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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 : 큰 뇌의 목적
진화론의 동력
- 자연선택 : 확률 or 선택압 ?
- 경쟁, 적응, 멸종
- 공진화, 공생
- 사회성 : 신뢰, 도덕성
- 아이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능이 아니라 사회성이다
뇌의 크기는 대체로 몸 크기에 비례하여 커진다. 그런데 인간은 몸에 비해 유난히 뇌가 크다. 그리고 ‘뇌가 곧 나이다’라고 할 정도로 인간의 유별난 특성을 설명한 것이 바로 뇌이다. 인간이 이런 큰 뇌를 가지게 된 배경을 지금이 과학과 이성의 시대라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의 큰 뇌는 과학의 시대가 열리기 훨씬 이전에 완성된 것이다.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명은 사회성과의 관련이다. 1990년대 로빈 던바의 연구에 따르면 신피질의 비율과 가장 상관 관계가 높은 것은 인간의 사회적 능력 즉 집단의 크기이며 인간의 경우 150명 정도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리고 기원전 6000년부터 기원후 1700년대까지 마을의 평균 크기를 추산한 결과 구서원이 150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것을 ‘던바의 수’라고 한다. SNS에서 수천 명의 친구를 맺은 사람도 실제로는 150명 정도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다. 특히 갓난아기는 어미로부터 잠시라도 보호를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래서 갓난아기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그렇게 무서워하고 떨어지면 심하게 우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으로부터 버림 받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힌다. 나의 정체성은 홀로 형성된 것이 아니고 철저하게 사회와 문화 속에 형성된다. 자신의 의지도 사상도 세계관도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자연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되고 변화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항상 사회 환경에 둘러싸이기 때문에 잘 의식하지 못하고, 그것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의식이 삶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의식을 규정한다.
구소련의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문화가 아동 성격의 일부가 되어 가는 과정을 밝힌 첫 번째 현대 심리학자다. 그는 사회적 관계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인간 고등정신의 형성과 발달을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사실 동물은 새끼가 어른이 된다고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의 경우 갓난아기 때와 어른은 사고력에서 완벽한 차이가 있다. 적절한 사회적 자극이 없으면 그런 특성은 발현되지 않는다. 심지어 언어만 없어도 인간은 제대로 성인의 사고력을 가질 수 없다. 청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어 언어를 배우지 못하면, 다른 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태어났다고 해도 사고력에 영원한 손상을 받는 이유이다. 어른스러운 사고와 행동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끝에 형성된다. 인간은 사회적 본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사회적 상태에서 개화하지 않으면 야생의 상태 밖에 될 수 없다.
사회적 지능과 적응이 그렇게 중요하기에 자제, 협력, 도덕심도 본능으로 준비되어 있고 사람들은 조직에 참여하고 봉사하며, 인정 받고 보호 받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항상 본인이 쓸모 있다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하면서 또한 그것으로 성취감을 느낀다. 너무나 많은 인정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귀여움을, 여자는 사랑을, 남자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남자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는 것도 결국 그런 욕구의 변형일 것이다. 깊은 숲 속에서 천년 된 나무가 어젯밤 벼락을 맞아 쓰러졌다 해도 아무도 모른다면 없었던 일이다. 누군가 그것을 알아봐주어야 의미가 된다.
- 자폐증환자는 사회성을 갖추기 힘들다
출처 : 올리버 색스, 화성의 인류학자 p380~381
자폐증 환자로 과학에서 큰 성과를 얻은 템플 그랜딘은 학교에서 친구를 만드는 게 소원이었고, 한 친구를 사귀면 그에게 전적으로 헌신했다(심지어 2~3년 동안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투나 행동에는 괴리감을 갖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친구들은 그녀의 지능에 감탄하면서도 한 집단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내 어디가 잘못됐는지 판단하지 못했어요. 이상하게 내가 남들과 얼마나 다른지 모르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죠. 내가 왜 그 속에 끼지 못했는지 끝까지 이유를 몰랐어요.”
다른 아이들 사이에는 빠르고 미묘한 무언가가 끊임없이 벌어졌다. 의미 교환, 타협, 이해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모두들 텔레파시의 소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그녀는 사회적인 신호의 존재를 알고 있고, 추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거나 마법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에 직접 동참하거나 그 뒤에 숨겨진 수십 가지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그녀는 남들 같으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계산을 한다. 종종 소외된 느낌, 이방인이 된 느낌을 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암시와 가정, 반어법, 비유, 농담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일상적이고 사회적인 언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템플이 과학과 기술의 언어 속에서 엄청난 위안을 얻었다. 과학과 기술의 언어는 이해하기가 쉬웠고, 과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되어주었다.
- 뇌의 디폴트 모든 사회성모드
1997년 워싱턴 대학의 고든 슐먼은 이처럼 기존 생각을 뒤집는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의 해답을 찾기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사람들이 특정 과제를 수행할 때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몇몇 뇌부위가 일관되게 더 활성화 되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뇌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항상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아무런 정신활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모든 스위치를 끄지 않고 특정 영역을 활성화한다니. 이렇게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의 뇌의 상태를 '기본 신경망(default network)'이라고 한다. 이후 많은 연구 끝에 기본 신경망이 사실상 사회인지(social cognition) 신경망과 중첩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회인지는 다른 사람이나 또는 자신과 타인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본신경망이 사회인지를 위한 것이라면, 우리가 다른 일에 몰두하지 않을 때는 타인과의 관계에 가장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까? 기본 신경망에서 기본을 뜻하는 'default'가 진정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나는 지금 '한글' 프로그램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두 세가지를 변경하는 것 말고는 기본 설정 그대로 두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 설정이 바로 디폴트(default)이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 제작자는 프로그램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기본적이지만 가장 최적화된 설정을 해 놓는다. 뇌의 기본 신경망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기본 신경망이 사회인지 신경망과 중첩된다는 것은 사회생활과 사회적 관계가 우리의 삶에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사회의 일원이 되지 않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짐승이거나 신이다"라고 말했듯이 인간은 사회적 존재인 것이다. 아기들은 거의 태어나는 순간부터 기본 신경망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는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인간은 생리적 욕구와 동등하게 '기본적'으로 사회적 욕구를 가지기 때문이다.
글자를 모르는 2.5세의 미취학 아동들과 침팬지를 비교한 실험이 있다. 실험결과 숨겨 놓은 보상물을 찾아내거나 도구의 특성을 이해하는 등의 물리적, 공간적 과제에서는 침팬지와 아이의 수준이 비슷했다. 하지만 사회성 검사는 아이가 침팬지를 압도했다. 어린아이는 누가 시범을 보여 줄 때 침팬지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보상물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단서를 더 잘 이해했고, 시범자의 시선에 따라 표적을 찾아내는 법을 알았다. 이는 인간이 여러 도전 과제를 능수능란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고도의 일반지능을 타고났다기보다 '사회생활 전문가'로 서 태어났음을 드러낸다
[출처] 독서모임은 그 자체로 탁월한 독서법이다.|작성자 그녀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