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 신경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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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 신경미학 Neuroaesthetics: Neuroscience of aesthetics

예술 : 인문
- 예술의 원리
- 음악에 최고 만을 추구하면 빈약해진다
- Design vs Art
- 음식이 예술로 대접받기 힘든 이유
- 신경 미학
- 신경 미식학
- 경영 미학

 

우리는 보통을 초월한 탁월한 것을 예술이라고 한다. 실용적 목적은 없을 때 더 예술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상을 뛰어넘는 특별한 경험이 예술의 목적인 것이다. 반복적이고 천편일률적인 현실에 금을 내고 틈을 만드는 것이 예술의 중요한 속성인 것이다. 따라서 예술의 반대말은 차이가 없음 또는 무감각인 것이다. 만약 모든 것에 실질적인 것만 추구하면 자유로울 수 없고 정신도 고양되지 않는다. 대상을 실용성과 무관하게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 예술의 의미이고 그것이 우리의 상상의 한계를 밀어내고 좀 더 자유롭게 한다. 그런 예술을 즐기려면 감정이입이 가능해야 한다. 예술에 대한 해석은 각자 자유지만, 일단 예술가의 관점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어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있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 보여준 다음에 볼 수 있는 것이 많다. 예술가가 새로운 면을 보여주면 우리도 그때부터 그 면을 볼 수 있게 된다. “터너가 안개를 그리기 전까지 영국인들은 진정한 안개를 알지 못했다”는 말이 있다. 런던은 해류 때문으로 항상 안개가 많은데 예술가 들이 그것의 다채로운 면을 묘사하기 시작한 이후에야 새롭게 볼 수 있었다. 과학도 예술처럼 섬세한 관찰을 중시한다. 과학은 관찰의 대상이 물질과 원리였다면, 예술은 감각과 감정에 대한 관찰이 많았는데 요즘은 과학이 감정에도 많은 관찰을 시도하여 과학과 예술의 경계가 한층 가까워졌다.
사실 처음에는 예술도 자연과 물질을 관찰했다. 자연을 정밀하게 묘사하고 가상화하는 능력만으로 충분한 인정을 받았다. 지금도 예술가의 사물의 정밀한 묘사는 놀라움을 주지만 현대예술의 주류는 자연의 묘사보다는 내면의 포착과 창작자 및 관람자의 몫을 중시한다. 관습에서 탈피하여 감각의 전환하고, 은유를 통해 새롭게 견준다. 인간은 패턴 찾기에 달인이다. 정보의 효율적인 처리와 압축을 위해 공통점이 없는 사물이나 사건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것이 은유의 일종이고 학습과 창의력에서도 핵심적인 기능이다. 은유는 즉시 알아챈다. 소량의 에너지로 직감적으로 안다. 새로운 은유와 패턴의 발견은 쾌감을 준다.
예술가는 새로운 시선을 창조하고 상상력으로 경계를 넓혀가는 사람들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여 더 뺄 것이 없는 상태로 만들어 핵심을 관통하고 기대치를 넘어선다. 그래서 초월성, 숭고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예술은 구현된 의미라고 하고, 한계를 넓히려는 인간의 욕망이 잘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디자인에도 예술적인 감각이 많이 도입되고 있다. 사람들이 여유를 가질수록 일상의 용품에도 실용성을 넘어 심미적인 가치까지 가진 제품이 사랑받는 것이다.  


 

 

 

선과 감정

 


시각예술과 아름다움

글. 이상준, 전봄이 기자
어렸을 때 즐겨보았던 디즈니 만화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1991)에는 진정한 사랑을 찾기 전까지는 야수로 살아야 하는 저주에 걸린 성의 주인과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가 등장한다. 미녀는 사고로 성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하여 대신 성에 머무르며 야수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미녀는 야수가 마을사람들에 의해 부상을 입은 후에 야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침내 야수의 저주가 풀려 야수는 미남이 된다. 이 만화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야수의 저주가 풀리는 이유가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 진정한 사랑은 미녀가 아름답기 때문에, 또 미녀가 야수의 추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느꼈기 때문에 인정된다.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미녀가 왜 아름답고, 야수가 왜 추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단순한 미적 취향을 떠나 절대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과 절대적으로 추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또 그것을 왜 아름답다고 느끼는지에 답하는 것이 미학(Aesthetics)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과제이다.
미학(Aesthetics)은 예술이 도대체 무엇이고, 왜 인류가 예술을 사회 내에서 중요한 특징으로 여기는지, 그리고 왜 인류는 예술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해왔다(Wikipedia; Aesthetics). 이와 더불어 예술이 유발하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알기 위한 노력 역시 오랜 역사를 갖는다. 그러나 예술과 아름다움이 갖는 ‘해석불가능성’ 자체를 예술의 본질로 여기는 인식으로 인해, 이 주제에 대한 경험과학적인 연구가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시각 예술의 심미적 인상에 대한 기제를 신경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연구들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Semir Zeki(2001)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우리의 뇌가 구성해낸 결과물임을 상기해볼 때 예술 활동 역시 예외는 아니며, 신경미학은 이러한 사실 위에서 예술의 창조와 성취에 대한 신경학적 기초를 연구하여 인지 과정에서부터 예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시각예술에 대한 신경미학적 연구는 회화의 조형적 요소의 인지가 미적 인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구함은 물론, 시각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미추(美醜) 판단,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정서적 반응까지 포함하고 있다. 최근 뇌 영상 촬영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행동과 정신작용이 뇌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연구방법론을 바탕으로 한 근래의 신경미학에서도 미적 경험과 뇌 영역간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시각자극에 대한 아름다움의 인지를 신경미학적 연구는 크게 인간 얼굴의 인지, 사물이나 물체 인지, 그리고 예술작품의 인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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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심리학회 웹진 6월호에서 소개할 내용은 신경미학 중에서도 특히 예술작품 인지에 대한 것이다. 런던대학(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신경미학원(The Institute of Neuroesthetics)을 탄생시킨 신경미학(Neuroesthetics)의 개척자인 세미르 제키(Semir Zeki)는 그의 저서 《Inner Vision》에서 ‘예술(미술)의 기능은 뇌의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라고 예술과 뇌의 관계에 대한 신경미학의 입장을 밝혔다. 인간이 외부 세계를 지각하는 것은 눈에 비치는 상(像)이 단순히 뇌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창조해내는 과정이다. 따라서 외부 세계를 ‘있는 그대로’ 그린 작품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외부 세계에 대한 뇌의 작용을 통해 예술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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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예술의 창작과 감상은 주관적 세계에 속한다. 과거 시각예술의 미적 경험에 대한 연구는 인간 개개인의 내적 ‘취향’과 작품 자체의 외적 환경 및 조형적 요소에 보다 초점을 두었다. 즉, ‘아름다움’이라는 예술의 본질은 작가의 창조성이 깃든 작품 속에 있고, 사회-문화적 영향에 따라 학습되는 예술적 취향이 곧 감상자의 미적 경험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경미학의 관점에서의 미적 경험은 우리가 외부 세상을 인지하고 해석할 때와 다르지 않다. 이에 따르면 인간이 뇌의 해석에 따라 세상을 인지하는 것처럼, 미적 경험의 근원 자체가 뇌의 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며 예술적 취향의 학습 역시 신경학적 기반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인간에게는 개인의 ‘취향’을 결정하는 요소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뇌의 기제를 연구함으로써 그 결정적 요소를 밝힐 수 있다고 본다(Knight, 2003).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미적 취향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통 영역이 존재하며 또한 예술이 환기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정서는 뇌의 공통 영역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신경미학은 현재까지 이루어진 시(視)지각 분야의 성과를 토대로 예술작품을 이해하기도 하고,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 뇌의 시각적인 기능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6월 웹진에서는 추상 미술의 신경학적 기제에 대한 기획기사를 통해 신경미학 중에서도 시각예술과 관련된 연구들을 엮었고, 시각예술과 아름다움에 관련 연구들의 이론적 기반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의 지각, 정서, 판단의 문제를 에세이로 풀어내었다. 연구모니터에서는 추상화가 감각적 인식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자폐증에서 발견되는 지각적인 특성을 밝히고 이 분야에서 추상미술의 활용 방안을 고찰하였다. 언론 속 심리학에서는 2009년 있었던 Evolutionary Origins of Art and Aesthetics 심포지움 소개와 함께 이 분야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컨텐츠를 정리하였으며, 커버스토리 끝에는 대표적인 관련 연구들을 주제별로 정리하였다.
 

예술이 곧 과학

가장 유명한 예술가·과학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최근 들어서야 ‘융합’을 시대정신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르네상스기의 다빈치야말로 시대를 앞선 융합형 인간이었다. 다빈치는 유명 화가의 공방에서 도제로 지내다 25세에 자신의 공방을 차렸지만, 화가로 성공하기엔 다소 산만한 편이었다. 다빈치는 스스로를 무기 제작자, 작곡가, 연주자, 도시 계획가, 건축가, 파티 기획자, 무대 설계가라고 소개했고, “필요하면 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빈치는 오늘날의 헬리콥터, 잠수복, 낙하산, 자전거, 동력장치, 시계와 유사한 기계들을 스케치했는데, 이런 노트가 2만장이었다. 반면 화가로서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단 10여점의 작품만을 남겼다.

다빈치의 시대가 좀 멀게 느껴진다면 좀 더 익숙한 근대를 살펴도 마찬가지다. 반 고흐의 그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반 고흐는 그림을 그릴 때 프랑스의 화학자 미셸 슈브뢸의 책을 휴대했다는 소문이 있다. 왕립태피스트리제작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던 슈브뢸은 루이 14세로부터 양탄자의 붉은색이 변색되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양탄자는 중요한 예술품이었다. 슈브뢸은 이 과정에서 같은 붉은색이라도 주변 색의 배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연구 결과를 <색채의 하모니와 대치>라는 책에 담아냈다. 쇠라의 점묘화부터 20세기 미국의 슈퍼히어로 만화를 거쳐 팝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까지, 이 프랑스 화학자의 색채 이론은 회화의 역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원광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그림이 있는 인문학>은 예술, 특히 미술과 과학의 접점을 대중적인 필체와 풍부한 사례로 풀어나간 책이다.

과학에 무심한 예술가나 혹은 예술을 모르는 과학자라는 통념을 깨고 두 분야의 사람들이 얼마나 밀접하게 엮여왔고 또 서로를 얼마나 필요로 했는지 밝혔다. 사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은 서구에선 낯선 개념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중심가에는 거대한 박물관 두 개가 마주보고 있다. 하나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고, 다른 하나는 국립미술사박물관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자연사박물관에는 선사시대에 제작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이, 미술사박물관에는 고대 이집트의 미라가 있다는 사실이다. 비너스상은 작품이지만 과학에 속하고, 미라는 유물인데 미술에 속한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예술의 정의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상대적이며, 예술과 과학이 상호보완적임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 예술가들이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르네상스기의 건축가들이 개발한 선원근법은 당대 화풍에 영향을 미쳤다. 선원근법의 도입과 함께 화가들은 특정 공간 내 인물의 배치와 크기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었다. 카메라의 전신인 카메라 옵스큐라는 당대 화가들의 필수품과 같았다. 화가들은 종종 교황, 황제같이 지체 높은 이들의 초상화를 그려야 했다. 화가가 원할 때마다 이들을 모델로 불러낼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카메라 옵스큐라에 맺힌 이미지를 재빨리 본뜬 후 천천히 그림을 완성해 나갔다. 영국의 대표적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옛 대가들의 그림 그리는 방법을 골똘히 연구해 카라바조, 앵그르 같은 이들도 카메라 옵스큐라를 적극 활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의 작품에는 사진의 과다 노출처럼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특성들이 있었다.

‘발명왕’ 에디슨은 미국인답게 자본주의 논리에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재빨리 상업화했고,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얻으려 했다. 그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에디슨은 에디슨표 촬영기로 영화를 찍으면 반드시 에디슨표 영사기로 상영하도록 강제했다. 제작·배급·상영을 모두 장악한 것이다. 이에 반발한 젊은 영화인들은 에디슨의 감시를 피해서 영화를 틀기 위해 머나먼 캘리포니아로 달아났다. 혹시라도 걸리면 곧바로 국경 너머 멕시코로 도망치려는 심산에서였다. 이것이 할리우드의 시작이다.

현대에 들어서 예술과 과학은 더욱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예술가의 아이디어가 과학적·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것인지가 작품의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데이터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데이터로 예술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로비에는 560개의 작은 모니터로 구성된 데이터 아트 ‘Moveable type’이 설치돼 있다. 160년간 축적된 뉴욕타임스 데이터베이스에 첨단 알고리즘을 적용해 현대 사회를 묘사하는 짧은 구절이 모니터 위에 자동으로 생성된다. 각종 비엔날레에 가도 빅 데이터를 이용한 설치미술을 흔히 볼 수 있다.

광기나 가난에 시달리며 홀로 외롭게 작업하는 ‘천재’ 예술가의 이미지는 근대의 산물이지만, 지금도 끈질기게 대중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이중섭처럼, 훌륭한 예술가라면 별다른 기술이나 특이한 재료 없이도 멋진 작품을 만들 것만 같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이중섭은 없다. 지금도 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서로를 자극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많은 경우 예술가의 이름만이 작품 아래에 걸리겠지만, 이는 예술가의 명성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 혹은 단순한 편의에 의한 일일 뿐이다. 가끔 어떤 작품은 ‘작품’이라 불러야 할지, ‘장치’라 불러야 할지 헷갈릴 때도 있다. 아무려면 어떤가. 그것이 우리의 지루한 삶에 자극을 준다면, 그 자극이 삶의 감각을 다시 일깨운다면 충분하다.

20세기 예술가들에게 기술이란 무엇이었나?

홍성욱/서울대학교 -
  
산업혁명 시기의 급속한 기계의 도입을 경험한 19세기 작가들 중에는 기술에 강한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마리 셸리(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은 기술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낳은 비극적 결과를 강조한 소설로 해석될 수 있고, 시인인 워즈어드와 윌리엄 블레이크는 기술의 발달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급속하게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일의 문호 괴테도 공장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기계군단의 행진에 대해서 우려했고, 영국의 문호 칼라일은 인간의 손과 마음 모두가 기계가 되었음을 한탄했다. 기술에 대한 비판, 특히 기술이 인간을 기계화한다는 비판은 20세기에도 계속되었는데,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일원인 아도르노(Theodor Adorno) 같은 이들은 기술적 합리성을 비판하면서 전통 예술 형식을 옹호했다.

그런데 20세기에는 기술을 예찬하는 예술가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시인 필리포 마리네티(Filippo Marinetti, 1876-1944)가 1909년에 발표한 “미래파 선언”에는 기계에 대한 찬미가 여러 번 등장한다. 그는 “우리는 세상의 위대함이 새로운 아름다움, 즉 속도의 아름다움에 의해 풍요로워졌다고 확신한다”고 하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독사와 같이 큰 배기관으로 보닛 위를 장식한 경주용 자동차,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보이는 금방이라도 돌진할 것같이 으르렁거리는 자동차는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상보다 아름답다”고 찬양한다. 그는 “시간과 공간은 어제 죽었다”고 전통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그의 세대를 이전 세대와 차별화하는 모든 기술을 찬양할 것을 부르짖었다.

  우리는 노동과 유희와 폭동으로 선동된 위대한 민중을 찬양할 것이다. 우리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혁명의 파도를 노래할 것이다. 우리는 전기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병기고와 조선소의 번쩍이는 밤의 열정, 구름 기둥을 치솟는 뱀과 같은 기차를 삼켜버리는 탐욕스러운 기차역,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만들어진 구름 위에 걸친 공장들, 악마적인 칼날의 번뜩임과 같이 태양이 부서지는 강 위를 마치 거대한 거인이 껑충 뛰는 모습의 다리, 수평선을 킁킁거리며 가로지르는 모험이 가득한 증기선, 재갈과 같은 긴 관을 가지 거대한 강철 말처럼 레일 위를 폭폭 소리 내며 달리는 가슴 넓은 기관차, 깃발을 펄럭이듯 열정적인 민중의 박수소리와 같이 들리는 프로펠러를 가진 활주하는 비행기 등 이 모든 것을 찬양할 것이다.

사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엽에 이르는 시기는 신기술의 황금기였다. 전기가 도시를 밝혔고, 전화와 무선전신이 전 세계를 덮기 시작했다. 내연기관의 개발과 더불어 발명된 자동차는 마차를 밀어내고 도시의 거리를 질주했다. 아직은 실험적 단계였지만, 인간을 태운 비행기가 마치 새처럼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마리네티는 여기서 더 극단적으로 나아가서 기계가 투입된 전쟁의 미학을 찬양하기까지 했다. 이런 미래파의 영향을 받은 예술가들은 기계가 가진 체제 전복적 힘을 믿으면서 기계화된 새로운 “기계 인간”을 표현하는 데 앞장섰다.

 
미래파 조각의 대표적 작품인 보치오니의 <공간에 있어서 연속성의 특이한 형태>(1913). 인간의 모습을 많이 지웠고 제목에서도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없지만, 진정한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는 감성과 육체를 가진 인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그렇지만 미래파의 모든 예술가가 마리네티의 생각에 온전히 동조한 것은 아니었다. “미래파 조각의 기술선언”을 저술한 보치오니(Umberto Boccioni, 1882-1916)는 미래주의 조각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는 <공간에 있어서 연속성의 특이한 형태>에서 인간을 뱃머리 같은 기계와 화염으로 대체하면서 인간의 구체적인 형상을 지워버렸다. 이 조각은 미래를 바라보며 앞으로 전진 하려는 진보의 힘과 욕망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마치 용광로에서 뚝 떨어져 나온 금속 조각의 형태는 두 다리로 세상을 딛고 선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멀리서 보면 마치 사람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정도로 사람과 비슷하다. 이 점에 주목하면 보치오니는 이 작품을 통해서 진정한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계가 감성과 육체를 소유한 인간과 함께 전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기계 속에 내재한 인간적인 요소와 인간 속에 내재한 기계적 요소를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이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카비아 <사랑의 행진> 1917.


기계는 다다이즘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다이즘 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프랑스 화가 피카비아(Francis Picabia, 1879-1953)는 기계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을 남겼다. 피카비아는 기계에 큰 의미를 부여한 예술가였는데, 그는 “기계는 이제 인간의 단순한 부속물 이상이 되었다. 그것은 실제로 인간의 삶의 일부이며, ... 아마도 인간 영혼 그 자체이다”라고 평가하면서, “현대 세계의 천재는 기계 속에 존재하며 예술은 기계를 통하여 가장 빛나는 표현방식을 획득한다”고 기계 예술의 의미를 제시했다. 그의 그림 <사랑의 행진 Love Parade>(1917)은 피스톤의 운동, 실린더, 원형 바퀴의 동역학 속에서 볼 수 있는 기계들 사이의 “에로틱한” 관계를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생각했던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은 <어머니 없이 태어난 소녀>(1917)이다.


피카비아, <어머니 없이 태어난 소녀> (1917). 이 그림은 20세기 초엽의 기계 미학을 잘 보여주는 그림으로 평가된다.


<어머니 없이 태어난 소녀>에서 묘사된 기계는 남성 엔지니어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어머니 없이 태어난 존재였다. 그런데 그 남성 엔지니어는 어떻게 기계를 만든 것일까? 1915년에 피카비아를 언급하면서 폴 하빌란드(Paul Haviland)는 “인간은 그의 이미지를 가진 기계를 만든다. 기계는 활동하기 위해 팔과 다리 같은 사지를 갖는다. 호흡을 위한 폐, 고동치는 십장, 전기가 흐르는 신경 시스템을 갖는다”고 했는데, 이는 인간의 몸의 연장으로서의 기계의 생성을 의미했다. 즉 창이 인간 손의 연장이고, 갈고리가 손가락의 연장, 그릇이 손바닥의 연장, 운송 수단이 인간 발의 연장이듯이, 복잡한 현대의 기계도 엔지니어의 몸의 연장이라는 것이었다. 20세기 중엽의 미디어학자 마샬 맥클루언(Marshall McLuhan)은 미디어가 인간 신경 체계의 연장이라고 해석했다. 기계를 인간의 연장이라고 해석하면 기계와 인간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뒤샹의 대표작 <그녀의 독신남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1913-1925)의 스케치. 뒤샹은 1913년에 이 작품을 시작할 때 “독신남 기계”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20세기 후반기에 가장 널리 읽힌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는 뒤샹의 이 독신남 기계를 욕망의 기계와 기관이 없는 육체의 새로운 연합으로 해석하면서, 이것을 새로운 인간의 잉태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피카비아의 이런 경향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뒤샹과도 통하는 점이 있다. 뒤샹의 난해한 화제작 <그녀의 독신남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는, 뒤샹의 설명에 의하면 ‘러브 가솔린’에 의해서 작동하는 ‘욕망의 모터’를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인간이 기계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 즉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고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사랑을 재정의한 작품이다. 여기 아래쪽에 등장하는 아홉 독신남들은 물레방아, 분쇄기, 여과기 등 기계장치에 연결되어 있다. 작품의 상단에 존재하는 신부의 반은 사차원에 존재하기 때문에 독신남들은 신부에게 직접 접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뒤샹의 설명에 의하면 이런 분쇄기와 물레방아 같은 기계의 작동에서 유래한 성적 에너지가 전자 충격에 의해서 신부에게 전달되는 것은 가능하다. 뒤샹은 신부의 나머지 절반은 기계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신부에 대한 독신남들의 집착이 크면 클수록, 기계에 대한 남성의 집착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뒤샹의 이 작품은 20세기 이전에는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집착했지만, 20세기 남성들은 여성에 대한 집착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기계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세기 예술가들은 기계에 대한 시를 쓰거나 기계를 그리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기계에 의한 예술을 추구하기도 했다. 캐나다 출신으로 파리 등 유럽에서 주로 활동한 브라이언 기신(Brion Gysin)은 최초로 말과 문장을 쪼개서(cut-up) 이를 재조합함으로써 시나 소설을 쓰는 방법을 개발한 작가였다. 그는 이 쪼개는 방법을 개발할 무렵인 1960년경에 옥스퍼드의 수학자인 소머빌(Ian Sommerville)과 공동 작업을 해서 짧은 문장의 단어 순서를 계속 바꿔서 읽는 ‘음성 시’(sound poetry)를 창작했다. 예를 들어, 그의 시 “I Am”은 “나는 곧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I am that I am)라는 성경구절에 나오는 단어를 계속 순서를 바꿔가면서 읽는 것으로, 당시에는 첨단 기술인 자기 테이프와 컴퓨터를 이용해서 이 시를 녹음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권총 시’(Pistol Poem)는 다른 거리에서 녹음한 권총의 발사 소리를 자신의 목소리와 함께 계속 바꿔가면서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런 실험을 ‘퍼뮤테이션’(Permutations)이라고 불렀다.

20세기 중엽에 기존의 엘리트 예술에 대해서 반기를 들고 반예술(anti-art)을 선언한 플럭서스 그룹의 멤버 딕 히긴스(Dick Higgins)는 두 개 이상의 예술이나 미디어를 융합하는 시도로서 ‘인터미디어’(intermedia)를 처음 정의한 작가이다. 그는 또 컴퓨터를 예술과 문학에 사용하는 것을 초기에 열정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책 분량의 장시 <사랑, 전쟁, 죽음에 대한 책>을 쓸 때 시의 첫 세 파트는 주사위를 던져서 주사위가 나오는 대로 썼고, 네 번째 파트는 포트란 프로그램이 찍어내는 대로 썼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시를 잘 쓰기 위해서 컴퓨터를 이용한 것도 아니고, 컴퓨터에 대한 시를 쓴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에게 컴퓨터를 작품을 제작하는 일종의 작가로 등장시켰다. 히긴스의 이런 컴퓨터 예술은 기존의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려는 전복적인 의도에서 이루어진 작업이었다.

 
팅겔리의 <예술 기계>(1959). 그는 1950년대 말엽에 이런 기계를 여럿 만들어서 전시했다. 그의 기계는 다다이즘의 전통 속에 있던 것으로, 현대 기계 문명을 풍자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팅겔리는 키네틱 아트의 시조로 유명하며, 그의 작품은 과천에 있는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

기계가 시를 쓴다면 기계가 그림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키네틱 아트의 시조로 평가되는 스위스의 예술가 팅겔리(Jean Tinguely, 1925–1991)는 1950년대 말엽에 그림을 그리는 기계를 여럿 만들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작업을 메타매틱스(Métamatics)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그의 기계들이 만들어 낸 그림들은 점을 찍거나 낙서를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무엇보다도 팅겔리 자신이 이런 그림에 예술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그림 그리는 기계는 20세기 사회에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다양한 기계들이 과잉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작업은 1960년 뉴욕 현대 미술관 앞에서 전시된 “스스로를 파괴하는 기계”로 그 정점에 이르렀는데, 이 기계는 30분에 걸쳐서 연주 비슷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하다가 한 부분씩 스스로 파괴되면서 결국 전부 부서졌다. 관객들은 부서진 기계의 파편들을 하나씩 들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러한 자체 파괴는 전시가 이루어진 뉴욕과 같은 현대 도시의 특성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었다.

컴퓨터가 발명되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림을 그리는 기계는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다. 1960년대에 영국을 대표하던 화가 해롤드 코언(Harold Cohen)은 미국 샌디에고 대학교의 교수가 된 뒤에 스탠포드 대학교의 인공지능 실험실에서 2년간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연구 주제는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하는 인지 작업과 흡사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는 1973년에 이런 그림 프로그램 아론(AARON)을 만들었다.



해롤드 코언, <아론의 정원> (1999)과 <출발>(2001). AARON은 선화(drawing 線畫)를 그리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오른쪽의 <출발> 같은 색깔이 있는 추상화를 그렸다. 그런데 이 그림들을 소개하는 설명서에 작가가 ‘아론’으로 되어 있지 않고 해롤드 코언으로 되어있는 것은 컴퓨터가 그린 그림 뒤에 화가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컴퓨터가 만든 예술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아론은 처음에는 추상적인 그림을 그렸지만, 1980년대에는 바위, 식물, 사람을 포함한 그림을 그렸고, 1990년대에는 더 많은 배경이나 대상과 함께 색깔이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아론은 색깔이 있는 추상화로 옮겨갔다. 추상화에서 구체화로, 흑백에서 컬러로, 그리고 다시 추상화로 AARON의 화풍은 변했다. AARON은 스크린세이버로 윈도우즈를 사용하는 PC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스크린세이버는 첫 달은 무료이고 계속 사용하고 싶으면 30불을 지불해야 했다.

AARON이 그린 예술 작품에 예술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컴퓨터도 인간 화가처럼 독창성을 추구하고 미학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컴퓨터는 정신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인데, 특히 최근에 컴퓨터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 이런 그림들과 화가가 그린 그림과 차이를 알아내기 쉽기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인간은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AARON이 이런 인간의 지적 능력, 특히 인간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점은 코헨 자신도 인정하고 있다.

AARON은 존재한다. 그것은 인간의 용어로 인간이 만든 대상과 비슷한 것들을 생산해 내고, 인간 예술가가 하는 것만큼이나 분명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스타일의 일관성을 가지고 그런 작업을 한다. 더욱이, 그것은 내 개입 없이 그런 일을 한다. 나는 AARON이 기계가 생각한다던가, 창의적이라던가, 혹은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믿지 않으며, 우리 자신을 설명하는 이런 특성 중 어떤 것을 드러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은 우리가 사고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던, 그리고 아직도 사고를 — 그리고 창의성과 자의식을 --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일을 기계가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ARON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약간의 무작위성과 특이성을 표현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 자체가 독특하고 새로울 수는 있지만, 이 그림이 동시대의 비평가들과 동료 화가들이 보기에 중요하다고 평가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어떤 예술작품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는 그 시대의 예술적 맥락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그림을 그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것이 동시대의 예술적인 맥락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인공 지능 컴퓨터는 이런 맥락을 이해하는 수준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의 사이버네틱스>를 저술했고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 로젠버그(M. J. Rosenberg)는 AARON의 예술을 평가할 수 있는 동료 컴퓨터가 만들어진다면 AARON의 작품이 독창적인가 아닌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독창성을 비롯한 예술 작품의 전반적인 평가가 동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둘러서 지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기술을 거부하고 이에 반대하는 예술가들이 있고, 반대로 기술을 찬양하고 흠모하는 예술가들도 있다. 그렇지만 많은 예술가들은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예술 가능성을 탐험함으로써 이를 통해 기술 시대에 개입하고 기술 속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또 그 속에 인간적 요소를 심으려고 노력한다. 현대 예술과 기술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예술은 기술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의미와 가능성을 새롭게 추구하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크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된다. 19세기 영국의 작가 버나드 쇼(Bernard Shaw)는 “예술이 없이는 현실의 조야함이 세상을 견디기 힘든 것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고 했는데, 이 경구는 첨단 기술의 21세기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