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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 전쟁

지방에 대한 오해
- 안셀 키즈 : 식이지방을 독극물로 만들다
- 트랜스 지방에 대한 과장된 걱정
포화지방에 대한 오해
- 버터에 대한 오해
- 왜 고기 잔뜩 먹는 황제 다이어트가 가장 살이 잘 빠질까?

불포화 지방의 독성 : 빠른 산패
- 불포화 지방에 대한 지나친 기대
- 프로스타그란딘 -> 아라키돈산 : 혈액응고
- 리놀렌산 : 식물성(대두유, 옥수수유, 카놀라유), 공액리놀렌산
- DHA,  EPA

콜레스테롤 전쟁. 식이지방과 심장병의 관계를 규명하라

과학적 측면에서 키즈 박사에 대한 반대론자들은 결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1960년대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반론을 제기하며 ‘콜레스테롤 논란’을 이슈화했다. 비교적 완곡한 표현인 ‘콜레스테롤 논란’이라는 용어로 시작된 이 논란은 후에 더 적합한 표현인 ‘콜레스테롤 전쟁’으로 바뀌었다. 콜레스테롤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 였다. 첫째,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심장병의 원인인가? 둘째, 만약 그렇다면 저지방 식이 요법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이 가능한가? 1970년대까지 의학계 연구 기관들은 대부분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심장병의 원인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었지만 식이요법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온 국민의 주요 관심사였던 만큼 명확한 답변이 필요했고,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은 키즈 박사 지지자들의 구미에 맞게 결정됐다. 미국 최고의 영양학자들도 이 이론을 지지했다. 하버드 대학 영양학부 학장 프레드릭 스테어는 유명 언론 매체에 기고한 영양 칼럼을 통해 ‘달걀의 섭취를 줄이고, 마가린, 식물성 유지, 식물성 기름의 섭취를 늘리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최고의 영양학자인 터프트 대학의 진 메이어 박사는 칼럼을 통해 ‘저탄수화물 식습관을 유지하면 결과적으로 지방 섭취가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 공포증 진영의 승리’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 하나 더 있었는데 식품 공포를 유발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비영리 건강 옹호 단체가 등장한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단체는 초기에는 질병 치료를 위한 기금 마련이라는 좋은 의도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매월 두둑한 급여를 챙겨가는 기금 조성 전문가들이 하나둘 늘면서 순식간에 겉만 번드르르한 기계적인 단체로 전락해 버린다. 이런 단체가 주로 하는 일은 특정 질병의 위험성을 알려 대중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미국 심장 협회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정확히 이러한 궤적과 일치했다. AHA는 원래 심장 질환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목적으로 1920년 설립한 단체였다. 1945년, AHA의 기금은 매년 컨퍼런스 개최와 훨씬 이후인 1938년 설립된 소아마비 구제 단체 마치 오브 다임은 매년 20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고 있었다. 당시 새롭게 선발된 AHA 임원들의 마음 한 편에는 늘 자신들의 기금액이 훨씬 더 적다는 데 대한 불만이 있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관상 동맥 전염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시작은 미국 성서 협회의 기금 조성 전문가 룸 베츠를 영입해 기금 조성 전담 조직을 꾸린 것이었다. 롬 베츠는 우선 할리우드 영화 거물 샘 골드윈, 작가이자 <타임라이프>발행인인 헨리 루스의 아내 클레어 부스 루스 등 초특급 유명인들로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했다. 이들은 aha의 연례행사인 ‘심장주간’에 다른 유명인들을 참석시켜 ‘20세기 최고의 전염병, 미국의 가장 심각한 의학, 보중 보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 조성에 힘을 보탰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심근 경색 사건도 많은 도움이 됐다. 대통령에게 ‘쾌유를 기원하는 편지’를 보내자는 캠페인을 aha의 기금 모금과 함께 진행한 것이다.
AHA의 새 운영진은 성공적으로 기금을 조성하려면 호소에만 기대서는 안되며, 적정 규모의 연구도 진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체 예산 중 연구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정도에 불과했고, 이 정도로는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웠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AHA 신임 회장은 조직의 목표를 ‘혈압, 감염, 과체중, 류마티스성 열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심장 질환을 유발하는 많은 요인들에 대한 국민 교육’으로 설정했다. 주요 교육 대상은 기업가들이었고, 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기업가 회의에 참석해 강연을 하는 방식을 취했다. 클리브랜드의 한 심장병 전문의는 오후 시간 잠깐의 낮잠으로도 ‘기업가들을 죽이는 넘버원 킬러’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강연을 하기도 했다. AHA는 ‘연구 지원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는 이유를 들어 심근 경색 치료 후 업무에 복귀하는 기업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1954년 부통령 리차드 닉슨은 국제 심장병 전문의 회의 연설에서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AHA의 교육 성과를 격려했다. 8개월 전, 펜타곤의 아이젠하워 대통령 연락 임무를 맡고 있던 44세의 장군이 심근 경색으로 쓰러졌는데 이후 말끔하게 치료돼 업무에 복귀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AHA의 주요 기부자였던 자선 사업가 매리 래스커의 주요관심사는 연구 기금 모금에 있었다. 이는 AHA의 핵심 인물인 화이트 박사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안셀키즈 박사에 대한 연구비 지원으로 이어졌다. 연구 지원비는 매년 조금씩 확대돼 1950년대 중반부터는 공중 보건 관련 사업비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설즈버거 패밀리가 운영하고 있던 <뉴욕타임스>도 AHA의 주요 기부자였기에 언론 매체를 통해 연구 기금 모금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었다. 키즈와 화이트의 ‘관상 동맥 유행병’을 특집 기사로 보도했던 과학 전문 기자 하워드 러스크는 AHA가 매년 심장병 관련 연구 성과를 보도한 저널리스트들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59년, AHA회장은 "25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모금액을 달성한 것은 연구 필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AHA의 연구 기금 확대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AHA의 연구 모금인 NHI에 대한 정부 지원도 놀라울 정도로 급증한 것이다. 1948년 한 해에만 AHA와 NHI 두 기관은 각각 150만 달러의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았다. 그러나 1961년 말 AHA 운영진은 NHI의 예산 규모를 알고 나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AHA의 예산도 과거에 비하면 엄청난 수준인 2600만 달러로 늘었는데, NHI의 예산은 이보다 몇 배 수준인 8800만 달러였고, 이듬해 책정된 예산은 무려 1억3200만 달러에 달했던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AHA 운영진은 연방 정부에 의해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 이미 엄청난 규모로 심장병 연구에 쓰이고 있는데 사람들이 굳이 AHA에 추가로 기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었다. 만약 AHA가 이미 확보된 탄탄한 입지를 계속 유지하고, 기금조성의 타당성을 충분히 설명할 생각이 있었다면 AHA는 이때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 공중 보건에 중점을 두는 활동에 매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 전환은 키즈 박사의 이론을 기반으로 확보된 완벽한 도약대를 스스로 처분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 AHA는 ‘식이지방을 줄이면 심장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키즈 박사의 이론을 지지하던 1960년대부터 이미 조직의 방향성을 전환한 상태였다. 당시 AHA가 심장병 예방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저지방 식습관을 유지하라는 조언이 전부였다. 하지만 1964년 6월부터는 ‘저지방 식습관’이라는 소극적인 접근 방식을 미련 없이 버리고, ‘지방 섭취를 전체적으로 줄이고, 동물성 포화 지방을 다가불포화 지방이 함유된 식물성 기름으로 바꾸라’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때도 저지방 식습관이 심장병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였고, AHA도 이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HA 대변인은 "심장병은 이미 시급한 공중 보건 문제로 떠올랐다. 식이지방과 심장병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기다릴 수많은 없었다.
그러나 식이지방과 심장병의 명확한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일은 키즈 박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7개국 연구’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지만 과연 연구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식이 콜레스테롤을 심장병의 원인이라고 분명히 단정 지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두가 회의적이었다. 다분히 이질적인 집단으로 구성된 실험 대상자들이 섭취하는 음식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비교 그리고 이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이는 간단히 극복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7개국 연구를 통해 성과를 얻는 방법은 실험 대상 그룹을 엄격한 관리 감독 하에 두고 이들에게 서로 다른 종류의 식단을 제공하면서 수년에 걸쳐 그 결과를 분석하는 ‘전향적 연구’밖에 없었다. 거액의 연구 자금을 지원받는 NIH도 같은 목적으로 연구를 수행했지만 실패가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실험에 참가해 저지방 식단을 섭취한 남성들 중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전체의 25%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노콜레스테롤 열풍, 의료계도 지지

결과적으로 식이지방과 심장병 간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입증한 과학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는 지방 공포증 진영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굳이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식이 요법 및 심장병과 관련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이유는 아마도 1964년 흡연과 관련해 미국 공중 보건국이 발표한 보고서의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이었을 게다. 보고서에서는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역학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자 지방 공포증 진영은 ‘흡연과 폐암의 관계를 밝혀낸 것은 역학의 분명한 승리’라며, 역학의 승리를 부각시켜 자신들의 캠페인 도구로 활용했다. 이와 함께 키즈 박사의에게 힘을 실어준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예기치 않게 미국 의학회가 키즈 박사의 이론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식이 요법을 통해 심장병을 치료한다는 주장이 처음 나왔을 때 의사들은 비타마니아와 마찬가지로 이런 주장이 자신들의 준독점 영역인 질병 치료에 대한 또 하나의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60년대에는 이미 일반인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식이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었다. 의학계의 이런 인식 변화는 새로운 치료 요법에 대한 미국 의학회의 주도권 확보 노력으로 이어졌다. 1960년, 미국 의학회는 AHA가 그해 발표한 ‘지방 섭취를 줄이고, 포화 지방을 다가불포화 지방으로 대체하면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는 심장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러한 치료는 ‘의사의 지시하에만’이뤄져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식물성 기름과 마가린 생산 업체들은 미국 의학회의 권고 사항을 신속히 받아들여 버터와 라드를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했다. 누코아와 플레이시만은 자사의 마가린에 함유된 다가불포화 지방의 건강 유익서이 미국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고, 제너럴 밀스는 ‘사포라이프’제품의 홍화 기름에 가장 많은 다가불포화 지방이 함유돼 있다고 강조했다. 홍화 기름 생산 업체들도 ‘사폴라’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식이지방 규정에 대한 미국 의학회의 권고를 읽어 보세요’라는 내용의 광고를 앞다퉈 내보내기 시작했다. 다른 식품업체들도 이를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노 콜레스테롤’, ‘저 콜레스테롤’, ‘불포화 지방’ 등의 수식어를 광고의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불포화 지방 기름은 건강식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다ㅏ불포화 지방이 이제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게 된 것이었다. 하버드 대학 영양학자 프레데릭 스테어 박사는 다가불포화 지방을 매일 3티스푼씩 약으로 섭취하라고 권고했고, 그와 쌍벽을 이루던 터프트 대학의 진 메이어 박사는 "옥수수기름 한 컵을 매일 마시면 심장 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며, 원형 그대로가 아닌 가공된 형태의 옥수수기름도 상관없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광고 공세, 특히 심장 질환을 예방하려면 식물성 기름을 섭취하라고 권하는 사폴라의 광고는 미국 의학회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광고의 메시지가 의사들의 도움이 없이도 식습관 조절을 통해 심장 질환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미국 의학회는 한 가지 발표를 했다. "최근 들어 항 지방, 항 콜레스테롤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는 어리석은 짓일 뿐 아니라 쓸모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행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의학적 도움 없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다고 믿고 식이 요법을 실행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는 가능한 일도 아니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의사들은 여전히 진료실에서 저지방 식습관을 유지하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선도적인 한 의학자는 후에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의사들은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과 의학 전문 저널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해 있다.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식습관은 환자들이 진료실을 나설 때 의사들이 일상적으로 전하는 작별 인사였다."

콜레스테롤, 마가린으로 해결? 소비자의 불안감을 사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판매에 대한 미국 의학회의 반대는 비타민 보충제 전쟁 이후 줄곧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FD와의 제 2 연합전선으로 이어졌다. 1959년 말 FDA는 ‘불포화 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여준다’는 주장은 ‘허위, 과대’광고에 해당된다며 식품업체들에게 경고를 내렸다. 이와 함께 ‘인체는 스스로 콜레스테롤을 생산함, 식품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한 위원의 주장도 덧붙였다.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식품업체들의 광고가 계속되자 FDA는 1964년 9월, ‘매일 아침 이 제품을 한 그릇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는 ‘허위 광고’가 찍힌 상품을 선적하려던 나비스코슈레디드 휘트를 현장에서 적발했다. 이 사건 이후 약 10년 동안 FDA는 식이 콜레스테롤과 심장병과의 연관 관계를 설명하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으며, 식품업체들에게는 ‘식품에 함유된 다가불포화 지방이 심장 질환을 예방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광구 문구를 변경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FDA의 광고 규제는 의약품에만 국한됐다. 식품 광고에 대한 규제 권한은 연방통상위원회가 갖고 있었고, 식품업체들은 FTC가 눈감아준 덕에 자사 제품이 ‘심장 질환을 예방해 준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모든 종류의 광고를 거리낌 없이 내보냈다. 미국 의학회 식품위원회 회장은 "마치 배수관 청소라도 하듯 동맥을 깨끗이 청소해 준다고 주장하는 기름과 마가린 업체의 광고 공세는 이제는 진절머리가 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광고는 미국 의학회가 발행하는 저널에도 버젓이 게재됐다.
<의학 저널>에 실린 플레이시만의 마가린 광고에는 여덞 번째 생일을 맞아 8개의 촛불을 끄고 있는 소년의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카피가 실렸다. "이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도 심장병이 있을까요?" 카피에 이어지는 광고 문구는 "모든 연령대의, 누구에게나 적합한 상품, 포화 지방을 줄인 식단을 통해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였다. 이 회사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 광고는 내용을 달리했다. 사진은 <의학 저널>과 같았지만 카피는 "이제 8살인 이 소년이 콜레스테롤을 걱정해야 할까요?"였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아이들에게 마가린을 먹이라고 추천했다.
1971년 FTC가 마지못해 플레이시만에 광고 문구의 ‘표현 수위를 낮추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이때는 참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이 연출됐다. 플레이시만의 마가린이 ‘심장 질환을 예방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으나 ‘심장과 동맥 관련 질환의 예방과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혈청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식이 요법의 일환으로 사용될 수 있는’이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해도 좋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판결하면서 FTC는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 아직 결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과학적 증거가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심장 질환은 소비자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므로 이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문구는 사용해도 좋다."고 밝혔다. 이 문구의 허용은 플레이시만이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심장 질환 예방’이란 제목으로 자사의 마가린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엄마들에게 배포하는 것도 중단시키지 않았다.
FTC가 과대광고와 관련한 이슈를 조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심장마비의 주범으로 식이 콜레스테롤을 끊임없이 지목하면서도 아직까지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문구는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광고에 삽입해 온 AHA를 전면에 내세우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1971년 FTC가 "많은 자문위원들이 ‘식습관-심장병’가설을 지지하고 있다."고 발표하자 이에 반대 입장을 밝힌 한 의사는 씁쓸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식이 요법 도그마는 식품업계에는 수익 사업, 심장 학회에는 기금 조성 사업, 수천 명의 지방 전문 화학자들에게는 좋은 일자리였다. 반대편에 선다는 것은 곧 자금 지원의 중단을 의미한다. 등업자 평가 시스템에 순응하면 보상이 주어지지만 이를 비판하면 철저히 배제되기 때문이다."
이듬해 미국 의학회는 지방 공포증 진영으로 복귀했다. 이는 아마도 의사들에게 새롭게 주어진 임무, 즉 정기적인 콜레스테롤 수치 체크와 관련이 있었을 듯싶다. 미국 의학회는 많은 미국인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전체적으로 높은 상태이며, 성년이 된 이후에는 의사들이 정기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체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위험 인자’인 포화 지방을 줄이는 것은 의사들의 지시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음은 물론이다.
1973년 1월 마침내 FDA가 항복을 선언했다. 식품업제들이 콜레스테롤과 포화 지방 관련 내용을 언급하고, 콜레스테롤과 포화 지방 함량이 낮은 식품과 다가불포화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다. 물론 ‘심장마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식의 직접적인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됐지만 이때는 이미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상황에 신물을 내고 있던 예방 의학자 에드워드 핑크니의 말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심장 질환과 임박한 죽음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심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특정 건강 그룹과 자사 식품을 먹으면 심장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식의 직접적인 광구 문구를 두 배 이상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식품 업계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불안감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콜레스테롤= 포화 지방’이라는 인식이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내린 것처럼 ‘다가불포화 지방’이라는 단어는 이제 심장 질환 예방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핑크니가 혈중 콜레스테롤이 심장 질환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으며, 특히 식습관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핑크니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비판론자들은 지방 공포증 진영에 의해 철저히 무시됐다. AHA는 이러한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모든 미국인들에게 다가불포화 지방의 섭취를 2배로 늘리고, 육류 섭취는 1/3으로 줄이라고 경호사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여갔다.

존 유드킨, 설탕 공포증으로 지방 공포증에 도전

1960년대 말, 식물성 기름 업체들과 함께 안티콜레스테롤 연구 기금 조성에 박차를 가해온 미국 낙농 협회는 협회 내 과학자들을 이용해 직접적인 반격에 나섰다. 유제품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교육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연구를 위해 협회가 직접 320명의 전문가를 채용, 매년 1400만 달러의 연봉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키즈 박사 진영을 당혹스럽게 한 사건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키즈의 이론에 뒤이어 곧바로 등장한 경쟁이론, 즉 ‘탄수화물, 즉 설탕이 심장 질환의 주원인’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이론의 선두주자는 작은 체구 외에는 키즈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영국의 과학자 존 유트킨이었다. 런던으로 이주한 가난한 러시아계 유대 인의 아들로 태어난 유드킨은 대학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캠브리지 대학의 생화학 학부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그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했는데, 그곳에서 당시 주목 받고 있던 비타민 연구를 수행했다. 그 후에는 런던으로 돌아가 런던 대학의 영양학교수가 됐다. 이어 1958년에는 《슬리밍 비즈니스》를 출간했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이 책에서 그는 ‘요요 다이어트’를 공격했으며, 체중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탄수화물, 특히 설탕 섭취를 줄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드킨이 식이지방, 심장 질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WTO의 데이터 중 6개국의 데이터만 이용했던 키즈 박사 반대 진영에 합류한 것은 1년 전인 1957년이었다. 그는 키즈 박사가 6개국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활용 가능한 WTO의 10개국 데이터를 모두 분석했다면 관상 동맥 질환과 지방의 관계가 아니라 관상 동맥 질환과 설탕 소비의 관계에서 더 나은 결론을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키즈의 주장은 영국에서 관상 동맥으로 인한 사망자 수 증가가 라디오 및 TV 보급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별 사건들 간의 밀접한 연관 관계를 굳이 인과 관계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TV 보급 대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관상 동맥 심장병의 증가는 이러한 삶의 질 향상, 즉 흡연, 비만, 사무직의 증가와 관련이 있고, 특히 그중에서도 설탕 소비의 증가가 가장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이론을 더욱 확고하게 입증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인 관상 동맥 심장 질환 환자와 건강한 남성 그룹의 설탕 섭취 비교 결과도 제시했다. 조사 결과 심근 경색을 처음 경험한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2배의 설탕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험 대상자들의 지방 섭취는 동일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실 실험도 별도로 진행했으며, 그 결과 설탕 섭취를 대폭 늘린 쥐 그룹에서 심장 질환을 유발하는 인자인 트리글리세라이드 수치가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유드킨은 기지가 넘치는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였고, 이때는 이미 인지도도 상당히 확보돼 있었기에 그의 발표는 즉각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에서 강력한 설탕업계의 지원을 받고 있던 지방 공포증 진영은 그를 조롱거리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유드킨은 자신의 연구를 ‘과학 소설’이라고 폄하했다는 이유로 이들 중 한 명을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탕 업계는 연구 보조금 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해 유드킨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중단시켰고, 결국 그를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낙농업계가 일부 연구비를 지원해 주었지만 그 정도로는 연구를 계속하기 어려웠다. 1970년대에는 교수로 재직 중이던 런던 대학이 연구 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관련 장비를 지원해 줄 테니 교수직을 사임하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교수직을 내놓은 그에게 제공된 것은 비좁은 작은 사무실 하나가 전부였다.
연구자로서의 손발이 모두 묶였지만 그대로 물러설 유드킨이 아니었다. 1972년, 그는 설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서적을 출간해 영국과 미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명저 《 순수: 달콤하고 위험한: 심장 질환, 당뇨병 그리고 다른 치명적 질병의 원인, 설탕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다. 책이 인기를 끌자 당시 미국에서 수세에 몰려 있던 달걀 생산 업체들이 그를 초청해 미디어 투어를 진행했다. 미디어 투어에 참석할 때마다 그는 식이 콜레스테롤과 심장마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연구 보고서는 아직 단 한 건도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AHA회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관련 연구를 현재 진행 중’이라는 말로 얼버무렸고, 매일 3개 이상의 달걀을 섭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만을 되풀이했다. 유드킨이 심장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의 경우 설탕 소비량도 매우 높다고 지적하자, AHA는 ‘설탕과 심장 질환과의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아직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사실 명확한 실험 결과가 아직 없기는 AHA의 식이,심장 질환 이론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유드킨의 지적에 대해 AHA는 동일한 문제점을 제기하며 비교적 능수능란하게 대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드킨의 미국 방문은 미국인들 사이에 설탕 공포증을 확산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 미국인들의 설탕 공포증은 유드킨의 방미 이전인 1970년대부터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었다. 1970년 상원 영양 위원회가 설탕이 첨가된 아침 식사용 시리얼이 아이들을 설탕애 중독시키고, 설탕에 중독된 아이들은 일생 동안 과잉 행동을 보일 뿐 아니라 건강 상태도 나빠질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상원 영양 위원회는 당시 청문회까지 열어 설탕 중독이 어떻게 달콤한 유아 식품에서 시작돼 켈로그의 시리얼로 옮겨가며, 결과적으로 미국 전체를 중독시키는가에 대한 주장도 경청했다. 1975년에는 베스트셀러인 《슈거 블루스》의 저자 윌리엄 디프티가 설탕 중독을 ‘헤로인 중독’에 비교하며, 설탕을 처음 맛본 후 설탕이 너무 먹고 싶어 어머니 지갑에서 돈을 훔쳐 사탕을 사먹은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설탕 공포증이 잠시 일었으나 결국 최후의 승리는 지방 공포증 진영에 돌아갔다. 유드킨과 더프티 주장이 단 것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약간의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지방 공포증의 파괴력이 이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0년간 미국인 1인당 버터 소비는 절반으로 줄었고, 달걀 소비도 25% 이상 줄었다. 1950년부터 1972년까지는 마가린 소비가 2배 증가했고,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 동안 식물성 기름의 소비는 50%이상 증가했다. 미국 식탁의 주 식품 소비량 증가가 일반적인 수준으로 매우 느리게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1976년, 지방 공포증 진영은 미국 정부를 강력한 지지 세력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함으로써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 해에는 상원 영양 위원회가 ‘치명적인 질병과 관련된 식이 요법’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던 민주당 상원의원 조지 맥거번은 이미 식습관-심장 질환 이론에 따라 자신의 식습관을 바꾼 상태였고, 같은 위원회 소속인 공화당 상원의원 찰스 퍼시도 마찬가지였다. 퍼시는 1973년 하버드 대학의 노인학자 알렉산더 리프가 훈자 계곡을 방문하고 돌아온 후 발표한 보고서를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리프 박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3대 장수촌인 훈자 계곡 사람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보다 동물성 지방과 유제품을 적게 먹는 식습관에 있었다. 도전적인 성향이었던 퍼시는 책을 읽는 것만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훈자 계곡을 방문했다. 그리고 귀국 후에는 ‘훈자에서는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퍼레이드>매거진에 기고했다. 훈자의 장수 비결은 많은 양의 운동과 동물성 지방을 적게 섭취하는 식습관이라는 것이 글의 요지였다.
위원회의 편향성은 공청회가 시작되자마자 드러났다. 공청회 시작부터 전세계 영양학자의 98.9%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장 질환의 연관 관계를 확신하고 있다는 내용의 증언을 유도했다. 공청회 이틀 후에는 전직 노동 전문 기자인 닉 모턴을 위원회의 보고서 작성자로 선임했다. 닉 모턴은 과학 관련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고, 키즈 박사를 명사로 추앙하던 인물이었다. 이듬해 초 닉 모턴이 작성한 ‘미국인들의 식습관 목표’라고 제목의 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됐고, 이때부터 미국의 국가 영양 정책은 식습관-심장 질환 도그마에 급속히 빨려 들어갔다. 보고서에서는 탄수화물의 섭취를 늘리고, 지방섭취는 25%까지 낮출 것을 요구했으며, 특히 포화 지방은 붉은색 육류의 섭취를 줄여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인 30% 이상까지 낮추라고 주문했다.
육류 업체들은 이 내용이 발표되면 육류 소비가 70%나 줄어들 것이라며, 최종 보고서의 내용을 ‘붉은색 육류를 엄격히 제한하고 대신 포화 지방의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육류, 생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원안대로 발표됐고, 그 해 실시된 설문 조사 결과 미국인 4명중 3명이 식단에 포함된 콜레스테롤 양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AHA와 다른 기관들은 일일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300밀리그램 미만으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는데 이는 큰 사이즈의 달걀노른자 1개에 함유된 콜레스테롤 250밀리그램보다 약간 더 많은 정도였다.
쇠고기 생산 업체들은 식생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 성과가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976년 미국의 쇠고기 소비량이 역사적으로 정점을 찍은 해였고, 이후 15년 동안 미국의 쇠고기 소비량은 약 30%감소했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 심장병의 치명적 원인으로 입증되다?

1970년대 말에는 지방 공포증 진영이 모든 종류의 혈청 콜레스테롤이 치명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굳이 과학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어졌다. 인체에 이로운 물질로 전환되는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과 해로운 물질로 전환되는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의 존재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 콜레스테롤의 전체 수치를 낮추면 LDL도 더불어 줄어든다는 사실을 근거로 예전처럼 저지방 식습관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의사들은 전체 콜레스테롤 수치를 파악해 그 중 ‘위험한’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별도로 측정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은 좋은 콜레스테롤보다 나쁜 콜레스테롤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사실이었다. 1984년, 국립보건원은 오랜 기간 실험한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대폭 낮추면 심근 경색의 위험성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실험에서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방법으로 식이 요법이 아닌 약품을 사용했으나 국립보건원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2세 이상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지방 섭취를 줄이라고 주문했다. 레이건 대통령 자신도 소시지를 끊었으며, 무지방 우유만 마시겠다고 밝혔다. <타임 매거진>은 ‘콜레스테롤 그리고 좋지 않은 소식’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커버스토리를 실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은 어조로 담담하게 시작됐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치명적인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듬해 AHA의 지지를 받고 있던 국립보건원은 ‘전국적인 규모의 콜레스테롤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관상 동맥 심장 질환의 주원인’인 콜레스테롤을 줄이기 위한 교육에 나섰다. 전국의 모든 의사들에게는 "모든 환자들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체크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포화 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이를 위해 버터를 마가린으로 대체하라고 조언하라."는 내용이 담긴 ‘의사 키트’가 발송됐다. 1988년 7월에는 이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던 미국 공중 보건국 C. 에버렛 쿠프가 700쪽짜리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는 <타임 매거진>의 후속 커버스토리인 ‘미국인들의 지방 섭취를 줄이자’는 기사의 내용도 포함됐으며, "지방이 미국인 사망 원인의 2.3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1964년 발표된 흡연과 건강과의 관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HA 회장은 전 국민이 학회의 권고를 제대로 따르기만 하면 아테롬성 동맥 경화증이 2000년까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선도적인 잡지인 <심혈관 뉴스>를 통해 의사들에게 대대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체크하라고 주문하며,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쇄도할 것이며, 이들에게는 저지방 식단을 추천하라."고 덧붙였다.
식이 콜레스테롤을 대폭 줄인다 해도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미국인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그 폭도 10%정도로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었지만 AHA와 그 연합군은 모두 미국인들에게 저지방 식단을 추천하는 캠페인을 중단하지 않았다. 1987년과 1988녀 2녀에 걸쳐 AHA를 비롯해 국립 과학 아카데미, 미국 공중 보건국, 국립 심장, 폐 및 혈액 연구소, 국립 암 연구소, 미국 농무부, 질병 관리 센터, 미국 의학회, 미국 영양 학회 등 모든 관련 기관이 CHD를 예방하기 위해 2세 때부터 저지방 식습관을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AHA와 미구 공중 보건국은 식품 가공업체들에게 이러한 캠페인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저지방 식품을 더 많이 생산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1988년 12월 <타임 매거진>은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저지방 식습관을 통해 LDL 수치를 낮추면 심장 질환에 걸릴 확률도 낮아진다’는 AHA 회장의 군고를 인용해 HDL과 LDL에 대한 커버스토리를 실었다. 이 기사에는 저지방 가공식품을 더 많이 섭취하라는 조언도 포합됐는데, 그 효과는 시간이 지난 뒤에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방암, 콜레스테롤 최전선에 배치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에 대한 전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심장병이 주로 남자들의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1977년 이에 대해 의문을 품은 여성 운동가들은 남성으로만 구성된 상원 영양 위원회가 가장 많은 경고를 내보내고 있는 ‘미국인 사망 원인 1위’가 심장병이라는 점을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추천 식단을 잘 지키지 않았고,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서도 여성들에 비해 죄의식이 덜했다. 이와 달리 수많은 중산층 여성들은 철저히 저지방 식습관을 유지하며 체중 감소를 목적으로 저지방 식품을 구매했다. 따라서 여성들에게는 건강을 위해 고지방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라는 요구가 쉽게 먹혀들었다. 기금 조성과 관련해 1980년대 AHA의 경쟁 상대였던 미국 암 학회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이용해 유방암이 포화 지방과 관련이 있다는 경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국가를 조사한 결과 식단 내 포화 지방의 함량도 높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러한 경고가 나오자 미국 국립연구회는 지방 섭취를 줄이면 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식습관, 영양과 암’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미국 암 학회는 즉각적으로 포화 지방 섭취를 줄이자는 ‘항암’식습관 캠페인을 가동했다. 학회 대변인은 저지방 식습관 개선이 건강에 유해하지 않으며, 최소한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6년, 약 9만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방 섭취는 유방암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으나 미국 암 학회는 끝까지 포호 지방을 주범으로 지목하며 ‘안티 지방’운동을 계속했다.

지중해식 식습관, 올리브유의 부상

1990년대에 들어와서도 포화 지방이 심장 질환의 원인이라는 점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 실패하자 지방 공포증 진영에서도 서서히 이탈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89년, 키즈 박사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하버드 대학의 프레데릭 스테어는 기존의 입장을 바꿔 ‘콜레스테롤 공포’를 맹비난하는 서적을 공동 집필했다. 지방 공포증 진영에 대한 도전은 NIH 내 여성 건강 학회가 실시한 연구 결과들이 수차례 발표된 2006년 절정에 달했다. 보고서의 내용은 대부분 저지방 식습관이 여성의 암 또는 심혈관 질환 발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방 공포증은 키즈 박사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데 있어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유용한 도구였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안셀 키즈 박사의 저서 《지중해식 식습관》을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1975년, 키즈 박사 부부는 1959년 출간된 레시피 책인 《지중해식 식습관》을 수정해 《잘 먹는 법, 지중해 스타일로 잘 사는 법》이란 제목으로 재출간했다. 그러나 이 책은 ‘7개국 연구’가 최종적으로 마무리 된 1980년까지도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7개국 연구’의 최종 보고서는 지중해식 식습관과 심장 질환에 대한 키즈 박사 연구팀의 초기 문제 의식이 옳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인 1990년대 초가 되어서야 지중해식 식습관이 건강에 좋다는 기사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국제 올리브유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선 덕분이었다. 위원회는 식품 기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호화 콘퍼런스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지중해식 식습관이 심장 질환과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사실 키즈 박사 부부의 책에는 올리브유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지중해 지역에서 소비되는 엄청난 양의 올리브유가 지중해식 식습관의 핵심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올리브유는 이제 ‘지방의 대부분을 올리브유를 통해 섭취하던 그리스, 이탈리아 남부 및 기타 지중해 지역의 1960년대 초 식습관’으로 정의됐다. 연방 정부는 하버드 대학 공중 보건학부의 일부 교수진에게 기존의 식품 피라미드를 새롭게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통해 새로 만들어진 지중해식 식품 피라미드에서는 매일 섭취해야 하는 곡류가 가장 밑바닥에 위치하고, 그 위에는 과일과 채소가, 그리고 바로 그 위에 올리브유가 당당히 피라미드의 한 단계를 차지했다. 올리브유의 위층에는 비교적 중요도가 덜한 식품들이 배치됐다. 올리브유의 판매는 급증했고, 더불어 파스타의 인기도 올라갔다.
1991년 말에는 지중해식 식습관 주창자들이 바다 건너 유럽에서 촬영된 한 심층 보도로 인해 위기에 처하는 듯 했다. 그해 11월 방송된 CVS의 인기 프로그램 ‘60분’이었다. ‘60분’의 화면은 진행자 중 한 명인 몰리 세이퍼가 프랑스 리용의 한 음식점에 앉아 식탁 위의 파테와 소시지가 담긴 접시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세이퍼는 눈을 들어 화면을 응시하며 질문을 하나 던졌다. "프렌치 패러독스? 프랑스 인들도 미국 못지않게 많은 양의 포화 지방을 섭취하는 데 프랑스인들의 심장 질환 사망률은 왜 미국인들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걸까요?" 이어 레드와인을 들어 올리고는 "해답은 매력적인 이 잔 속에 있을지 모릅니다."라고 했고, 이를 입증하는 수많은 프랑스 연구자들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방송이 나가자 레드와인의 판매가 급증했다. 하지만 이 보도의 핵심 메시지였던 ‘프렌치 패러독스’의 공동 연구자 미첼 드 로게릴이 겨냥한 것은 키즈 박사의 식이 콜레스테롤 심장 질환 가설에 대한 반론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키즈 박사 추종자들이 ‘이미 술꾼인 사람도 와인은 적당히 마실 수 있다’고 간단히 언급하자 이 이론은 곧바로 폐기 처분됐다.
그러자 드 로게릴은 공격의 방향을 전환해 과거 4년간 두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실험결과를 활용했다. 당시 연구에서 드 로게릴은 심장병을 극복한 사람들로 구성된 한 그룹에게는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붉은색 율류와 유제품, 과일, 콩류, 채소, 가금류 등으로 구성된 지중해식 식단을 제공하고, 의사들에 조언에 따라 구성된 다른 그룹에게는 AHA가 ‘신중한 식습관’이라고 권하는 식단, 즉 포화 지방을 줄인 식단을 제공했따. 4년 후 ‘신중한 식습관’ 그룹이 콜레스테롤 비중이 더 높았던 프랑스식 지중해 식습관을 유지한 그룹에 비해 치명적인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50%이상, 심장 발작에 걸릴 확률이 70%이상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두 그룹의 혈액 검사 결과 전체 콜레스테롤, LDL, HDL이 거의 모두 동일한 수준이었다는 중요한 사실도 밝혀졌다.
1999년 이 연구 결과가 다른 매체도 아닌 AHA 저널에 발표됐지만 미국인들의 생각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분명한 연구 결과를 눈앞에 보면서도 미국 언론은 오히려 이 연구가 포화 지방을 심장병의 주범으로 지목한 미국의 지중해식 식습관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건강 칼럼리스트 제인 브로디는 ‘드 로게릴의 연구는 안셀 키즈 박사가 한 세대 이전에 이미 우리에게 전해준 메시지를 더욱 확고하게 입증해 준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키즈 박사는 이미 오래전에 은퇴한 인물이었지만 여전히 추앙 받는 학자였다. 그가 2004년 100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는 ‘식이지방의 위험성과 생명을 구하는 지중해식 식습관을 발견한 위대한 인물’이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4년 후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모로코 정부는 UN의 문화유산 보호 전담 기구인 UNESCO에 지중해식 식습관을 세계 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해 다라고 요청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리스가 주도적으로 나서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리스는 지난 수년 동안 늘 유럽에서 가장 뚱뚱한 국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즈 박사가 지중해식 식습관의 모범 사례로 꼽았던 크레타 섬 원주민들도 유럽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비만 순위 상위에 링크돼 있었다. 하지만 크레타 관광청은 ‘지중해식 식습관’이라는 명칭을 ‘크레타식 식습관’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단념하지 않았다.

AHA, 인종 심벌마크로 대박 행진, 트렌스 지방의 발견

한편 AHA는 지방 공포증 확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1988년에는 학회 규정에서 상품 추천 금지 조항을 삭제해 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에 대해 학회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식품은 종류와 상관없이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AHA 추천 서비스는 유로로 제공됐으며, 추천을 받은 식품에는 ‘미국 심장 학회가 테스트하고 인정한 제품’이라는 로고와 함께 AHA가 발행한 ‘심장 가이드’인증 표시를 붙일 수 있도록 했다. 랙스 레스토랑이 빅랙스 로스트비프 샌드위치에 이 인증 표시를 붙였을 때는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 상품의 자방 함량은 30g으로 여성에 대한 AHA 일일 권장량의 절반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HA의 추천 서비스는 FDA가 "이러한 행위는 인증 표시가 붙은 식품이 건강 식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으므로 금지한다."고 하자 잠정 중단됐고, FDA는 새로운 식품 표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FDA의 새로운 식품 표시 제도가 발표되자 AHA는 곧바로 인증 서비스를 재개했다. 이번에는 ‘심장 체크’라는 심벌 마크를 판매했으며, ‘2세 이상 건강한 사람들에게 맞는 포화 지방, 콜레스테롤, 통밀에 대한 AHA의 식품 표준에 부합하는 제품’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심벌의 비용은 2500달러부터 20만 달러까지 다양했다. 켈로그의 경우 50여종 이상의 제품에 각각 2500달러짜리 심벌을 붙였고, 플로리다 감귤류 생산 업체들은 20만 달러로 심벌에 대한 독점권을 구입해 캘리포니아에서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우위를 점했다. 플로리다 감귤류 생산 업체들은 "심장 질환에 맞서자. 자몽 주스를 마시자!"고 광고했으며, 광고에서는 AHA의 심장 체크 심벌마크가 부착된 한 잔의 오렌지주스 사진을 ‘건강한 심장 인증’, No 콜레스테롤’, ‘No 지방’이라는 심장 관련 문구로 감쌌다. AHA의 오랜 앙숙인 축산협회는 쇠고기에 대해 심장 질환 및 뇌졸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많은 기여를 한 인물이나 단체에 수여하던 ‘심장 챔피언’특별상도 수상했다. 식품 대기업 콘아그라는 1992-93년까지 1년 동안 영양에 대한 TV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AHA에 350만 달러를 지원했다.
식습관의 조절을 통해 심장 질환을 줄여보자는 AHA의 주장은 20세기 말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식습관의 조절만으로 LDL.HDL수치에 상당할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포화 지방이 극히 적은 식습관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극도로 절제된 식습관을 실천하는 세레로 딘 오니쉬 박사가 있었는데 그는 무려 25년 동안이나 절제된 식습관을 실천해 왔고, 이를 통해 약물이나 수술적 방법이 아닌 식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심각한 관상 동맥 심장 질환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저지방 식습관을 통해 심장 질환을 예방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1996년 미국 내과 의학회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25이상의 모든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AHA의 프로그램을 가동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AHA에 반기를 들었다. 학회는 조사결과 저지방 식습관을 유지해 온 젊은이들의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가 미미했고, 최종적으로 장기 복용에 대한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평생 복용하라는 처방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자들은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을 추천하는 AHA의 캠페인으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인 비만과 당뇨병을 유발하는 고칼로리 식품 소비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00년, 지방 공포증 진영을 공황 상태로까지 몰아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트랜스 지방의 발견이었다. 트랜스 지방은 프렌치프라이로부터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을 증가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은 낮추는 역할을 했다. 뉴욕 시는 음식점의 트랜스지방 사용을 금지했고, 교육 위원회도 전국 학교 구내식당에서 트랜스지방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러자 식품 가공업체들은 광적으로 트랜스 지방 대안 찾기에 나섰다.
이쯤 되면 트랜스 지방이 지방 공포증 진영에도 확실히 곤욕을 안겨 주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트랜스 지방의 존재가 처음 알려졌을 때 키즈 박사는 트랜스 지방의 위험성을 근거 없다고 일축했고, 1970년대에는 AHA, 소비자단체 CSPI, 관련 단체 등이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포화 지방 대신 트랜스 지방을 사용하라고 식품 가공업체들에게 권장하기까지 했다. 그뿐만 아니라 트랜스 지방을 함유한 대표적인 식품이 지금까지 치명적인 버터를 대체할 심장 건강식품으로 추천해 온 마가린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한 단체는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을 둘러싼 논란의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지방 공포증 진여이 드디어 식이지방과 전체 섭취량을 줄이라는 주장을 포기한 것이다.  AHA는 현재의 식단에서 포화 지방과 트랜스 지방을 올리브유 같은 불포화 지방으로 대체하라고 조언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미국 정부도 ‘지방, 포화 지방, 콜레스테롤을 낮춘’ 식단을 권고하는 기존의 ‘식생활 가이드라인’을 ‘포화 지방,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적정 수준의 지방을 유지하는’ 식단을 권고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지방 공포증의 뿌리는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 2001년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친 수많은 지방 공포증 지지자들은 "모든 종류의 지방을 겨냥해 오랜 기간 진행된 캠페인이 지방은 나쁜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너무나 뿌리 깊게 확산시켰다. 이를 되돌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제약회사와 연합한 AHA, 콜레스테롤 치료제 판매 급증

이즈음 대형 식품 가공업체들은 ‘식품 공포’를 둘러싼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와 싸워야 했다. 오랜 라이벌인 제약업체들이었다. 1987년 FDA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현저하게 줄여주는 약품인 스타틴 사용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중반에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스타틴을 복용했고, 실제로도 심장 질환을 예방해 주는 효능이 있는 듯했다. 2004년에는 AHA도 스타틴의 효능을 인정했는데, 이해에는 스타틴 조코를 다른 약품과 결합해 개발한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바이토린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인 머크 앤드 쉬어링 플라우가 AHA에 매년 2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이 회사는 AHA 의 웹사이트에 ‘콜레스테롤 페이지’를 후원한다는 명목으로 매년 35만 달러를 기부했고, AHA는 ‘콜레스테롤 페이지’에 바이토린 사이트 링크를 연결해 주었다. 또 기부에 대한 보답으로 연간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자체 마케팅 캠페인에 바이토린을 참여시켜 주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4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바이트린 또는 스타틴을 복용했으며, 이를 통해 두 제약업체는 매년 관련 매출로 5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2008년 1월에는 쉬어링 플라우의 AHA에 대한 투자가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받았다. 그해에는 바이토린의 동맥 플라크 감소 효과가 조코에 비해 떨어지며, 실제로는 동맥 플라크 생성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30인분을 기준으로 바이토린의 가격은 100달러에 달했고, 조코는 6달러에 불과했다. 세계적 의학 전문지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은 이 연구 결과를 지지하며 바이토린 복용을 중단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쉬어링 플라우에 보호막을 쳐준 것이었으나 몇 개월 후 AHA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바이토린이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을 감소시키지도 않고,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가 발표된 것이다.
AHA는 이미 의약품 추천에까지 관여하고 있었지만 심장 질환의 예방을 위해 식습관을 바꾸라는 권고는 중단하지 않았다. 2000년에는 ‘건강한 심장을 위한’ 식습관을 새롭게 소개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면 많은 양의 무지방, 저지방 식품을 섭취하라’는 과거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건강한 심장을 위한’ 저지방 가공식품 추천 서비스도 계속했으며, 2007년에는 이 사업에서만 1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때는 지방 공포증 진영의 과학자들조차 식이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2008년 말, 드디어 결정타가 터졌다. 식습관-심장 질환 이론에서는 밝혀내지 못한 그 무엇을 설명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 결과의 결론은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50%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거나 정상인 사람들에게서 발병한다는 것이었다. 이 이론에서는 심장 질환의 주범으로 지방이 아닌 염증을 지목했다. 보고서에서는 스타틴이 체네 염증의 원인 물질인 고민감 C-반응성 단백의 수치를 낮춰주므로 효과적인 약물이며, 따라서 심장 질환의 핵심 위험 인자는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식단 속의 지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CRP의 증가라고 밝혔다. 이어 2009년 7월에는 CRP의 농도가 높으면 뇌졸중과 심근 경색증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심장 질환의 징후를 알려주는 지표인 CRP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현재로서는 심장 질환의 원인이 염증이라는 사실까지만 밝혀진 상태이며, 염증의 원인이나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콜레스테롤의 역할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키즈 박사의 식습관-심장 질환 이론이 또다시 수면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결과야 어찌됐든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돼 온 포화 지방에 대한 공포는 이미 사람들의 인식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2010년 2월, 식습관-심장 질환과 관련한 34만 7747건의 유사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포화 지방과 심장 질환이 위험성 간에는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이틀 후, 동맥 경화로 인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입원 소식을 전한 AP통신은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포화 지방 덩어리인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즐기는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