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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 향으로 유혹하고 쓴맛으로 쫓아내고

- 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식물에 독이 많은 이유
- 꿀에 독이 많은 이유

꿀 양 한정… “최소한의 꿀만 줘 많은 곤충과 접촉”

유혹할 때 벤질아세톤(BA)이라는 향기 물질을 유혹한 후 니코틴 성분 섞어 쫓아내
  
담배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는 벌. 꽃이 향기와 꿀맛을 조절해 더 많은 곤충이 다녀가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물이 자손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꿀에 ‘쓴맛’을 섞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이안 볼드윈 박사팀은 “식물이 향기 나는 물질과 쓴맛이 나는 물질을 필요에 따라 만들어내 생식능력을 최대화한다”고 지난달 29일자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벌과 같은 곤충은 꽃에서 꿀을 빨 때 묻은 꽃가루를 다른 꽃에 옮기는 방식으로 식물의 수정을 돕는다. 볼드윈 박사팀은 담배(Nicotiana attenuata)의 꽃이 처음 곤충을 유혹할 때 벤질아세톤(BA)이라는 향기 물질을 낸다는 시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곤충이 꿀을 빨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꿀에서 쓴맛을 내는 니코틴이 섞여 나왔다. 연구팀은 담배의 유전자를 조작해 각각 BA 또는 니코틴만 내는 담배 꽃을 만들었다. 그 결과 BA만 내는 꽃은 찾아오는 곤충의 수가 늘었지만 꽃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 다른 꽃보다 곤충에게 더 많은 꿀을 빼앗겼다. 니코틴만 내는 꽃에는 곤충이 찾아와도 금방 날아갔다. 식물은 곤충에게 최소한의 꿀만 줘서 보내야 한다. 한정된 양의 꿀로 더 많은 곤충을 ‘유혹’해야 하기 때문이다. 볼드윈 박사는 “식물은 곤충을 유혹하거나 쫓아내기 위해 곤충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화학물질을 필요할 때 정확한 양을 생산할 수 있다”며 “화학물질로 향기와 맛을 조절해 더 많은 곤충이 다녀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곤충이 많이 다녀갈수록 꽃가루가 여러 장소에 퍼져 자손이 많이 생긴다


담배 냄새로 거미를 쫓는 박각시나방 유충

저는 담배 냄새 맡으면 골치가 지끈거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떤 애벌레는 일부러 담배잎을 갉아 먹고 담배 냄새를 피워, 거미의 공격을 막아낸다는다는 군요. 참 살아남는 방법도 가지가지입니다.
▶ 고약한 입냄새 때문에 하룻밤 동안 목숨을 부지하는 생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박각시나방 유충인 'tobacco hornworms'이다. 영어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사막에 서식하는 이 유충은 정기적으로 니코틴이 듬뿍 담긴 담배잎을 갉아먹는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우연히 이 애벌레에게 (니코틴 없는) GM 담배잎을 먹여 본 결과, (정상적인 담배잎을 먹은 벌에에 비해) 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과학자들은 "박각시나방의 유충이 니코틴의 독성을 이용하여 야간의 포식자(예: 늑대거미)를 물리친다"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애벌레의 위장관을 조사한 결과, "CYP6B46라는 유전자가 니코틴의 배설을 억제함으로써, 혈중 니코틴 농도를 상승시킨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진은 음주측정기(breathalyzer)의 원리를 이용하여 애벌레의 호기(呼氣)를 분석한 결과, 애벌레가 숨을 내쉴 때마다 니코틴이 방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각시나방 애벌레의 독한 입냄새가 밤새 거미를 쫓을 수는 있지만, 장수(長壽)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애벌레의 다른 포식자인 노린재나 개미귀신 유충은 니코틴 냄새를 맡아도 끄떡 없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상은 PNAS 2013년 12월 30일에 실린 내용이다.

욕망하는 식물
마이클 폴란 : The Botany of Desire

1 달콤함의 욕망 : 사과
2 아름다움의 욕망 : 튤립
3 도취의 욕망 : 대마초
4 지배의 욕망 : 감자

사과와 튤립, 대마초와 감자를 통해 식물과 인간의 기나긴 공진화 역사를 추적한다. 식물의 시선으로 인간 세계를 조망하는 이 책은 인간이 식물을 통제하고 있다는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동시에, 식물과 인간이 서로의 욕망에 의해 얼마나 깊숙하고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사과, 튤립, 대마초와 감자를 단순히 ‘길들여진’ 식물의 대표주자로 여기지만, 사실 이들은 그 어떤 식물 종보다 능동적으로 인간을 이용해왔다. 네 식물들은 다양하고 변덕스러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신 생존과 번성을 보장받고 그들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얼마나 영리하고 교묘한 전략인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들의 치밀한 생존전략과 유전자 속에는 인간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온갖 정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폴란은 인간이 가진 달콤함, 아름다움, 도취, 지배의 욕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네 식물의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