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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식품의 역할  ≫ 기능성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

- 대부분의 천연물은 물,탄수화물,단백질,지방,염 99%가 넘는다
- 식물의 특정부위만 특정성분이 1%가 넘을 수 있다 : 이것은 약이나 독이고 식품이 아니다
- 양을 말하지 않고 0.001% 안되는 특정 성분을 가지고 이것이 좋은 식품이니 나쁜 식품이니 하는 구분은 99.999%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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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율 alwayscare@paran.com

2002년 1월 이후에 몇몇 신문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또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그와 비슷한 글이 있습니다.

정말로 히포크라테스가 그렇게 말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히포크라테스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한계가 있어서 스스로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런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하려면 히포크라테스가 태어난 직후부터 사망할 때까지의 말을 모두(잠꼬대까지 포함해서) 기록한 것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게 엄밀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기준을 사용한다면 히포크라테스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옛 사람의 언행을 말할 때에는 그 사람이 쓴 책이나 주변 사람들이 기록한 내용을 근거로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공자의 말을 인용할 때에는 논어 등을, 예수의 말을 인용할 때에는 성서를, 세종임금의 말을 인용할 때에는 세종실록을 인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책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소설 논어'나 '예수의 사생활' 또는 '궁중 비화'와 같은 책에만 적혀있는 내용을 근거로 어떤 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러면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말은 무엇을 근거로 인용하는 것일까요? 히포크라테스의 말은 '히포크라테스 전집'이라는 책에 있는 것을 근거로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히포크라테스 전집에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로 널리 알려진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의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알고 있는 체액설도 설명되어 있으며 질병과 기후 또는 풍토의 관계에 대하여 자세히 나와 있고 환자를 치료할 때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함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전집의 한글 번역판은 찾기 어려운데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의학이야기(1998 히포크라테스 지음 윤임중 옮김 서해문집 간행)'가 유일합니다. '의학이야기'는 히포크라테스 전집을 모두 번역한 것이 아니고 일부만 번역한 것이지만 그 책에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또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외국어로 된 히포크라테스 전집을 찾아보았지만 (원래 히포크라테스 전집은 그리스어로 썼고 수 많은 언어로 번역되었지만 다른 언어를 읽을 수 없으므로 영문판을 찾아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17권(히포크라테스 전집은 70여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해문집에서 펴낸 '의학이야기'는 그 중 10권을 번역한 것입니다.) 어디에서도 그 글을 찾을 수 없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전집에서 찾을 수 없으면 다음으로 믿을만한 것은 누구일까요? 아마 의학과 의료의 역사(의사학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history of medicine이죠.)에 관심을 가지고 히포크라테스 전집을 읽었을 가능성이 큰 관련 전문가들의 글일 것입니다. (히포크라테스를 검색어로 검색엔진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이름 중에 황상익, 권복규 등이 의사학을 전공하는 의사학자입니다.) '의학의 역사'에 대하여 다룬(히포크라테스에 대해서만 저술한 것은 없습니다.) 의사학자들의 책이나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문서에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또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 같은 내용은 없습니다.
영문 검색엔진에서 히포크라테스를 검색어로 검색해도 그런 내용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영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문서에는 '음식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으면 약은 사용하지 말아라' 정도의 뜻일 'Leave your drugs in the chemist's pot if you can cure the patient with food.'이 있습니다. (이 내용 역시 글을 쓰기 전부터 찾고 있지만 이 글을 마지막으로 고치는 지금까지 찾지 못하였습니다) 의학에 대하여 가장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립도서관의 Medline을 검색해도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찾기 힘든 말이 어떻게 유력한 매체에 다섯 군데나(경향신문, 신동아, 주간조선, 중앙일보, 한국일보) 실렸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 다섯 명에게 연락하니 한명은 건강관련 서적을 쓴 의사(의사학자가 아닌 산부인과 의사)가 건네준 (책을 소개하는) 글에 있는 것을 옮겨적었다 합니다. 다른 한명은 취재대상이었던 약사가 쓴 책에서 옮겨왔는데 그 약사는 대학에 다닐 때 강의 들은 기억을 근거로 그런 내용을 썼다고 말했다 합니다. 또 다른 한명은 어떤 의사가 쓴 신문기사를 보고 썼다고 하는데 어떤 기사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두명의 기자는 방송사 PD의 말을 듣고 그런 기사를 썼다고 합니다.

기자들에게 그런 말을 전했다는 방송사 PD에게 문의하니 음식에 관한 책에 아주 흔한 말인데 '과연 히포크라테스가 이 말을 했는가 안했는가는 그다지 중요한 이슈가 아니'고 '진위를 따지기 전에 상식적으로도 상당히 신뢰가 가는 말'이라고 하면서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몇가지 문서 셋을 보냈습니다. 그 글을 쓴 사람을 살펴보니 각각 약사, 건강법 창안자, 섭생연구원 원장이었습니다. 그 방송국 PD의 상식이라는 것이 어떤 수준의 것인지 알 수 있겠더군요.

사실 우리나라의 검색엔진에서 찾아보면 히포크라테스가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또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실린 곳은 대부분 - 주로 건강식품 판매와 관련된 -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든 곳이고 나머지는 독자적인 건강법을 내세우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곳에 실린 내용은 - 히포크라테스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어떤 것이나 -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들에게 물으면 아마 (어떤 방송국의 PD처럼) 그것이 사실인지에는 관심도 없지만, 그 말은 이미 널리 알려진 말이며 상식적으로도 믿을만한 내용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게다가 신문에도 났던 '사실'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제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밝혀야 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가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또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고 말했다는 글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글이 실린 곳은 대부분 광고매체나 상업적인 홈페이지, 또는 건강관련 서적이었기 때문에 그리 영향력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 제가 알기로는 지난 10년 동안 그런 내용이 실린 적이 없습니다 - 중앙 일간지와 주간지에, 그것도 기사 형식으로 실렸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히포크라테스가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또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신문에 났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 글을 쓴 기자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확인도 하지 않고서 그런 글을 썼다는 것은 알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직접 물어보았더니 믿을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더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바로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유명한 사람의 말이라고 하면 그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유독 그런 현상이 심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원전에 쓴 책이나 600년 전에 쓴 책에 실려있는 사실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동의보감에 나와있는 내용이라고만 말하면 무조건 믿는 사람도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2500년전의 의사입니다. 그가 휼륭한 의사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합니다. 그렇다고 그가 2500년 전에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합리적 사고가 아닌 맹목적인 추종입니다.    (처음 올린 날: 2002-2-25, 마지막 고친 날: 2002-4-20)




페이스북       방명록      수정 2010-10-22 / 등록 2010-09-26 / 조회 : 11415 (313)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불량지식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  2009.12  최낙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