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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역사

마크 쿨란스키. 음식 역사의 중심에 선 <소금>
조르바 2014. 3. 27. 14:00

소금이 없었다면 인류가 살아갈 수 있었을까? 염분이 모자라면 인간은 두통, 무기력증, 현기증 등을 느낀다. 그런데 어떻게 소금을 찾았을까. 육식을 하면 고기에서 염분을 얻을 수 있지만,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는 다른 방법으로 소금을 찾아야만 했을 텐데......... 그런 모든 궁금증이 <소금>을 읽고 나면 풀린다. “사람들이 주로 곡식과 야채를 먹고 가끔 고기를 곁들이는 지역에서는 소금을 구하는 일이 필수적이었으며, 따라서 소금은 매우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소금은 최초의 국제 거래 품목이 되었고, 제염은 최초의 산업 가운데 하나가 되었으며, 또 소금은 최초의 국가 전매품이 되었다.”(p23) 수천 년 동안 소금은 부를 대표했다. 돈으로도 사용되었다.
로마인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살락스(salax)라고 불렀다. 소금에 절여진 상태라는 뜻이다. 이 단어가 설레이셔스(salacious, 음탕한)의 기원이 되었다. 소금은 정력을 증강시켜주는 걸로 알았다. 이집트의 성직자들은 소금을 삼갔고, 결혼하는 신랑을 소금을 따로 넣어 가기도 했다.
이집트인들은 소금을 이용해서 미라를 만들었다. 방부제 역할로 소금은 상징성을 부여받았다. 고대 히브리인들에게 소금은 하느님과의 영원한 계약의 상징이었다. 유대인들은 금요일 밤마다 안식일 빵을 소금에 찍어 먹었다. 신과 그의 백성들 사이의 계약을 지키는 행위였다. 악령들은 소금을 싫어한다. 일본 전통 극장에서는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공연 전에 무대에 소금을 뿌렸다. 아이티에서는 좀비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때 소금을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수 없는 손님이 왔다 가면 식당에서 소금을 뿌리곤 했다.)

<소금>은 연대기적인 흐름에 따라서 크게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 고대, 2부 중세와 근대 그리고 3부 현대다. 고대 세계부터 들어가 보자. 먼저 중국이다. “염(鹽)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상형문자이다. 아랫부분은 그릇을 나타내고, 위의 왼쪽은 신하를, 오른쪽은 소금물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문자만 보더라도 염이라는 단어는 소금에 대한 국가의 지배를 뜻함을 알 수 있다. 인류의 건강과 생존에 필요한 물질은 훌륭한 수입원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소금을 사야 했으므로, 모든 백성은 염세를 통해 국가를 부양하는 셈이었다.”(p40)
“중국의 소금은 신화적 인물인 황제(黃帝)와 함께 역사에 등장한다. 그는 문자와 무기와 운송 기관을 만들었고, 전설에 따르면 최초의 소금 전쟁을 지휘했다고 한다. 중국 최고(最古)라고 입증된 제염소들 중의 하나는 산시성(山西省) 북부에 있었다. 메마른 황토와 황량한 산이 펼쳐진 건조한 이 지역에는 소금호인 윈청호(運城湖)가 있다. 이곳은 끊임없는 전쟁으로 유명했는데, 그 전쟁들은 모두 이 호수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p28~29)
하 왕조 시대부터 바닷물을 오지항아리에 담아서 끓이고 졸여서 소금 결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방법은 그로부터 1,000년 후 로마제국이 남유럽에 퍼뜨린 기술이었다. 소금이 비쌌기 때문에 음식에 직접 뿌리는 일은 드물었다. “소금으로 발효시킨 물고기는 고대 중국에서 가장 흔히 쓰이던 양념이었다. 그것은 장(醬)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물고기를 발효시키는데 콩을 첨가하였고, 물고기가 재료에서 완전히 제외되면서 장은 장유(醬油), 간장이라 부르는 음식이 되었다.”(p30) 장은 베트남 등지에서 누옥맘으로 발전했으며, 로마에는 가룸이라는 생선을 넣은 소스가 있었다. 장유는 일본으로 건너가 쇼유(醬油)가 되었다.
이빙은 양쯔강에 최초로 댐을 세운 인물이다. “소금을 만드는 천연 소금물이 지하에서 스며 나온다는 것을 알아낸 사람이 바로 이빙이었다. 기원전 252년 그는 세계 최초의 염정을 파도록 지시했던 것이다.”(p37) 염정에서는 종종 폭발이 일어났는데, 이는 최초의 천연가스 사용일 것이다. 11세기 초 중국인들은 화약을 사용했는데, 그것은 소금을 산업적으로 응용한 최초의 사례들 가운데 하나였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도 비슷한 역사가 흘러간다. 이집트로 넘어가 보자. 이집트인들은 소금물과 식초를 섞어서 옥살람(oxalme)이라는 소스를 썼다. 소금에 절인 야채의 가치도 알고 있었다. “절인 야채보다 더 맛있는 음식은 없다”고 고대 파피루스에도 적혀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소금으로 고기와 생선을 염장한 최초의 민족 중 하나다. 고대 무덤에서는 염장 생선과 새가 발견되기도 했다. 잉어, 뱀장어, 숭어, 농어, 줄벤자리 등을 잡았는데 상당수를 소금에 절여서 저장했다. 숭어알을 말리고 절여서 보타르가(bottarga)로 알려진 지중해 음식을 만들어냈다. 올리브가 소금에서 연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열매도 저장하기 시작했다.
이집트는 염장 생선을 페니키아의 삼나무나 자주색 염료와 거래했다. 페니키아는 이 염장 생선을 지중해 전역에 팔았다. 페니키아인들은 잡은 참다랑어를 저장하기 위해 시칠리아 서부, 지금의 트라파니 근처에 제염소를 세웠다. 그들이 튀니지 연안에 정착하며 세운 스팩스 항은 지중해 소금 무역과 염장 생선 무역의 출발점이 되었다. 스팩스 항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면 사막에 메마른 호수들이 있어서 바닥에서 소금을 긁어낼 수 있었다.
미라를 만들 때도 염분이 필요했다. 미라에는 소금의 흔적을 남긴 염화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다. 뇌와 내장을 꺼내고 봉합한 후 나트론 속에 7일간 완전히 덮어두었다. 가난한 자는 염화나트륨으로, 부자는 나트론으로 미라를 만들었다. 소금이 없었다면 우리는 투탕카멘의 미라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켈트 족은 미개인처럼 알려졌다.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스나 로마인이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기록들만 남아 있다. 로마에서는 부른 갈리아라는 명칭은 할(hal)에서 유래했다. 할은 그리스어에서 소금이다.
1573년 뒤른베르크 산 아주 깊은 땅 속에서 대구처럼 마르고 절여진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1616년 할슈타트 부근에서도 그와 비슷한 시체가 발견되었다. 현란한 색상에 선명한 격자무늬 옷을 입고 있었다. 할슈타트 역시 ‘소금 도시’를 뜻한다. 그 시체들은 BC400년의 것으로 추정된다. 켈트족이었다. 그들의 경제는 소금과 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중앙 유럽에는 엄청난 소금 광산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켈트족은 중앙 유럽의 광산에서 캐낸 소금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염장 생선을 거래하는 것이 소금보다 더 이익이 크다는 것도 알았다. 특히 소금에 절인 고기는 켈트족의 특산품이었다. 켈트족은 돼지 중에서도 다리 부위를 선호했다. 그들은 최초로 ‘절인 돼지다리(햄)’을 만들었다. 로마에 점령당하면서 켈트족 소금은 로마의 부의 일부가 되었고, 켈트족 햄은 로마 요리의 일부가 되었다.
봉급(salary), 병사(soldier), 샐러드(salad) 모두 소금(sal)이라는 라틴어에서 나온 말이다. 로마인들은 오스티아 소금을 내륙으로 나르기 위해 최초의 로마 도로 살라리아 가도(via Salaria) 즉 소금 가도를 건설했다. 로마 군단은 병사들에게 때때로 소금을 급료로 주었다. 라틴어의 sal은 프랑스어 solde(봉급)가 되었고, 그것은 soldier의 어원이 되었다. 로마인들은 야채를 소금에 절이면 야채가 갖고 있던 쓴맛이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금에 절인(salted)이란 단어가 샐러드의 어원이 된다.
로마는 필요할 때마다 소금 값을 통제했다. 소금 값이 너무 비싸다고 여겼기 때문에 오스티아 민간 제염소의 운영을 직접 떠맡기도 했다. 평민들에게는 정기적으로 소금 값을 보조해주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안토니우스와 결정적인 해전을 앞둔 전날 밤, 올리브유와 소금을 공짜로 나눠주면서 인심을 얻었다.
소금은 제국 건설에 필수적이었다. 도처에 제염소를 건설했으며, 정복을 통해 켈트족의 제염소, 카르타고인들의 제염소까지 넘겨받았다. 로마 제국에서 확인된 제염소는 60곳이 넘는다. 로마인들은 해염을 도자기에 넣고 끓인 다음 딱딱한 소금덩어리가 형성되면 그것을 깨뜨렸다. 천일염도 생산했고, 암염을 캐냈고, 마른 호수 바닥의 소금을 긁어모았다.
염장 생선은 상업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에 속했다. 염장 생선은 소금과 마찬가지로 음식이자 의약품으로 여겨졌다. 갈레노스는 가장 절이기 좋은 생선은 줄삼치라고 했다. 시칠리아도 염장 생선이 주요 산업이었다. 지중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생선은 염장한 참다랑어였다. 염장 생선은 살사멘툼(salsamendum)이라고 불렀다. 살사멘툼을 만든 후 남은 찌꺼기(내장, 아가미, 꼬리)로는 양념 소스를 만들었다. 가룸과 리쿠아멘 등이 있었다. 가룸은 의약품으로도 쓰였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에서 생선 소스가 시작되었다고 여겨진다. 누옥맘(nuoc mam)이다. 프랑스인들은 이 소스를 처음 접했을 때 자신들의 라틴 유산을 잊어먹고 ‘썩은 생선’이라며 혐오했다. 중국인들이 간장을 쓰는 것과 같이 로마인들은 가룸을 사용했다. 음식에도 가룸 몇 방울을 넣었다. 최고의 가룸은 스페인에서 오직 고등어로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마 멸망 이후 가룸은 지중해에서 사라졌다. 6세기 갈리아의 앙티모(Anthimus)는 “우리는 모든 요리법에 가룸의 사용을 금한다”고 결정했다.
베네치아는 지중해 상권의 패자로 부상했다. 정책의 중심에는 소금이 있었다. 베네치아는 바다를 매립하면서 염전을 만들었다. 한 개의 인공 염전에만 바닷물을 가두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염전이 연이어진 형태였다. 소금물은 다른 염전으로 이동하면서 염도가 점점 높아졌다.
처음에 베네치아는 소금 생산에 주력했으나 소금 매매가 더 좋은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1281년부터 베네치아 정부는 다른 지역에서 소금을 싣고 도착하는 상인들에게 장려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베네치아에 오면 이문이 많았기 때문에, 경쟁자들보다 더 싼값에 다른 물건들을 선적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싼값으로 구매한 소금을 다른 도시에 팔았다. 향신료 무역을 지배할 수 있다면 소금 값이 오르는 건 개의치 않았다. 소금 판매 수익으로 부유해진 정부는 융자를 통해 다른 무역을 지원했다. 소금은 점점 더 많이 필요해졌다. 상선들은 이집트는 물론 크리미아 반도, 키프로스 혹은 더 먼 지중해로 나아가 소금을 샀다. 정부는 해군함대로 지원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베네치아처럼 국가 경제가 소금에 기반을 두거나 소금 정책을 그렇게 광범위하게 실시한 나라는 없었다.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 소금과 중국의 소금 통제에 대한 희한한 이야기를 많이 남겼다. 폴로는 소금이 너무 깨끗해서 그저 깎아내기만 하면 되는 언덕으로 며칠간 여행한 사람들을 묘사했다. 그는 소금을 언급할 때마다 황제가 거둬들이는 국가 세입을 거론했다. 이런 것들이 베네치아 정부의 정책에도 영향을 끼쳤을까.
지금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치즈인 파르메산의 소금 공급권을 차지하기 위해 베네치아와 제노바는 경쟁을 벌였다. 여러 경로를 통해 파르마로 소금을 실어 날랐다. 그 대가로 돈이나 염장 제품을 받았다. 파르마 햄은 건조한 바람이 필요해서, 바람이 가장 잘 통하도록 건조 선반이 동서 방향으로 배치되었다. 돼지는 그 지방 치즈에서 나온 찌꺼기를 먹이면서 키웠다.
신선한 치즈와 숙성치즈의 차이점은 소금이다. 숙성시키고 변질을 막기 위해서 소금물을 사용한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등장하며, 15세기에 플라티나는 이탈리아 최고의 치즈라고 언급했다. 파르마에서는 치즈와 햄, 버터, 소금, 밀의 생산이 완벽하게 공생하며 발전했다. 우유는 거의 생산하지 않았다. 가공한 낙농제품 판매가 훨씬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나무틀에 넣었다가 최소한 3일이 지난 후 40kg의 치즈를 소금물에 띄우고 날마다 뒤집어준다. 치즈의 숙성은 염분의 느린 흡수가 관건이다. 염분이 치즈의 중심에 닿으려면 2년이 걸린다. 그 후에는 치즈가 마르기 시작한다. 치즈업자들은 베네치아나 제노바에서 가져온 해염을 사용했다.
소금은 제노바 무역의 원동력이었다. 소금으로 살라미를 만들어 이탈리아 남부에 팔아 비단 원료를 사고, 살라미를 루카에 팔아 직물을 샀다. 직물은 비단 중심지인 리옹에 팔았다. 제노바는 이렇게 베네치아와 경쟁했다. 이 싸움에서는 제노바가 밀리지만 세계는 다른 방향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지중해 세계가 쇠퇴하고 대서양 세계가 열린 것이다. 그 선두에 선 사람이 제노바 사람 콜럼부스였다. 베네치아는 지중해와 함께 쇠퇴했다. 그러나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인 제노바는 상업 중심지로 존속했다. 지금도 제노바는 나폴리와 더불어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로 남아 있다. 이제는 소금이 아니라 중국에서 온 엄청나게 수입품들이 부두에 가득 쌓여 있지만.

저염식이 열풍이다. TV에서 소금을 주제로 난상토론이다. 소금을 줄일 수는 있지만, 안 먹을 수는 없다. 모든 동물들이 지닌 딜레마. 조금이나마 소금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대안을 찾기도 쉬워질 것이다. 마크 쿨란스키의 <소금>. 두 번째 이야기는 중세와 근대의 소금이다. (물론 중세와 근대라는 시대 구분은 이 책의 편의를 위해서 설정한 것이다.)
‘2부 중세와 근대’의 부제는 ‘혁명과 정복의 소금’이다. 지중해 시대가 저물고 대서양 시대가 열렸다. 개척과 식민지의 시대다. 유럽 열강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대서양을 건넜다. 원주민들을 정복하고 착취가 시작되었다. 영화 <미션>에서 다루었던 남미의 현실은 추악할 정도로 백인 중심의 세계로 바뀌어갔다.
글의 시작은 정사에서 조금 벗어난 곳으로부터 시작된다. 마크 쿨란스키가 <대구>에 썼던 바에 의하면 북미 대륙을 발견한 이들은 바이킹이다. 바이킹과 바스크인들은 콜럼부스보다 먼저 아메리카에 도착했을 것이다. 어부들은 좋은 어장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으니 그 사실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거주했던 여러 흔적들이 발굴되었다.
바이킹들은 해안 마을을 습격해서 사람들을 납치해 노예로 팔았다. 그들은 뛰어난 조선 기술자이자 용맹한 선원이었다. 바이킹들은 원할 때면 언제든 대구를 잡아서 북극 바람에 건조시켰다. 대구를 말리기 위해 아이슬란드에 건조 공장도 세웠다.
고래 사냥을 하면서 항해에 익숙해진 바스크인들도 원양어선을 타고 흑해로 갔다. 그곳에서 고래보다 더 유익한 대구를 발견한다. 대구는 살에 지방질이 거의 없어서 저장하기가 쉬웠다. 소금을 뿌려두기만 하면 되었다. 수백 척의 어선마다 소금절이 명인이 하나씩 있었다. (안동의 간잽이처럼!) 건조나 절임을 잘못 할 경우 애써 잡은 대구를 모두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 시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과거 로마제국이었던 지역은 전부 염장 생선을 먹었다. 대구는 많지만 소금 부족이 문제였다. 노르망디에서 제염을 하던 바이킹들은 남하해서 게랑드 근처에 인공 염전을 건설한다. 이 지역의 소금으로 북유럽과 거래를 시작한다.
소금 때문에 리스본과 라로셸 같은 항구들이 건설되고 번성했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도 전략적으로 소금은 중요했다. 염장 대구나 쇠고기가 군대의 식량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하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소금이 필요했다. 인공 염전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량이 증가했고 더 많은 생선을 절일 수 있었다. 16세기 1인당 하루 평균 소비량이 40g이던 것이 18세기에는 70g으로 증가했다. 기술 발달과 염장 생선 덕분이었다.
소금은 청어의 가치를 높였다. 청어는 한자 동맹의 바탕이었다. 근대의 막강 해군제국 영국과 네덜란드의 신화도 청어에 의해서 탄생하고 있었다. 무리로 몰려다니는 청어는 한 번 위치만 파악하면 풍성하게 잡을 수 있었다. 수천 년 동안 청어는 북유럽 주민들의 주요 식품이었다. 지방이 없는 청어는 바다에서 잡은 지 24시간 내에 절여야만 했다.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 유럽인들이 소비한 생선의 60%는 대구, 나머지 40%의 상당 부분은 청어로 추정된다. 청어는 저급으로 취급되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 살렸다.
북부 지방의 소금 부족은 청어 무역과 소금 무역 두 가지를 동시에 조직화한 상인 집단 한자동맹에 의해 해결되었다. 중앙 유럽 북부의 모든 강어귀를 지배한 한자동맹은 수많은 염전에서 소금을 사들여 북유럽에 공급했다. 북유럽은 뤼벡에서 소금을 수입했고 다시 뤼벡으로 절인 청어를 수출해서 유럽 도처의 생선 시장에 팔았다.
프랑스 왕실의 소금 사치는 심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있었던 여러 프랑스 왕조의 왕실 식탁에는 크고 화려한 네프(nef, 배처럼 생긴 그릇)가 놓여 있었는데, 그것은 보석으로 치장한 소금 그릇이자 ‘국가의 배’를 상징했다. 네프는 군주의 건강이 국가의 안정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p158) 조각가 벤베누토 첼리니는 프랑수아 1세를 위해 소금 그릇을 만들었다. “소금 접시는 바다의 신 넵튠과 대지의 여신 사이에 놓았다. 소금은 바다와 대지 두 원천 사이에 있다. 넵튠의 무릎 근처에는 후추용 작은 서랍이 달린 신전이 있다.”(p160)
알자스의 어원은 알스(als)다. 소금의 땅을 의미했던 것 같다. 로렌은 오래 전부터 풍부한 소금못으로 유명했다. 소금이 생산되던 셀르 밸리는 그 이름 자체가 소금을 뜻했다. 염장 식품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애정을 보여주는 음식이 알자스로렌의 슈크루트다. 어원은 독일어인 사우어크라우트인 것 같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슈크루트 애호가였다. 사우어크라우트는 양배추 광이던 로마인들이 만들었다. 카토는 80세 넘게 산 이유가 소금과 식초에 절인 양배추를 먹은 덕분이라고 했다.
어촌인 콜리오르 주민들은 염장 생선을 팔아서 먹고 살았다. 그들은 5~10월까지 앤초비를 잡았다. 잡은 물고기는 대부분 소금에 절여졌다. 고대 그리스 이래 앤초비는 지중해에서 가장 인기 높은 염장 생선이었다. 콜리오르의 앤초비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여자들은 가시를 발라내고, 남자들은 무거운 소금을 들어 올려 생선을 절였다. 앤초비를 깨끗이 씻은 후, 나무통 안에 소금과 생선을 번갈아가며 한 켜씩 가지런히 놓는다. 그런 다음 무거운 것을 올려놓고 석 달 간 그대로 두면 완성된다.
고대의 소금 광산은 로마 분열 이후 파괴되었다. 광산을 재개한 것은 성직자들이었다. 잘츠부르크는 염세 수입으로 건설된 도시다. 잘츠부르크 대주교과 바바리아 인들은 광산 지배권을 놓고 끊임없이 충돌했다. 뒤른베르크 산에는 할라인에서 뻗어나간 잘츠부르크 광산과 베르히테스가덴에서 시작된 바바리아 광산이 공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7세기에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는 소금 판매가를 낮춰 시장을 지배하려고 했다. 엄청난 이익을 거둔 디트리히는 웅장한 바로크 건물을 세웠지만, 바바리아와 소금 전쟁에서 지면서 불행한 종말을 맞이했다.
뒤른베르크 소금 광산은 17세기 말부터 손님을 받아들였다. 광산 맨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갈 수 있었고, 뱃놀이를 할 수 있는 지하 호수도 25군데 정도 있었다. 잘츠부르크를 합병한 합스부르크 가문은 중앙 유럽의 소금을 손에 넣으면서 생산과 운송, 거래를 독점했다. 소금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번성에도 일조를 했던 것이다.
영국의 머지 강은 소금 역사에서 ‘위대한’ 강이다. 머지 강을 통해 잉글랜드는 전 세계로 상품을 실어 날랐다. 1207년 존 왕의 승인을 받아 강 하류 5.5km에 건설된 도시가 리버풀이다. 런던 다음으로 중요한 항구가 된 리버풀은 설탕, 노예, 철과 석탄 그리고 소금 무역의 중심지였다.
서기 43년 잉글랜드에 온 로마인들은 런던을 건설하고 에식스에 제염소를 세웠다. 그들은 잉글랜드 북서부에서 켈트인들이 헬라스두(검은 구덩이라는 뜻)라고 명했던 장소를 발견했다. 소금을 생산하던 곳이었다. 헬라스두는 후일 북쪽 제염소, 즉 노스위치라는 명칭을 얻었다. 잉글랜드에서 ‘위치’(wich)라는 지명이 붙은 장소는 예외 없이 소금을 생산한 적이 있는 곳이다.
11월 추수가 끝나면 가축을 도살해서 그 고기를 저장했다. 소금에 절이는 날은 11월 10일, 성 마틴절이었다. 기독교 이전의 종교들 역시 11월 10일을 겨울을 나기 위해 가축을 도살하여 소금에 절이는 날로 지정했으며, 축제를 벌였다.
체셔는 중요한 소금 생산지였다. 체셔에는 젖소와 제염소가 공존했기 때문에 꽤 많은 양의 치즈가 생산되었다. 체셔 치즈는 가장 다양하고 오래된 잉글랜드 치즈다. 맛과 향이 독특한 이유는 소금기 있는 땅에서 풀을 먹고 자란 소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부터 체셔 지방은 산업화로 인한 공해가 유발되었다. 제염소에서 나온 연기로 하늘은 어두침침하게 뒤덮였다. 숲은 땔나무로 베어졌고, 소금을 파내느라 지반도 내려앉기 시작했다. 체셔의 소금 생산이 증가해도 잉글랜드는 외국 소금에 의존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상당량의 소금을 적대국인 프랑스에서 수입한다는 사실이었다. 소금은 화약처럼 중요한 물건이었다. 실은 화약 역시 소금으로 만든 것이었다.
아메리카의 역사는 끝없는 소금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소금을 지배하는 사람이 권력도 쥐었다. 북아메리카에 도착한 영국인들은 뉴펀들랜드에서 대구를 손에 넣었다. 넘쳐나는 대구에 비하면 소금은 항상 부족했다. 모자라는 해염을 해결하는 방책은 전쟁을 하거나 외교 활동을 통해서였다. 영국은 포르투갈과 해상무역 보호협정을 맺었다. 포르투갈은 마이오와 보아비스타의 소금 습지 독점 이용권을 주었다.
영국 배들은 여름비가 염수를 망치기 전인 11월부터 6월까지 소금을 만들어야 했다. 그들은 ‘5월의 섬’이라고 부르는 마이오에 닻을 내리고, 염수 연못으로 향했다. 선원들이 충분한 양의 소금을 걷어 들이기까지는 여러 달이 걸렸다. 카리브 해안에서 북아메리카로 향하는 주요 선적물은 소금이었다. 설탕이나 당즙, 럼주보다도 양이 많았다. 북아메리카에서 카리브 해로 돌아가는 주요 선적물 역시 설탕 농장 노예들에게 먹일 염장 생선 류였다. 항로 상에 있는 여러 작은 섬에는 염수를 담고 있는 늪이 있었다. 이런 곳들이 한동안 번성했던 이유는 대영제국이 소금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영국 총독들은 소금 생산을 장려했다. 소금은 생선뿐만 아니라 모피 수출에도 필요했다. 원주민들에게 곰, 비버, 무스(moose), 수달 등의 모피를 사들인 후 유럽 시장에 팔아 돈을 벌었다. 모피 생산을 더욱 권장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소금이 필요했다. 집에서 쓸 소금도 필요했다. 가을에 대량의 육류를 소금에 절여야 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체셔의 소금을 싼 값으로 아메리카에 수출했다. 식민지 주민들은 모든 것을 영국에서 사고 영국에만 팔게 되어 있었다. 1700년대 초가 되자 보스턴 상인들은 더 이상 영국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꼈다. 대륙이 섬나라에게 통치를 받을 수 없다는 토머스 페인의 주장은 큰 호응을 받았다. 1759년 영국은 관세와 세금을 부과하면서 보스턴에 군대도 주둔시켰다. 무장한 아메리카인들은 영국에 대항했다. 반란을 일으켰다고 판단한 영국은 해상을 봉쇄했다. 이 조치는 아메리카 군에게 심각한 소금 결핍을 가져왔다.
1776년 영국군은 해안 소금 보급로를 차단하고, 워싱턴 군대로부터 소금 창고도 탈취했다. 대륙 의회는 소금 제조를 권장했지만, 해수를 끓여서 소금을 만들어내는 양은 미미했다. 해안선을 따라 제염소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식민지는 충분한 소금을 생산할 수 없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어부들은 어획물을, 농부들은 돼지와 소고기를 절여야 했다. 독립전쟁이 일어났다. 1783년 9월 전쟁은 끝나지만, 독립전쟁은 베트남 전쟁 전까지 미국 역사에서 가장 긴 전쟁이었다.
프랑스의 염세는 문제가 심각했다. 염세는 사실상 개인마다 똑같은 세금을 내는 인두세였다. 부유한 관료나 가난한 소작농에게 똑같이 부과한 인두세는 많은 원성을 들었다. 염세는 프랑스 왕실의 이익을 위해 생필품인 소금을 비싸게 만들었다.
루이 14세의 재상 콜베르는 소금이 귀중한 수출품이라고 판단했다. 보다 효율적인 소금 운송을 위해 수로망을 개선했다. 그는 프랑스가 세계 최고의 소금을 생산한다고 믿었다. 게랑드에서는 아직도 루이 14세가 오직 게랑드 소금만 먹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1608년 콜베르는 염세를 개정하면서 여섯 지역으로 쪼개진 지방들 사이의 불평등을 성문화했다.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의 심장부 지역에는 총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면서 소금은 4분의 1을 소비했다. 그러나 소금 세입의 3분의 2를 납부하고 있었다.
지역에 따라 가격 차이도 심했다. 1784년 소금 1미노(minot, 49kg)가 브르타뉴에서는 31수, 베리에서는 611수에 거래되었다. 소금 밀수업자들은 소금을 헐값에 팔아 불법으로 재산을 축적했다. 염세리들은 권리를 남용하는 무법자들이었다. 밀수업자와 염세리들 사이에서는 전쟁이나 다름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프랑스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소금에 대한 법률이 혁명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정부의 부당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파리 조약 이후 미국은 모든 영국 제품의 입항을 금지했으며, 영국 식민지들은 미국과 거래할 수 없었다. 소금 값은 치솟았다. 케이프 코드에서는 참나무 롤러로 여닫는 지붕을 개발해서 효율적으로 해염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태양이 비칠 때는 거대한 소금 물통들이 드러나지만, 비가 내리면 참나무 롤러로 덮개를 씌웠다. 몇몇 주에서는 소금업자들에게 장려금을 계속 지급했다.
오대호와 허드슨 강을 연결하는 운하가 계획되었다. 운하는 소금 산지 오논다가에서 뉴욕 시까지 저렴한 통행로를 제공할 것이다. 1817년 공사가 시작되자, 건설자금 조달 방안으로 뉴욕주는 북부의 소금 30리터당 12.5센트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원성을 듣지 않은 역사상 몇 안 되는 염세들 중 하나였다. 이리 운하는 소금 산지에 번영을 안겨다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운하는 미국의 소금을 위한 최상의 시기에 개통되었다.
수백 개의 제염소가 있었던 살리나는 소금 무역의 중심지였다. 운하의 최적 루트로 선택된 시러큐스는 미개발 저지대 습지였다. 그러나 횃불을 밝힌 다리가 운하의 수면에 흔들려 비치는 시러큐스가 ‘미국의 베니스’로 알려지면서 살리나는 교외 지역으로 격하되었다. 오논다가 소그은 시러큐스에서 이리 운하의 화물선에 실렸다. 1820년 250여 명의 주민이 살았던 시러큐스는 1850년 2만 2천 명으로 인구가 증가했다.
미국인들이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 서부로 이주했다. 경제지역이 확장되면서 중요해진 것은 18km 길이의 소금산지인 카나와 강이었다. 1809년 카나와 소금은 호황을 누렸다. 제염업자들은 그곳을 오논다가 다음으로 중요한 소금산지로 만들었다. 카나와 소금의 호황은 전후 중서부의 돼지고기 및 소고기 산업과 함께 시작되었다. 중서부 농부들은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생산하여, 루이빌과 신시내티 항구에 넘겨주었다. 고기는 그곳에서 절여진 다음 정착촌 곳곳으로 운송되었다. 카나와 소금은 잘 녹고 고기에 금방 흡수되어서 염장용으로 이상적이었다. 신시내티는 카나와 소금과 오하이오, 켄터키, 인디애나의 돼지를 가진 주요 상업 중심지가 되었다.
남북전쟁이 일어났다. 남부는 무기만 부족한 게 아니라 소금도 모자랐다. 남부 주요 생산지에서 소금 7천만 리터를 생산할 때, 북부는 3억 리터나 생산했다. 북부 최고의 생산지인 오논다가는 남북전쟁 동안 최고치의 생산량에 이르렀다. 남부는 뉴올리언즈 항을 통해 수입한 소금을 썼다. 북부군은 소금과 음식이 풍부했지만, 남부 연합군은 음식이 모자랐다.
남북전쟁이 시작된 지 나흘째인 1861년 4월 12일, 링컨 대통령은 남부의 모든 항구를 폐쇄할 것을 명령했다. 소금과 생필품 가격이 치솟았다. 농장주들은 노예를 시켜 바닷물을 주전자에 받아와 소금을 만들었지만 턱 없이 모자랐다. 북부군은 남부의 소금 부족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북부군은 제염소를 빼앗으면 가차 없이 파괴했다. 전쟁이 계속되자 북부군은 버지니아에서 텍사스까지 눈에 띄는 대로 제염소들을 공격했다. 북부군은 프티트 앙스에 있는 중요한 제염소를 너무 쉽게 빼앗은 것에 놀랐다. 그들은 이런 전략적 요충지조차 방어하지 못하는 남부 연합군의 무력함을 남부가 무너지고 있는 징조로 해석했다.
미국의 독립과 남북전쟁. 소금은 미국 역사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정도로 소금은 중요하다. 소금 때문에 흥하기도 했고 망하기도 했다. 단순한 먹을거리, 양념으로 뿐만 아니라 소금은 그만큼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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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 흔든 소금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세계사를 뒤 흔든 소금(1)

지금부터 5회에 걸쳐 소금의 역사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고대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금을 얻는 것은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따라서 소금을 가진 자는 돈과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고대 동서양 제국들의 역사도 소금과 관계가 많다. 로마가 소금으로 일어났고 중국 진시황(秦始皇)의 천하통일 사업도 소금 덕에 가능할 수 있었다. 바닷물에서 소금을 얻는 생산이 최초의 제조업이었다. 당시는 소금이 귀해 이윤이 높아 대부분 권력자의 전매품이었다. 소금이 흔해진 것은 최근세에 들어와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의 천일염 제조방식이 도입된 것은 1907년으로 인천 주안 염전(鹽田)에서 최초의 천일염이 선을 보였다. 그 뒤 소금의 자금자족이 이루어진 것은 1955년이고 소금의 전매제도가 해제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한 이듬해인 1962년이었다. 1997년 7월부터 수입자유화가 되면서 다른 나라의 소금도 수입하기 시작했다.

아기가 자라는 엄마 뱃속의 양수는 바닷물과 같다. 소금물이 아니라면 아기는 안전하게 자랄 수 없다. 사람은 소금물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태어나서도 소금이 중요하다. 사람의 혈액이 0.9%의 염분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소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인간은 하루 평균 10~15그램 정도의 소금을 매일 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탈수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 여러 종류의 암이 있지만 ‘심장암’은 없다. 즉 심장에는 암이 생기지 않는다. 심장은 소금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심장을 ‘염통(鹽桶)’이라고 불렀다. ‘소금통’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에는 소금을 얻기 위한 노력은 태초부터 치열했다. 이미 선사시대에 소금이 산출되는 소금호수(염호:鹽湖) 그리고 소금바위(암염:巖鹽)가 있는 장소는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산간에 사는 수렵민이나 내륙의 농경민들은 그들이 잡은 짐승이나 농산물을 소금과 교환하기 위해 소금 산지에 모이게 되었다. 그 결과 소금을 얻기 위한 시장과 교역로가 발달했다.

소금은 옛날부터 육류의 부패를 방지하고 인간의 건강과 정력을 유지하는 식품으로 활용되어왔다. 또한 신비한 의미가 부여되어 청정과 신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고대에는 산모가 아기를 낳으면 신생아의 몸을 소금으로 문질러 피부를 단단히 하도록 하고 병균으로부터 보호했다. 또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시체를 일주일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

유대인들은 예배 때 소금을 신에게 바쳤다. 그리고 신에게 바치는 짐승의 고기는 소금으로 절여 짜게 했다. 이런 풍습은 그리스나 로마에도 있었다. 또한 소금이 물건의 부패를 방지하고 변하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해서 고대인은 소금을 변함없는 우정·성실·맹세의 상징으로 여겼다. ‘성경’의 ‘소금의 맹세’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아랍인은 함께 소금을 먹은 사람을 친구로 여기는 풍습이 있다. 이들은 소금을 더불어 먹음으로써 약속이나 계약의 신성을 보증했다. 아랍뿐 아니라 중세 유럽에서도 귀한 손님이 오면 소금으로 조리한 음식을 대접하며 그 앞에 소금 그릇을 놓았다. 아프리카 내륙에서는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소금무역이 계속되고 있다. 소금은 ‘흰색의 금’이라 불리며 같은 양의 황금과 맞교환될 정도로 비쌌다. 고대 그리스인은 소금으로 노예를 샀다. 옛날에는 소금을 얻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딸을 팔기도 했다. 소금은 물에 녹더라도 증발을 통해 다시 소금이 된다. 그 무렵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대상들의 3대 교역품은 ‘소금, 황금, 노예’였다. 실제 12세기에는 소금이 가나에서 금값으로 교환되기도 했으며 노예 한 명이 그의 발 크기만 한 소금 판과 맞교환되기도 했다. 중세에는 4만 마리의 낙타로 구성된 대규모 대상들이 무려 한 달 동안 806km를 걸어 소금을 수송하기도 했다. 12세기 이후부터 대서양 염전의 소금은 북해상권의 중심지가 되었다. 14세기 프랑스 왕실은 소금 전매를 통해 수익의 삼분의 이를 왕실 소유로 삼았고 이 소금을 제네바까지 공급했다.

제네바와 베네치아는 중세 소금교역을 놓고 전쟁까지 불사했다. 그만큼 수익이 컸던 장사였다. 당시의 해적들이 주로 노렸던 것도 소금 배였다. 암염광(巖鹽鑛)이 발견되어 동유럽 소금의 유통지가 된 잘츠부르크(Salzburg)는 이름 자체가 ‘소금 성’이라는 뜻이다. 이곳의 영주인 주교와 독일 황제 사이에 소금 독점을 위한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소금을 만드는 집을 뜻하는 독일어의 할레(Halle, Hallerin, La Salle)등은 모두 소금 생산과 관련된 이름으로 소금 생산이 도시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솔트 레이크시티도 소금과 관련된 지명이고, 터키의 투즐라도 소금 생산에서 유래했다. 불리비아의 살라 데 우유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염전이 있었으며,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소금 호텔이 있다. 콜롬비아에는 커다란 소금 동굴 속에 지어진 소금 성당이 유명하다. 폴란드 크라쿠프 근처 비엘리치카 지하에 있는 소금 중앙 홀, 성당, 지하 호수 등은 수많은 관광객을 끌고 있다.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중국에서 본 소금에 대한 이야기를 곳곳에 담아냈다. 신대륙 아메리카의 역사는 소금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스페인과 영국 사람들은 식민지 지배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소금 각축전을 벌였고, 인디언·잉카·아즈텍·마야문명의 통치권은 곧 소금의 지배권을 의미했다. 식민지의 반란, 즉 미국의 독립전쟁에 영국은 소금 봉쇄로 맞섰다. 북미에서 소금 투쟁의 역사는 남북전쟁(1861~1865)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대포는 남부의 소금 공장을 조준했다. 남부군은 소금 제조업자들의 병역을 면제해야 했고, 소금 공장은 탈영병들로 넘쳐났다. 남부 연맹은 소금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시아 흉노의 후예로 유목민족인 그들은 초원의 먹거리가 모자라면 약탈과 정복전쟁으로 먹고 살았다. 이는 중세의 전형적인 부(富)의 획득 수단이기도 했다. 염전이 있는 곳에서는 소금의 독점권을 둘러싼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베네치아와 제노바는 소금 확보를 위해 1250년부터 약 120년간에 걸쳐 네 차례의 전쟁을 치렀으나 승패가 나지 않았다. 1380년 전투에서 승리한 베네치아는 이후 100년간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누리면서 동방무역을 독점해 중세 유럽 최강국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역사에 기록된 소금 전쟁은 여럿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이에서 일어났던 1611년의 ‘소금 전쟁’도 빠질 수 없다. 우리 삼국시대에도 소금 분쟁이 있었다. 680년 신라와 당나라 간에도 서해안 염전을 둘러싼 관할권 분쟁이 있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신교도 전쟁 역시, 이베리아 반도의 주요 소금 생산지를 봉쇄한 것이 이유가 됐다. 미국 남북전쟁 기간 중이던 1864년, 북군이 버지니아 주 소금 산지인 솔트빌을 점령한 사건은 남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890년대 칠레와 페루 간 태평양 전쟁은 안데스 산맥의 암염(노천 염)산 쟁탈전이었으며 1893년 미국 기병대와 인디언 수(Sioux)족 사이의 로키 산맥 암염(소금 산)쟁탈 전쟁도 있었다. 중세 유럽인들에게는 오래도록 간직 할 수 있는 소금에 절인 생선과 돼지고기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겨우살이 준비로 가을에 겨울 음식을 준비했는데 주로 청어, 고등어, 연어, 농어, 뱀장어, 대구 등으로 염장을 만들어 먹었다. 식량이 부족했던 당시 소금에 절인 물고기들은 전 유럽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16세기 말 스페인과 네덜란드 사이의 독립전쟁이 발생하자 네덜란드계 유대인들은 이베리아 반도의 주요 소금 생산지를 봉쇄했다. 이로 인해 펠리페2세(Felipe Ⅱ) 통치하의 스페인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는 명성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한편 네덜란드는 막강한 경제력을 축척할 수 있는 소금 채취에 열을 올려 멀리 서인도제도에서도 소금을 공수했다. 17세기 초 베네수엘라의 아라야 갯벌 주변에 쌓인 엄청난 소금 퇴적물 채굴을 시작해 베네수엘라와 네덜란드 사이에 매년 100여 척의 배들이 오고 갔으며 이로 인해 네덜란드는 강력한 해상 무역국으로 부상했다.