. 숫나방의 경우, 수㎞밖에서도 암컷이 내뿜는 페로몬 (pheromone)인 봄비콜(bombykol)의 냄새를 맡고는 암컷을 찾아낼 정도로 냄새의 효과는 강력합니다. 그래서 예전 사람들이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사향(머스크향)을 쓴 것도 이에 착안한 것인데, 좀더 근본적으로 인간에게도 일종의 페로몬이 방출되어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고 여겨졌습니다. 매클린톡 박사의 연구는 이런 가설을 증명한 셈이지요.  사람에게는 개인마다 독특한 체취가 있답니다. 우리가 흔히 '살 냄새'라고 부르는 묘한 냄새 인데요, 이 냄새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에 존재하는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라는 물질 때문에 나는 것으로 개인마다 다른 냄새를 내게 한답니다. (물론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아서 냄새만으로 사람을 구별하는 것은 어렵지만 말입니다.)  매클린톡 박사는 서로 다른 MHC 타입을 가진 남성 6명에게 48시간 동안 같은 셔츠를 입혀서 그들의 체취가 셔츠에 흠뻑 배게 하고는 미혼 여성들에게 이 셔츠의 냄새를 맡게 하여 가장 끌리는 냄새가 어떤 것인지 점수를 매기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여성들은 유전적 특성, 즉 MHC 타입에 따라서 서로 다른 냄새를 좋아했다고 해요. 재미있게도 여성 자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냄새는 자신의 아버지의 MHC 타입과 비슷한 남성이었답니다.    매클린톡 박사는 논문에서 여성들은 처음 만난 남성이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체취를 가졌을 때 가장 강하게 끌린다고 조심스레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우리가 어떤 이를 처음 만났음에도 낯설지 않게 인식하고, 그에게 끌리는 이유가 우리의 유전자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이고, 우리의 후각이 아직도 우리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셈이지요.

다른 사람의 냄새가 나의 기분과 정신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과 기분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지는 조절자 페로몬의 경우는 어떨까? 공포의 냄새가 표정의 해석이나 놀람 반사에 대한 눈 깜빡임 반응, 서로 연관성 있는 단어를 구별하는 정확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앞에서 이미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효과에는 조절자 페로몬의 진정한 효과인 기분의 변화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가 인간 페로몬이라고 추정하는 물질은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마사 매클린톡과 그녀의 동료 수마 제이컵이 함께 진행한 또 다른 연구를 보면, 남성의 땀과 관련이 있는 스테로이드 화합물이 여성의 기분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에 사용된 스테로이드는 감지하기 어려운 소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기분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남성 스테로이드를 흡입하면 성적 흥분을 야기하는 영화나 행복을 느끼게 하는 영화에 대한 여성의 정서적 반응이 강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이 실험에서 스테로이드의 냄새는 여성들이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대조를 위해 함께 노출시킨 비스테로이드성 냄새와 구분할 수는 없었다). 남성 스테로이드는 심박 수, 피부의 습기, 코르티솔(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수치 등 여성의 생리학적 수치들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여기서 남성 스테로이드 냄새가 여성의 코르티솔 수치를 상승시킨다는 것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코르티솔 수치의 증가에는 종종 기분을 고조시키고 흥분하게 만드는 효과가 수반된다. 이러한 결과는 남성의 땀에 들어있는 특정 성분이 실제로 여성의 내분비계(호르몬 조절을 담당하는 시스템)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매클린톡의 이전 연구에서는 소량의 땀 냄새가 월경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 반면, 남성의 땀에서 발견되는 특정한 화학 성분은 여성 호르몬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 연구는 향수 산업에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여성들은 남성 스테로이드의 냄새를 맡았을 때 성적으로 더 크게 자극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 도발적인 발견은 다른 여러 건의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검증되었다. 이러한 발견의 의미는 아주 분명하다. 냄새 그 자체로는 야한 영화를 볼 때와 같은 성적인 흥분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남성 스테로이드 냄새는 미묘하게 성적인 흥분을 고조시키는데, 이는 마빈 게이나 다른 로맨틱한 음악을 들을 때 나타나는 효과와는 다르다.
인간 페로몬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성적 흥분에 대한 또 다른 연구를 마지막으로 언급해야 할 것 같다. 남성 스테로이드가 여성으로 하여금 좀 더 성적인 느낌을 갖게 만드는 유일한 냄새는 아니다. 젖 냄새도 똑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매클린톡과 동료들은 모유를 수유하는 여성들의 젖꼭지와 겨드랑이에 거즈 패드를 착용하게 해서 냄새 샘플을 채취했다. 그리고 다른 여성들에게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 생픔을 윗입술에 문지르게 했다. 이 여성들은 매일 자신의 성욕과 성에 대한 환상, 성적 활동을 평가한 ‘성 일지’를 작성했다. 그 결과, 젖 냄새 샘플을 바른 여성들은 대조군에 비해 성적 환상과 성욕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적 활동 자체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지는 않았다.
다른 많은 냄새들 중에서 왜 하필이면 젖 냄새가 여성의 성적 느낌을 고조시키는 걸까? 가장 그그럴 듯 답을 찾으려면, 먼저 우리의 동물적 기원을 살펴봐야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서로 이웃한 암컷들끼리 임신과 수유를 조절하는 것이 새끼들의 생존 확률을 높여준다. 임신한 동물과 수유 중인 동물 무리는 자원을 공유하고 서로를 보호해줄 수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임신과 수유의 조절은 계절적인 자원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한 암컷의 몸에서 나온 페로몬이 다른 암컷의 월경 주기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임신을 조절한다는 것이 더 이상 큰 이득을 가져오지 않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수유를 하는 여성의 냄새는 다른 여성의 월경 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같은 이유로 젖 냄새가 다른 여성의 성적인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따라서 임신과 육아의 조절이라는 동물적인 유산이 매클린톡과 동료들에 의해 보고된 성에 미치는 젖 냄새의 영향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에 닿지 않는 냄새의 영향력은 미묘하고 복잡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일까? 인간의 페로몬은 존재할까? 그 답은 페로몬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만약 우리가 방출페로몬이나 기둥페로몬과 같은 영향을 일으키는 화학적 신호만을 페로몬으로 한정한다면 인간 페로몬의 증거는 불완전해진다. 여성의 월경주기에 대해서는 기둥페로몬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있다. 그러나 이 증거는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점점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방출페로몬의 경우 인간에게 존재한다는 증거는 희박한데, 그중 가장 그럴듯한 증거라면 신생아가 엄마의 젓냄새를 향해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페로몬의 정의를 더 넓혀서 신호 수페로몬과 조절자 페로몬까지 포함시키면, 인간 페로몬의 존재는 보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간의 냄새가 각 개인의 공포의 정도, 면역 조화성 (immunocompatibility), 혈연관계, 신체 대칭성, 남성의 서열, 월경 주기 등을 신호로 알린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또한 이러한 신호에 대한 생리학적 • 신생리학적 반응의 증거도 많다. 그리고 인간에게 조절자페로몬이 존재한다는 증거도 있다. 여성페로몬과 남성페로몬으로 추정되는 물질과 관련된 스테로이드는 특히 여성에게서 기분과 성적인 생각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분의 변화에 수반되는 생리학적 효과의 증거도 있다.
그런데 신호수와 조절자의 영향을 진정한 페로몬의 효과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러한 논쟁의 결말이 가까운 시일 내에 날 것 같지는 않다. 이 논쟁은 인간의 사고와 감정, 자유의지 대 동물의 그것을 다루는 보다 심층적인 쟁점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마사 매클린톡은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우리는 같은 방 안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서 안드로스타디에논(페로몬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여성에게 영향을 더 미치기도 하고 덜 미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얻었습니다. 상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 물질이 페로몬이 아니라는 뜻일까요? 돼지에 대한 연구를 자세히 읽어보면, 암컷의 교미자세는 수컷의 타액 속에 들어 있는 페로몬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 의해서도 달라집니다. 가령 암컷은 곁에 있는 수컷의 목소리에 따라서도 교미 자세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매번 같은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돼지에게 있어서나 인간에게 있어서나 상황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페로몬은 동물에게서 반사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물질’ 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인지도 모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나 인간의 세계에서나 냄새가 일으키는 영향은 그리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든 냄새의 영향은 방정식처럼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물론 동물의 경우는 인간의 경우보다 더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냄새를 통합하는 무의식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지만, 그 냄새가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식역하의 냄새는 사람으로 하여금 원치 않는 물건을 사게 만들거나 좋아하지도 않는 배우자를 선택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일반적인 유형의 감각을 포함하여 다른 모든 감각들도 우리의 결정에 매우 중요하고도 커다란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